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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선생의 편지
12/12/20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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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아는 어른이 그립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편지

 

                         글 정리: 장소현 (극작가, 시인)


어느새 올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마루턱에 섰습니다. 올해 농사 수확은 어떠셨는지요?

되돌아보면 올해도 참으로 다사다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열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거친 말투에 당황해야 했고, 반이민정책 등으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북한과의 사이에 아슬아슬한 말폭탄이 오가기도 했지요.

우리의 조국 한국에서는 더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과거 털기, 북한 핵실험으로 고조되는 남북관계의 위기감 등등정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죠.

여러분의 한 해는 어떠셨는지요? 부디 새해에는 평화로운 나날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올해로 이민 40년을 맞아 느낌이 좀 각별했습니다. 40년 세월 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가? 되돌아보면, 아쉬움과 후회의 세월이었습니다만, 그래도 동네 한인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동안 보람된 일도 적지 않았고, 나름대로 보람도 꽤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요즈음은 우리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제 소견에는 우리 정신의 중심을 잡아줄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실천하는 어른, 동구밖 느티나무 같은 그런 든든한 어른이 계셨으면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떠오르는 이름이 도산 안창호 선생입니다. 그 분의 가르침을 되새기면 정신이 버쩍 들곤 합니다. 우리 인생의 이정표요 나침반 같은 어른이지요. 독립운동을 위해 객지를 떠돌며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 듬뿍 담긴 사랑을 읽으면 가슴이 따스해지기도 합니다.


도산의 유족들이 운영하던 <문게이트> 식당이 파노라마시티에 있었고, 맏딸인 안수산 여사가 노스리지에 사셨기 때문에 친근감이 더한지도 모르겠네요. 말하자면, 우리 이웃사촌인 셈이랄까요.


아무튼,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런 큰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도산 선생의 편지 몇 통을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거기 담긴 사랑이 우리의 연말연시를 아름답게 덥혀주기를 바라면서

편지에 나타나는 도산의 애정 표현은 매우 다양합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 있지요. 가정적이었던 그가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절절한 사랑의 정이 배이고, 자식들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했습니다.


 

식구들의 사진이라도

나의 사랑 혜련. 우리가 서로 작별한 지가 달이 지나고 지나서 이제는 해가 지나였소이다. 나는 바쁜 것만 생각하여 도무지 편지하지 아니함으로 큰 빚을 진 듯이 괴로웠소이다. 그런데 해가 지나고 보니 더욱 미안하여 큰 죄를 진 듯이 고통이 되옵니다.

나를 충성으로 사랑하고 나를 깊이 생각하는 당신의 뜻을 위로는 못하고 도리어 괴롭기만 함을 생각하니 스스로 무정함을 책망하나이다. 당신은 너그러히 생각하여 용서하소서.

(중략)

로스앤젤레스에 모든 것이 다 눈에 어리나이다. 식구들의 사진이라도 보내어 주시오. 나 능력 없는 사람으로 한동안 큰일을 혼자 맡아 가지고 지내었고, 여러분이 모인 후에는 좀 나을까 하였더니 다시 복잡하여 분주함이 일만이외다. 내 평생에 처음으로 어려움을 당하였습니다.

(중략)

바쁜 가운데 되는 대로 써서 보내오니 편지를 자주 주고 사진을 보내어 주소서.

-민족 2(1920)422일 창호


 

나 한 몸 위함 아니오

나는 편지를 아니 하나 혜련이야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하나이다. 나의 사랑하는 필립, 필선, 수산, 수라가 매우 보고 싶으외다. 이것들이 다 잘 있나이까? 어떤 때에는 다 데려와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불 일 듯하나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고 하니 참나이다. 내가 당신을 멀리 떠나는 것은 나 한 몸 무엇을 위함이 아니오, 오직 국가와 민족의 관계임을 당신은 잘 아는 바니 당신은 네 아이를 데리고 스스로 위로하여 지내소서.

(하략)

-민국 2(1920)422


 

두 딸이 기침으로 고생한다는데

나의 사랑 혜련.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당신의 편지를 오늘에야 받아 보았습니다. 내가 괴로울까 편지 아니 하였다 하니 이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편지 보는데 무슨 괴로움이 있을까요. 당신은 내 편지를 보면서 기쁘다 하면서 그러하니잇가? 인정이야 어찌 다르리오.

당신은 나를 잘 알지오. 본래 편지 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특성이 있지 않나잇가? 그러한 중 참 바쁘게 지내여서 편지를 자주 못하였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두 딸이 기침으로 고생하는 것이 애석하외다. 필립은 그같이 컸다 하니 더욱 보고 싶소이다. 이번 편지에서 아이 말이 다 있는데 오직 필선의 말이 없으니 웬일이오잇가? 좋은 것이나 언짢은 것이나 다 바로 알려주시오. 이것이 부부간의 마땅히 지킬라 합니다.

