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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제5번 E단조 Op. 64
06/04/20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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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wsky  -  Symphony No 5, in E minor, Op. 64
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제5번 E단조 Op. 64




Mariss Jansons, cond
Oslo Philarmonic Orchestra


1악장 : 안단테 - 알레그로 콘 아니마
서주가 붙은 소나타 형식. ‘콘 아니마’는 직역하면 ‘영혼을 담아서’라는 뜻이다. 
보통 ‘활기차게’ 정도로 해석되지만 악상 전개를 들어보면 
여기서만큼은 달리 파악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그냥 직역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E단조 4/4박자의 서주 첫머리에 등장하는 어두운 클라리넷 선율은 
교향곡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 악상이다. 
이것을 ‘운명의 동기’라고도 부르는데, 
굳이 추상적인 것을 꼭 주관적인 개념을 틀에 맞춰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런 식의 고착화된 해석은 주로 일본 쪽에서 넘어온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그냥 되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서주 악상이 별다른 발전 없이 몇 차례 반복된 후 주부로 들어가면 6/8박자로 변한다. 
클라리넷과 바순이 옥타브로 연주하는 1주제는 
서주 악상과 마찬가지로 어둡지만 한층 생동감이 있으며, 
이 주제가 여러 가지로 변화해 등장한 뒤 B단조의 유려한 경과구 주제를 거친 뒤 
D장조의 온화한 제2주제로 넘어간다. 
발전부는 주로 1주제에 기초하고 있는데, 
대부분 전개라기보다는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재현부에서는 
경과구 주제가 C샤프단조, 2주제가 E장조로 등장한다. 
코다는 강렬한 1주제 동기로 클라이맥스를 구축한 뒤 조용히 끝난다.

1. Andante - Allegro con anima  13:54


2악장 : 안단테 칸타빌레 콘 알쿠나 리첸차
괴상한 암호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악장의 악상지시어는 
‘안단테로 노래하듯이, 다소 자유롭게’라는 뜻이다. 
박자 역시 악상지시까지는 아니더라도 특이한 편이어서 12/8박자이다. 
조성(D장조)과 형식(세도막 형식)은 상대적으로 평이하다(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의 간단한 도입에 이어 호른이 주선율을 노래한다. 
매우 달콤하면서도 그리움에 찬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선율은 앞서 말했듯이 
대중음악에 차용되었을 정도로 유명하다. 
얼마 후 오보에가 연주하는 F샤프장조의 부주제가 부드럽고 밝은 표정을 띠고 나타난다. 
이 주제는 확대되어 정점에 이른 뒤 가라앉고, 
이어 F샤프단조 4/4박자의 중간부로 넘어가면 클라리넷이 새로운 악상을 연주한다. 
이것이 점차 고양되어 악상이 다시 정점에 이르면 
서주 악상이 강렬하게 덮어씌우듯이 연주되며, 여기서 중간부가 끝난다. 
세 번째 섹션은 첫 번째와 거의 동일하지만 오케스트레이션 등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코다에서 서주 악상이 다시 한 번 활약한 뒤 조용하게 끝난다.

2. Andante cantabile, con alcuna licenza  12:28


3악장 : 왈츠. 알레그로 모데라토
A장조, 3/4박자. 보통 교향곡의 3악장에는 미뉴에트(고전파 교향곡)나 
스케르초(낭만파 이후)가 오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왈츠를 사용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이 시도는 당시 꽤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유려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왈츠 섹션과 민활하게 움직이는 무궁동풍의 악상을 지닌 중간부가 
멋진 대비를 선보인 뒤 다시 왈츠 섹션으로 돌아간다. 
말미에 서주 악상이 다시 등장하는데, 바순으로 연주되어 음색 면에서 
원 악상과 상당히 이질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알아차리기 힘들다. 
‘북방의 왈츠 왕’으로 불리기도 했던 차이코프스키의 왈츠 가운데서도 
손꼽을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이다. 

