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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의 執事
03/15/20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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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사시는 큰아버님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은 60년대 초반 

즉 

내가 초등학교 5-6학년 이었을 때 였던것 같다.




그 당시 큰아버지에게는 

공무원이 되어 서울로 옮겨간 큰 아들과 

서울의대를 졸업한 둘째 아들의 미국 생활이 막 시작했던 때인걸로 기억한다.

 

우리 집은 고향 동네 중심가인 대로 변에서 있었는데 

큰아버지는 사람들을 시켜 수시로 나를 불러오게 하셨다.   


한참 신나게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불려갈 때는 

정말 화가나고 짜증이 치올라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내 두 발은 어느새 강변 큰집 대문앞에 당도 해 있곤 했었다.



 

내게 주어진 주 업무는 

일주일에 한번씩 전매청에서 들어온 담배를 도매상에 가서 싣고 오는 일인데 

그때마다 내 앞에는 손가락에 닳아빠진 주판이 놓여져 있었다.


큰아버지께선 필요한 담배 종류와 수량 그리고 총 가격을 

당신 머리로 미리 계산을 해놓은 다음

내가 주판으로 합산한 금액과 당신의 것과 맞아 떨어지는지를 

꼭 확인하시는 것이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이세돌 과의 시합을 

나는 이미 60년 당시에 실제로 대결을 해본셈이다.


 

그런데 가끔 

내 주판으로 나 오는 총액수와 당신것이 맞지 않는 사고가 생기기도 했다.


누가 실수를 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숫자가 일치 할 때까지 

 주늑이 든채로 큰 아버지 앞에서 주판알이 튕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내 간도 튕겨 나갈 듯한 불안감 속에서 떨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언제나 큰아버지의 합계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담배타러 가는 하루 전 날부터 

나는 긴장 속에서 제발 내가 아프게 되거나 

나 대신 

다른 사람이 나타나기를 소원 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일은 내 몫이 되곤 했다.




큰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는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은 

서울과 미국에 있는 아들들이 보낸 편지를 읽거나 답장을 써 보내는 일이었다.


보내온 편지를 읽는 일은 간단해서 친구들과 다시 놀 수가 있었지만

답장을 보내는 일에 걸리면 큰아버지 방에서 한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앞이 잘 안보이는 큰아버님도 

그 때만큼은 빛이 보이는 방향으로 눈과 고개를 고정하신채 

마치 자식과 마주하신 것처럼 생각에 사로잡혀 계셨다.


불러주는 대로 연습장 노트에 적고나면 

반드시 다시 읽게 하신다는 걸 잘 아는 나는 본론에 앞서 

서문을 장식해야 하는 감성적인 단어를 찾다보면 

나도 모르게  

유리 쪽문으로 보이는 날씨과 계절 색 몰입되곤 했다.


한마디로 

 큰아버님과 나는 같은 공간에서 

 감성의 바다에 함께 빠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완성이된 편지를 읽는 나나 

그 내용을 듣고 계시는 큰아버지 모두

마치 나라를 구한 듯 흡족한 기분이 되고 

방문을 닫고 나올땐 

가끔 내 호주머니속에서 용돈 몇푼이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까지 내 안에 감성이 살아 있는것을 보면

아마 

그 때 저축해 감성이 아직까지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러차례 미국을 방문 하시던 큰어머니에 비해 

 앞을 전혀 못보시게 된 큰아버님은 

결국 미국구경 한번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내가 미국들어 올 때즈음 

서울에 계시던 큰아버님의 손발톱을 짤라주며 대화를 나눴던 그 때가 

큰아버지 집사로서 나의 마지막 임무 였던 것이다.


 깍여진 손톱을 더듬어시던 그 모습이 

잔영 으로 남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진은 고향친구 양자로부터


글/작성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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