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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멕시코 크루즈와 네로
05/29/20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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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스데이를 기해 롱비치항에서 시간맞춰 카니발 이메지네이션호에 승선했다.

안내문대로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 꾸린 여행가방은 4박5일 일정이라 부피가 제법 됐다.

바로 옆동네 가는거지만 그래도 해외인지라 공항에서처럼 보안검색대를 두차례나 통과한 다음

체크인 카운터에서 수속을 밟고 선상카드를 발급받았다. 

제시한 여권과 크레딧카드를 근거로 만들어진 이 카드야말로 선상에서의 모든 것이 가능한 아이디카드다.

객실 키 겸용은 물론 배에서 내리고 탈때마다 제시해 체크를 받는 등, 신분을 증명하는 자신만의 고유 카드이기도 하다.

또한 내 크레딧카드와 연결돼 있어 배에서 이뤄지는 모든 지출 내역은 이 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결재가 이루어지는만치,

만일 분실할 경우 여러면에서 곤란을 겪게 되므로 간수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크루즈 연결통로인 Gangway를 지나 카니발에 승선, 카드에 적힌 객실로 들어가 여장을 풀었다.

자그마한 창으로 부둣가의 크루즈 터미널인 돔 건물과 나란히 선 퀸메리호가 보였다.

배가 출항하자 저만치 컨테이너 터미널의 위용이 잠깐 스쳐 지나갔고 

바다에 길다랗게 뜬 인공섬(?) 주변으로 새하얀 요트와 관광객을 실은 페리가 그림처엄 떠있었다.

크루즈에 승선하면 먼저 선내생활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부터 듣고나서

승객 누구나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 바로 비상시를 대비한 안전교육.

실제 구명장비를 동원해서 만에 하나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상황 대처법을 상세히 주지시켰다. 

교육을 마친 다음 갑판에 나가 깊이 모르게 시퍼러이 넘실거리는 바다를 내려다 보니 아구야~ 무시라~~

비상사태 발생시 살려고 발버둥치며 용쓸 필요도 없이 그냥 고이 용왕전 제물로 이 한몸 바치는 게 최선일듯. ㅎ

그런 생각이 들만큼 멀리서 조망할적엔 낭만어린 바다가, 막상 망망대해 한가운데서는 두려운 존재로 바뀌었다.

내항을 떠날때까지 하늘은 쾌청했으나 롱비치가 점점 뒤로 물러나며 난바다에 이르자 

파도 높아지는가 싶더니 사방에서 구름장이 떼거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상체가 좌우가 기우뚱거리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승객들 중엔 멀미 방지용 '귀미테' 비슷한 작고 둥근 밴드를 귀 옆에 붙인 사람이 제법 됐다.










여행의 꽃이니, 매력적인 꿈의 여행이니, 초호화판 환상여행이니, 광고문구는 그럴싸하나

단지 아무런 생각없이 머리 비우고 즐겁게 놀다 오겠다면 몰라도 글쎄?

무엇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크루즈여행은 사람마다 그에대한 호,불호 성향이 분명하지 싶다.

크루즈의 특징이 거의 '먹다,놀다,마시다'로 요약되듯, 아무리 내가 내돈 내고 즐긴다지만 

동양적 사고와 정서상 흔전만전 놀음에 마음 한구석이 켕기며 도덕적으로도 막연한 죄책감 비슷한 게 작용해서인가? 

2천명이나 된다는 승선객 중 눈씻고 찾아봐도 한인은 우리 외에 단 네 명밖에 없었다.

미국의 여타 여행지마다 흔하게 만나는 한인들인데 아무튼 의외였다. 

그렇다고 나 역시 닷새간의 크루즈여행이 무료하거나 지겹게만 여겨진 건 아니었고, 먹다자다 하며 멍때리다 왔다.

컴퓨터를 안하니 눈도 휴식을 취했,고 골아픈 뉴스 안보고 아무 생각없이 지낸 덕에 머리는 맑아졌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진짜 카니발에 참가한듯 화려한 의상을 뽐내면서 신나는 댄싱타임을 즐기고

왁짜한 술판을 벌이거나 마술에 홀리듯 줄창 카지노 게임에 몰두했다.

마치, 원래 카니발의 본뜻이 그러하듯 금욕과 절제의 시간을 앞둔 사람처럼 최고의 향락을 맘껏, 양껏 누리는 승객들.  

그점을 적절히 융합해 관광사업과 접목시킴으로 성공한 카니발 크루즈 상품은 또한 그점이 최대 장점이자 매력이겠다.

객실 테이블마다 그날치 일정 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는데 시간대 별로 펼쳐지는 공연과 이벤트 장소를 명기,

각자 취향에 따라 즐길거리를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정된 테이블에서 메인 코스로 갈라 디너를 드는 날은 공식대로 잘잘 끌리는 이브닝 드레스까지 떨쳐입었으나 

와인 글라스를 치켜들때까지만 분위기 상 유효했지, 안하던 칼질하려니 거추장스러워 소화불량이 될 지경이었다.