3. Allegro moderato  5:26


4악장 : 피날레. 안단테 마에스토소 - 알레그로 비바체
‘안단테 마에스토소’(안단테로 장엄하게)로 지정된 
긴 서주(악장 전체의 1/3 가량을 차지한다)는 E장조, 4/4박자이며 
론도의 요소가 가미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는 서주 악상이 장조로 바뀌어 처음에는 현악 합주로, 
그 다음에는 현이 반주하는 관악 합주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갑자기 팀파니와 더불어 현악기군이 강렬하게 질주하기 시작하는 1주제가 주부의 첫머리를 장식하며, 
이를 받는 8분음표+점4분음표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오보에 독주가 경과구를 형성해 
잠시 전개된 뒤 목관이 연주하는 희망에 찬 느낌의 2주제가 연주된 뒤 
금관이 서주 악상을 다소 거칠게 연주하면서 발전부에 접어든다. 
여기서는 1주제와 2주제 모두 발전하며, 재현부 말미의 강렬한 팀파니 연타 뒤 
전 관현악이 잠시 침묵에 빠졌다가
(여기서 박수를 치는 것은 공연장 예절을 이야기할 때 실수로 흔히 거론되는, 
아주 ‘고전적’인 예이다) 다시 트럼펫이 서주 악상을 당당하게 연주하면서 코다로 접어드는데 
여기서부터는 일종의 행진곡으로 볼 수 있다. 
악상은 점차 고조되어 잠시 프레스토로 휘몰아친 다음 
1악장 1주제가 6/4박자로 변형된 채 당당하게 연주되면서 끝난다.

4.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11:22



차이코프스키가 교향곡 5번에 착수했던 1888년은 그가 4번을 쓴 지 11년이 되는 해였다. 
그해 3월에 작곡가는 오랜 서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모스크바 북쪽 근교의 프롤로프스코예라는 마을
(훗날 작곡가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클린 시 근방)로 이사했다. 
그는 숲에 둘러싸인 이 한적한 마을에서 묵은 피로를 풀면서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5월 말에 동생 모데스트에게 보낸 편지에는 
‘새 교향곡의 소재를 조금씩 모으려 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6월에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교향곡을 새로 쓸 생각이라고 말씀드렸던가요? 시작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영감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어쨌든 두고 볼 일입니다.’라고 되어 있어 
차이코프스키가 작곡에 본격적으로 손대기 시작한 것은 이 사이의 일로 보인다.

8월 초에 보낸 편지에 
‘대략 절반쯤 오케스트레이션을 했습니다. 
그리 늙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느껴지기 시작하는군요. 무척 피곤합니다. 
예전처럼 앉아서 피아노를 칠 수도, 밤에 책을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요’
라고 쓸 정도로 작업에 몰두한 끝에, 이 곡은 8월 26일에 완성되었다.

초연은 같은 해 11월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협회의 연주회에서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대중적으로는 적잖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비평가들의 평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연주가 그리 좋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일류 지휘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작곡가 자신부터가 이 곡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꼭 비평가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지나치게 꾸며낸 색채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조잡한 불성실함이 있다.’ 
어지간히 비판적인 비평가라도 함부로 입 밖에 낼 것 같지 않은 
이런 냉혹한 평가를 내린 사람이 바로 차이코프스키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 뒤의 공연에서도 계속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결국 그도 자신감을 회복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은 풍부한 선율미 때문인지 클래식 작곡가의 음악치고는 
유난히 다른 장르의 음악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교향곡 5번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가장 뚜렷한 예를 제공한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5번 교향곡은 4번과 녹음 시기가 약 20년이나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4번에 비해서 상당히 세련되고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다. 
어느 한순간 템포의 급한 변화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4번에 비해서는 좀더 다듬어지고 아름다운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센티멘탈리즘'으로 특징지어지며, 
사람들은 그를 '고독과 우수의 작곡가'라 부른다. 
그는 결코 밝은 성격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성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하는 
유전적 특징을 타고난 동성연애자였다. 
(딱히 놀랄 것도 없는데, 서양 음악의 위대한 작곡가들 중에 
어디하나 평범하거나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은 몇 명 없지 않은가!) 
그는 그 사실을 평생 비밀로 간직하고 싶어했고, 
아마 그런 의도에서 1877년 37의 나이에 
자신을 사모하던 제자 안토니나 밀리우코바와 결혼했다. 
당연히 그의 결혼은 불행이었고, 결혼 2주차만에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모스크바의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었으나 미수에 그쳤다. 
아내에 대한 동정심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혐오감, 그리고 삶에 대한 절망이 
그를 심한 신경 쇠약이 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아내를 떠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갔으며, 
아내를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다.

이런 그를 격려하고 후원해준 나데츠타 폰 메크 부인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있다. 
11명의 자녀를 둔 46세의 미망인 폰 베크 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사랑하여 
그를 후원해 주고 그가 작곡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폰 메크 부인은 그를 한번도 만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그를 후원했다. 
어쨌든 폰 메크 부인의 후원을 받는 동안 차이코프스키는 명작들을 쏟아냈다. 
교향곡 4,5,6번도 그녀의 후원 아래서 만들어진 러시아 교향악의 걸작들 중 일부이다.