나는 이즈음에 몸이 좀 편하외다. 일은 다시 많아집니다. 우리 사람은 정도가 낮은고로 어데든지 이치에 불합(不合)하고 때에 맞지 아니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고로 우리는 흥사단 주의를 철저하게 지키고 발전하여 내 몸과 마음으로 우리에게 의지하는 어린것들부터 개량하여 분명하고 건전한 국민을 양성하여야 되겠다 합니다.

-민국 2(1920)51일 창호

 

내 몸 위험에 들더라도

혜련, 나는 20년 동안 내 민족을 위하여 고생도 다소간 받았고 남의 시비와 의심도 받었다 하나 남녀 동포에게 믿음과 사랑을 받은 것은 더 많소이다. 그 믿음과 사랑을 무엇으로 보답할런지 스스로 황공하여 희생하는 것 하나밖에 없다 하나이다.

당신은 나를 항상 멀리 두고 외롭게 지내는 것이 참 아니되었소이다. 그러나 불쌍한 우리 동포를 위하여 잘 참고 스스로 안위하소서.

(중략)

당신도 좋은 서적을 자주 보시와 도덕과 지식을 더 늘리어 장차 교육과 자선사업에 락을 붙이어 일하게 되도록 예비하소서.

-4253(1920)83일 창호


 

얼굴에 주름 늘고 머리 흰털 많아지는데

! 혜련! 나를 충심으로 사랑하는 혜련! 나를 얼마나 기다립니까? 나는 당신을 보고 싶은 생각이 더욱 더욱 간절하옵니다. 내 얼굴에 주름은 조금씩 늘고 머리에 흰털은 날로 더 많아집니다. 이제는 늙은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늙어감으로 혜심(慧心)이 드노라고 이런지 전날 보담 당신을 사모하고 생각하는 정이 더욱 간절하옵니다.

이왕에는 당신의 부족한 것이 많이 기억되더니 지금은 그 반대로 당신이 옳은 것을 기억하고 나의 부족한 것이 많이 생각나옵니다. 당신은 나를 만남으로 편한 것보다 고()가 많았고 즐거움보담 설움이 많았는가 합니다.

속히 만날 마음도 간절하고 다시 만나서는 부부의 도를 극진히 하여보겠다고 생각도 많습니다마는 나의 몸을 이미 우리 국가와 민족에게 바치었으니 이 몸은 민족을 위하여 쓸 수밖에 없는 몸이라 당신에게 대한 직분을 마음대로 못하옵니다. 금년 안으로는 한 번 다니여 올 생각이 많습니다마는 어찌 될는지 모르겠나이다.

-1921714일 당신의 남편


 

힘없는 남편이라 괄시나 마소서

전에도 말하였거니와 늙어감으로 그러한지 가정이란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나의 사정은 그렇게 되지 아니합니다. 실로 답답할 때도 많으나 부모처자를 영영 버리고 나라에 향하여 피를 흘리고 죽으신 많은 애국자를 생각하고 수다한 노인과 청년이 그 친족을 떠나서 만추리(만주)와 시베리아의 찬바람에 고생하는 자들을 보고 스스로 억제하옵나이다.

슬프다. 나의 과거 평생을 돌아보고 현재를 생각하건데 집도 돕지 못하고 나라에도 큰 유익을 준 것이 없으니 두루 자책할 뿐입니다. 곧 미주로 돌아가고자 하나 내가 지금 돌아간다 해도 처음으로 가족을 대할 때에 난 좋다하려니와 돈도 없고 연약한 몸으로서 처자를 거두지 못할 것을 가나 아니 가나 일반일뿐더러 도리어 삯빨래하여 번 밥을 뜯어먹을 형편이라.

내가 원동에 온 지가 4년인데 장래 원동에 발전할 만한 기초를 세우지 않고 미주로 쑥 들어가면 오십의 백발을 날 터이라 다시 무엇을 하리오. 그럼으로 상당한 기초를 세워서 내가 죽은 후에라도 일에 발전이 있기를 위하여 오늘까지 주춤하고 있더이다.

혜련, 우리는 나라 망한 사람이라 무엇에나 만족이 있으랴? 그래도 우리 민족의 큰 사업의 기초가 세워지면 나는 아무 한할 것이 없고 크게 기뻐하겠습니다. 이번 국민대표회의나 지나고 내년 봄이나 여름에는 집에 다니어 오려고 하노이다. 그때에 힘없는 남편이라고 괄시나 하지 마소서.

