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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로 MOCA를
03/17/2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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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땡겨서 일요일날 점심상을 거하게 생일턱으로 받았다. 정작 생일날 당일이 되었다. 며느리로부터는 전화가 왔는데 아들은 조용하다. 한국과는 시차가 있으니 오후되도록 기다렸다. 다섯시가 지나도 소식이 없자 슬슬 부아가 났다. 괘씸한 마음도 솟구친다. 나이 먹을 수록 너그러워져야 하건만 외려 반대다.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자꾸만 옹졸해지는데다 노염도 잘 탄다. 전 같으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거니, 했을 터이다. 대부분 여러 시간을 요하는 신경외과 수술이라, 아들 입장부터 헤아려 무조건 이해하고 편히 넘어갈 일도 요샌 까칠하게 따진다. 30분 더 기다렸다가 기어이 문자를 찍어보냈다.


텍스트를 보내고도 두어 시간이 지나서야 전화가 왔다. 아침부터 내리 수술있었고요 나와선 깜빡했네요, 헤헤~무안한지 실없는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서운한 기분을 속사포같이 쏟아놓고 나니 속이 한결 풀린다. 암튼 말이 그렇다는 거고, 생일은 미리 애들이랑 뻑적지근하게 챙겼다.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생일 선물 삼아 셀프서비스로 미술관 나들이도 갔다왔고... 아들은 아주 잘 하셨네요, 추임새를 넣어준다. 그렇게 다녀온 현대미술관이다. 이 시예술가들의 기발하고 괴팍하고 진기하고도 신기스러워 놀라게 되는 회화, 사진, 영상, 조형물 등 다양한 작품들이 한 곳에 전시되어 있는 MOCA였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 예멘 모카 마타리를 선물 받아도 좋은 줄 모르겠으나 미술관 구경은 다르다. 


지난해 아들이 보낸 소포 꾸러미에는 '웬디수녀의 미술관 산책'이 세 권 들어있었다. 독특한 평론으로 주목받는 그녀의 유럽편 미국편 미술평론집과 그림관련 명상집이었다. 책을 다시 찾아 읽어보다가 1994년 피아 스턴이란 현대화가 그림에 딸린 웬디수녀의 글에 주목했다. 그림 제목은 '바닷가의 집'이었는데 그녀는 '빛나는 요새'란 제하의 짧은 글을 그 그림에 헌정했다. "스턴은 두 가지 존재방식을 보여준다. 바람이 휘몰아치거나 바닷물이 들이치는 것과 같은 일에만 반응하는 물리적 존재, 그리고 내적 진실에 응답하는 영적 존재이다. 물리적 존재는 자유롭게 흘러다니고, 영적 존재는 신에게 발을 딛고 있다." 란 글귀에 고무되었다. 그래, 내 식대로 내 느낌에 충실하기로 하고 현대미술관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현대미술관을 찾는데는 일면 용기가 필요했다. 그만큼 현대미술은 이해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미술이라기보다 대중과의 소통이 용이하지 않은 점에서 약간 불친절한 문화코드가 현대미술같기도 하다. 창작자의 자유로운 표현양식을 접하면 일단 어리둥절, 향유자는 작품을 재해석하느라 두뇌회전부터 시켜야 하므로 두통이 온. 그러나 굳이 작가의 의도를 읽고 해석하려 미간 모을 필요없이 보이는대로 느낌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살면서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보고 즐기려는 예술감상에까지 골 뻐근하게 만들 이유가 있겠는가, 란 단순무식 논리를 앞세운다괴이쩍은 작품은 난해한 그대로, 붓을 마구 휘저은 듯한 그림은 어지러운 그대로, 도저히 뜻모를 형이상학적 작품은 머리를 두어번 흔든 다음 떠나면 된다.

 





LA 현대미술관(MOCA: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전시공간은 세곳이다. 1) 디즈니홀 건너 우측편 그랜드 애비뉴에 있는 캘리포니아 플라자안의 빌딩에 자리한 MOCA 그랜드. 2) 리틀도쿄안에 있는 게핀 컨템포러리 (The Geffen Contemporary) MOCA Geffen. 3)웨스트 헐리우드에 위치한 퍼시픽 디자인 센터(Pacific Design Center )안의 MOCA 갤러리는 MOCA PDC다. 다운타운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그랜드 애비뉴 미술관이 계획되고 건설되는 동안 MOCA는 1983년 가을 'temporary Contemporary ' 라는 전시 공간을 이름처럼 임시 오픈했다. 한때는 LA 시에서 창고로 사용도 하고 경찰차의 차고로 쓰여졌다는 볼품없는 큰 빌딩을,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설계에 따라 전시공간으로 개조해 사용한 것. 1996년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자이자 현대미술품 수집가인 데이빗 게핀이 주도한 The David Geffen 재단으로부터 5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은 인연으로 이후 Geffen Contemporary라 개명하였다.








83년 게핀 컨템포러리가 오픈한 뒤 3년후인 86년 캘리포니아 플라자 빌딩에 제 2의 MOCA가 선을 보였다. 작품 전시공간의 넓이나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두 건물중에서 MOCA를 대표하는 곳은 게핀 컨템포러리이겠으나 시민들에게는 캘리포니아 플라자 빌딩의 MOCA가 더 잘 알려져있다. 일본계 건축가 아라타 이조자키가 설계한 독특한 건축형태도 눈길을 끈다. 마천루 숲으로 둘러싸인 미술관 광장에 우뚝 솟은 비행기 잔해 고철 묶음같은 거창하고거친 설치미술은 Nancy Rubins라는 여성작가 작품이라서 놀라웠다. 전시실로 내려가미술교과서에서 친숙해진 쟈코메티의 조각 한쌍이 반색을 했고 물감을 뿌리거나 쏟아붓는 잭슨 폴록의 캔버스가 그나마 친숙했다. 마크 로스코 컬렉션 홀에서는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쉬는 여유도 부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MOCA Geffen는 내부 공사중이라 캘리포니아 플라자안의 미술관만 둘러보았다. $10의 입장료를 내고 받은 티켓은 두 장, 모카 게핀을 다음에 방문하도록 프리티켓을 주었다. 윌렘 드 쿠닝, 마트 토베이에서부터 앤디 워홀 등 팝 아트 작품임 잭슨 폴락, 로버트 라센버그, 데이빗 하크니에 등등 현대미술을 이끌어온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는 모카다. 동선이 짧아 관람하는데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기도 하지만, 무언가 미진해 전시실을 돌고 또 돌아 두 바퀴나 휘돌았으나 채워지지 않는 이 아쉬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기대감을 갖고 잔뜩 벼르던 모카라서일까. 6천여점이 넘는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는 모카는 컨템포러리 아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하나 관람객은 드문드문, 민망할 정도로 전시실이 한산해 수년째 재정난으로 허덕이고 있다는 말이 체감되었다. MOCA Geffen이 공사를 마무리짓고 재오픈되는대로 어서 방문해 이 소속불명의 갈증, 충족되지 않은 아쉬움부터 해소해야 할 것 같다.  


 MOCA 그랜드 주소: 250 S Grand Ave, Los Angeles, CA 9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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