교향곡 제5번 E단조 OP.64를 쓰던 즈음 차이코프스키는 작곡가로서 최고의 전성기에 있었다. 
그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며, 
유럽에서도 인기가 좋아 자주 해외여행을 하였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녀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차이코프스키는 잊을 만하면 규칙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으로 괴로워했다.

그럴 때 마다 그가 찾은 것은 메크 부인이었으며, 
힘들 때마다 그녀에게 열렬히 편지를 썼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가 힘들 즈음에 메크 부인의 건강이 나빠졌으며, 
그녀는 요양을 위해 모스크바를 떠나 프랑스의 니스로 갔다. 
그녀와 헤어짐-아니 그녀의 편지와의 헤어짐이라고 해야하나-은 그를 더욱더 힘들게 했다. 
그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의 글씨를 그리워했는지 아십니까?"

이때 작곡된 대표적인 곡이 교향곡 제5번이다. 
그녀에 대한 차이코프스키의 애증과 미련과 갈망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것도 이 곡이다. 
이 교향곡 느낌은 일견 슬픈 것 같지만, 
그 보다는 내적으로 침잠하는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명곡이다. 
이 곡이 주는 아름다움은 참으로 뛰어나며 
어두운 색체가 주는 질감은 부드럽고 그 직조는 탄탄하다. 
슬프면서도 달콤한 멜로디가 선사해주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세련되기 그지없다. 
베토벤이나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이 슬픔을 그릴 때 그것에 대한 극복과 관조에 주력했다면, 
차이코프스키는 오로지 통곡만 하는 느낌이 강렬하다. 
이처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만큼 
인간의 슬픔을 그토록 처절하게 울면서 그린 작품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의 교향곡들이 그토록 통곡하는 것은 
그 속에 어쩌면 우리의 한限과 같은 것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그의 작품에 유달리 애착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브람스는 이 곡의 연주를 듣고 나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피날레에 대해서만큼은 뭔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실 이 마지막 악장은 듣기에 따라서는 베토벤 이래 교향곡의 역사에서 빠지는 일이 없었던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모토에 충실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종의 허장성세에 불과한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허세가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감추고자 할 때 부리게 되는 것임을 감안하면, 
당시 작곡가의 내면에서 어떤 생각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을지 대체 누가 알겠는가.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이 초연된 지 거의 정확히 5년 뒤, 
저 유명한 ‘비창’ 교향곡을 초연한 지 불과 아흐레 만에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추천음반

모노 시대까지 합치면 녹음이 100가지를 가뿐히 넘어서는지라 
조심스럽게 골라볼 수밖에 없지만, 
이 가운데서 가장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음반을 고르라면 
단연 예프게니 므라빈스키/레닌그라드 필하모닉(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1960년 녹음(DG)이 정답일 것이다. 
무시무시한 추진력과 노도와도 같은 다이내믹, 철통같은 앙상블과 
일말의 감상도 용납지 않는 단호한 표정 등, 
차이코프스키를 ‘달콤한’ 작곡가라고만 알고 있었다면 
실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연주이다. 
만약 이 연주가 너무 강렬하게 느껴진다면, 
카라얀/베를린 필의 1975년 녹음(DG)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카라얀은 누가 뭐래도 차이코프스키 전문가 중 하나이며, 
이 녹음 역시 화려하고 매끄러운 선율미를 잘 살려냈다. 
1984년 녹음(DG)도 훌륭하긴 한데 여기서는 다소 지나치게 탐미적인 경향이 있다. 
이보다 불과 2년 뒤인 1986년에 젊은 얀손스가 오슬로 필하모닉과 남긴 녹음(Chandos)은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한 리듬과 명쾌하고 균형감 있는 템포 운용, 
세련되고 풍부한 표정 등 조형미라는 측면에서 거의 최상의 수준을 보여준다. 
스베틀라노프/소련 국립 교향악단의 1990년 녹음(Pony Canyon)은 
므라빈스키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저돌적이다. 
질풍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최상급의 녹음과 어우러진 음반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스토코프스키(Decca), 번스타인(DG), 
게르기예프(Philips) 등의 녹음도 기회가 되면 들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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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제5번 E단조 Op.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