아무튼 카니발 선상에는 진종일 놀고 먹을 일만 깔려있었다. 

수영을 하기엔 싸늘한 날씨라 풀장은 비어있는 대신 자쿠지 안은 늘 만원사례.

느긋하게 쉬면서 선탠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간혹 보였다. 

카지노장, 헬스장,  수영장, 사우나실, 어린이용 물미끄럼틀, 미니 골프장, 탁구장, 극장 등등에 

서비스가 따르는 정찬식당과 부페식당에 간이식당이며 티타임 테이블까지 완전 놀고 먹자판인 크루즈.

네로황제는 미식가인데다 식탐이 심해서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먹을 수 있는 데까지 먹고는 

위장이 꽉 차면 노예를 시켜 깃털로 목을 간지럽혀 다 토해내고 다시 먹는 일을 반복했다던가.

불타는 로마 시내를 바라보면서 노래를 불렀다는 네로의 기행까지도, 만포장으로 널린 음식 앞에서 문득 생각이 났다. 

갤러리와 인터넷 카페나 조용할 뿐 여타 라운지 바나 클럽 역시 어디나 삼삼오오 모여 먹고 마시느라 요란 뻑쩍지근.

암튼지간, 어머니날이 들어서인지 어르신을 모시고 온 중년부부와 가족 단위 또는 친구 혹은 젊은 연인끼리 온

크루즈 여행객은 대부분 활기차게 잘 놀고 열심히 먹으며 유쾌히 웃고 떠들어댔다. 

세상 시름 다 뭍에 부려두고 와서일까, 다들 걱정 하나 없는 사람들처럼 환한 얼굴로 매사 흡족스런 표정들이었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승객 모두가 칙사대접을 받으며 '손님은 왕'으로 깍듯이 모셔지는데.

 













 대부분이 크루즈 여행에서 우선으로 꼽는 것은 아마도, 풍족하게 넘쳐나는 산해진미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가격대비 시도때도없이 잘 차려져 있는 진수성찬들이라 먹기도 전 속이 더부룩해지고 보기만 해도 지레 질릴 정도였다.

굶어죽은 귀신이라도 달래려는 양 무진장 제공되는 음식은, 접시에 담겼다가도 대개 반쯤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오로지 밥순이인 내 경우 야채 샐러드와 과일 그리고 요플레와 치즈케익으로 요기를 때우다시피 했으니  

앞으로 내 사전에 더이상 크루즈 여행이란 단어는 필요치 않을 것 같다. 

날씨까지 궂어 파도는 출렁출렁, 울렁증도 이는데다 춥다고 노상 사우나장에만 들락거리면서 

비몽사몽 경계를 오가며 자다 깨다 하다보니 바로 이게 생짜로 병이 날 고역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싶었으니까.

차라리 시원한 숲바람 쐬며 땀 흘려 산길 걷는 편이 훨씬 더 체질과 적성에 맞지 

대용량 먹방도 아니요 화끈히 땡기기나 좋아하는 성미도 아니라면 크루즈는 글쎄다.

한편, 그물에 갇힌 고기떼처럼 꼼짝없이 며칠간을 배 안에 자진해서 갇힌채로 

들뜬 마음, 놀이삼아 재미삼아, 기분 한번 내보려고, 아무튼 흥청망청하다보면 당연히 지출 과다.

요모조모 교묘하게 카드 그을 일들만 도처에 깔아 놓은 여행상품이 크루즈였다.   

일률적으로 하루 $13.00의 서비스 요금이 부과되고

칵테일 뿐 아니라 정찬 때 마신 이름없는 와인도 15% 봉사료 포함 $35.00을 육박했으며 

코카콜라 한 캔은 근 $3.00이나 되는가 하면 생수 중간치기가 또 $3.00 가까웠다.

객실내 전화 사용시 분당 $1.99이며 하다못해 인터넷조차 분당 $0.75이니 일러 무엇하랴.

지갑을 얇게 만드는 곳이 어디 쇼핑센터나 카지노장 뿐인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라도 한곡 뽑고나면 또 얼마 지출된다.  

마사지실이나 미용실 이용시도 시내보다 당연히 서비스료가 쎄서 $100 이상을 상회했다.  

잠자리 날개같은 드레스 차려입고 화보찍듯 찍어보는 사진값도 왕창 덮어씌우지만 그래도 한결같이 행복한 표정들.

어차피 맘껏 즐기며 돈 쓰러왔으니까.

크루즈여행 내내 기상조건이 안좋아 맑게 개인 하늘 보기도 어려운데다 너무 추워 갑판에 나가기 저어돼

내심 잔쯕 기대했던 바다의 일출과 일몰구경도 허사로 끝났다.

대신 먹물빛 수평선과 무섬증이 일 정도의 검푸른 파도는 지질리도록 보았다.

체질상, 성향상, 크루즈여행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 촌할매의 궁시렁으로보나따나

이사람은 촌장아닌 갈데없는 촌닭이 맞다. ^^







                                                                     


바하멕시코 크루즈와 네로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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