- 19221123일 안창호


 

이 아비보다 나은 사람이 되거라

내 아들 필립아.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나이가 점점 들어 키가 자라고 몸이 굵어지니, 전날 나이가 어리고 몸이 작을 때보다 스스로 좋은 사람 되기에 힘쓸 줄 안다. 내 눈으로 네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힘쓰는 모습을 매우 보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됨에는 진실하고 깨끗한 것이 첫째이다. 너는 스스로 부지런하고 어려운 것을 잘 견디는 것을 연습하여라. 너는 책을 부지런히 보느냐? 쉬지 말고 보아라.

두 종류의 책을 택하여라. 첫째는 좋은 사람들의 사적과 인격을 수양하는 데 관한 책이 좋은 책이요, 둘째는 네가 목적하고 배우고 지식을 얻는 데 관한 책이다. 이 두 가지 내용을 기준으로 해 책을 보고, 한국 글과 책을 잘 익혀라. 내가 하는 말을 네가 즐거운 마음으로 따를 줄 믿는다.

네 아버지가, 중국 홍콩에서

 

지금은 아이들을 교육함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나는 집에 있지도 못하고 당신에게만 맡겼으니 미안하오. 당신은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것들로 하여금 이 아비보다 나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포도원에 가서 일한다니

그대는 포도원에 가서 일한다니 듣기에 매우 미안하고 답답하외다. 내가 쿠카몽가 정황을 잘 아는 바라, 인가(人家)가 희소하고 광막한 들인데 어떤 곳에서 거처하며 또 아이는 어찌하였는가? 내 마음 심히 괴롭소이다.

-건국 4243(1910)113일 창호

 

보낸 그 마음을 사랑하여

보낸 연꽃을 받고 감사하며 옛날 평양 장대재에서 혜련이 보낸 오렌지 꽃을 받던 감상이 더욱 나며 나는 그 꽃보다 그 보낸 마음을 사랑하여 그것을 품에 두었소이다.

-1914815일 창호


 

마음 고생하여 온 것을 생각하니

오 나의 사랑인 혜련, 당신의 평생에 몸 고생도 많았거니와 몸 고생보다 마음 고생하여 온 것을 생각하니 나는 어떻다고 말할 수 없소이다. 내 평생의 당신으로 더불어 같이 있기를 비로소 근래 수년뿐이니 그나마 시간은 다 당신의 고생한 시간이라 하겠소.

-1918511일 창호

 

가정의 락을 새로 지어봅시다

이 지음도 내 생각에는 이번에는 집에 돌아가서는 부부답게 서로 정다운 의론도 많이 하고 가정의 락()을 많게 하겠다 하오. 우리가 소년시대에는 맛없이 살아왔거니와 늙어가면서 가정의 락을 새로 지어봅시다.

-1918511일 창호

 

사랑을 베풀어 보기 위하여

나의 사랑하는 아내 혜련, 내가 죽기 전에 한 번 당신을 위로하고 자식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보기 위하여 건강에 많이 주의합니다.

-19321014


 

사랑할 기회가 열리기를

나의 사랑하는 아내 혜련, 멀리 옥중에 있는 몸이지마는 마음으로 집을 생각하고 위로가 많이 되옵니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일평생에 가정의 단란을 못 보고 이처럼 늙었는가 하는 한탄도 없지 아니합니다. 앞으로 당신을 위로하고 아이들을 사랑할 기회가 열리기를 바라고 비옵니다.

-1934127일 당신의 남편

 

어린 자식을 교육하지 못하면

나는 항상 몸이 나라 일에 매여서 가사를 돌아보지 못함으로 집안 식구가 오랫동안 헤어져 있는 것도 염려하거니와 내가 스스로 집을 위하여 돈을 벌지 못함으로 장차 아이를 교육할 힘이 없을까 염려하나이다. 우리가 한 때 세상에 나서 나라를 위하여 고생하고 죽는 것은 조금도 염려할 것 없거니와 하느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어린 자식을 교육하지 못하면 또 직책을 잃음이라.

-19091019일 안창호


사랑, 인생의 밟아나갈 최고 진리

나의 사랑하는 아내 혜련, 사랑 이것이 인생의 밟아나갈 최고 진리입니다. 인생의 모든 행복은 인류간의 화평에서 나오고 화평은 사랑에서 나는 때문입니다. 그런 즉 내나 당신이 앞에 남아 있는 시간에 우리 몸이 어떤 곳, 어떤 경우에 있든지 우리의 마음이 완전히 화평에 이르도록사랑을 믿고 행합시다.

-193361일 당신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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