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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등선한 매미, 짱짱한 노래소리
07/22/2020 21:22
조회  290   |  추천   1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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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뉴저지에서 <기다림>이란 졸문에 썼던 내용이다. 그린카드를 기다리던 때였다.

찌익- 하는 단음으로 성하의 단풍나무 숲을 흔들어대는 붉은 눈 매미.  

덩치만 컸지 소리가 매가리없이 싱거웠다. 

귓청 따가울 정도로 그악스럽고 차지게 울어대는 한국 매미소리와는 천양지판이었다. 

미 동부에만 서식한다는 그 매미는 1987년에 부화되어 땅속에서 무려 열 일곱 해를 지내다가 지난 여름 일제히 성충이 되어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매미로서의 생애는 고작 십 수일. 

허락된 그 기간동안 부지런히 짝을 찾아 교미를 한 다음 죽음을 맞음으로 섭리를 완성시킨다는 매미다.

그 사이, 굼벵이는 예리한 호미날에 찍힐수도 있었을테고 허기진 새의 먹잇감으로 채일 수도 있었으리라. 

가뭄으로 메말라 온 몸이 타들어 갈때도 있었겠고 홍수로 물에 잠겨 숨 막힐 적도 있었을 것이다. 

고통과 질곡의 시간을 견뎌내고 마침내 허물을 벗기까지의 긴 기다림. 

17년이라면 아기가 태어나 고등학생이 되고 청년이 장년으로 바뀌는 세월이다. 

보잘것 없는 버러지로 꿈틀대며 어둡고 축축한 땅에 묻혀 그 장구한 나날을 지탱해낼수 있게 한 것. 

그것은 ‘꿈을 갖고’라거나 ‘의지로 견디거나’ 하는 개념 이전, 기다린다는 생각마저 놓아버리고 그냥 무심히 살아낸 것은 아니었을까.


올여름 병원 조경수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를 시작으로 요즘 길을 걷다보면 자주 매미소리를 듣게 된다.

칠월들며 매미가 등장한 모양, 다채로운 무늬결 짜들어가면서 여름을 여름답게 하는 반가운 매미소리에 귀를 한참씩 기울이곤 한다. 

한국의 경우 매미 한살이는 어떻게 다른가 찾아봤더니 미국 매미의 일생과 거의 엇비슷했다.

7년간의 기나긴 땅 속 생활, 1주에서 2주간의 바깥 생활로 한뉘를 마무리하는 매미의 한살이 과정

알은 나무껍질 속에서 일년을 산 다음 부화해 흙을 파고 들어가 애벌레로 긴 세월을 땅속에서 지내다가 잠깐 세상 밖으로 나와 성충되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는 또 그렇게 사라진다.

환골탈태한 매미가 성충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은 7일에서 보름 정도라고 알려져 있듯 며칠간 짝을 찾고저 맴 매앰, 쓰르람 울음을 울어 짝을 만난 결과로 알 낳고는 한살이를 마감한 

기나긴 유충의 기다림 뒤에 성충으로 사는 보름 남짓인 그 시기,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해 박제시킨 매미가 무릇 그 얼마였나. 

그땐 매미가 되기까지의 인고의 세월을 몰랐다 해도 그럴 수 없이 미안쩍은 일이 되고 말았다.

매미의 한생, 종류에 따라 2년에서 17년까지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면서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그날만을 기다렸으리. 

부화된 알에서 온갖 천적 피해 살아남은 굼벵이는 성충으로 거듭나고저 나무로 기어오른다.  

비상을 위해서는 앞서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으며 마침내는 스스로의 등을 찢는 아픔 견딘 다음에야 날개를 단 성충이 된다. 

위 사진이 그렇게 남겨진 허물이다. 

흙을 기던 한갖 벌레에서 날개 달린 새로운 곤충으로 탈바꿈하는 일, 놀라운 변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한편 짠하달까 찡해진다.

시끄럽다 타박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래도 온몸으로 부르는 노래소리 생명의 찬가이듯 짱짱해서 좋다.


                                -뉴저지에 흔한 오크나무에서 매미와 허물을 동시에 보고 찍은 오래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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