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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니라 남편이라니까요
02/07/201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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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아니라 남편이라니까요



동네에 새로 뷔페식당이 오픈했다기에 후배와 가보기로했다. 점심이 1인당 15불 99전이면 한국돈 18000원 정도이다. 그리 비싸진 않은데 뷔페에는 잘 가게되질 않는다. 돈 만큼 먹지도 못하니 아깝고, 여러 음식을 가져오면 뒤섞여 네맛도 내맛도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젊어선 산처럼 쌓아서 두 접시는 먹었는데, 나이드니 양도 줄고 식욕도 없다. 생선초밥은 익힌걸 먹어야하는 몸 상태라 장어초밥 두조각에 샐러드 한 접시, 몽골리안 야채볶음에 엘에이 갈비 한 조각 먹었다. 계산서를 가져왔는데 한 사람은 15 불 99센트 한사람은 시니어 디스카운트 해서 14불 99센트를 매겼다. 말도 안 했는데 알아서 1 달러를 깎아준 것이다. 본전생각 나던차에 깎아주니 고마워해야 할 테지만, 65세 이상에 적용하는 걸 내게 해주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계산을 하는데 함께 온 후배가 "언니 기분 나쁘구나? " 내 안색을 보고 말한다. " 3년 손해보고 1불 이익이면 이게 좋을 일이겠니?"


교회앞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 두잔 시키면 남편 얼굴을 힐끗보고 79전만 받는다. 시니어 값으로 한 잔에 천원인 셈이다. 그땐 "당신이 늙어보여 돈 벌었네." 하곤 좋아했는데 막상 내게 닥치니 시니어할인이 그리 좋은 일만도 아니다.


젊어보이는 어떠한 인위적인 방법을 거부하는 나는( 실은 무섭다. 주사도 성형도 ), '생긴대로 살자' 주의이다. 나이들면 주름은 당연한 것이며, 나이만큼 늙어보여야 인간적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큰 병으로 병원신세를 오래지고 나서는 모두들 내 나이보다 더 보는 경향이 있다.


퇴원당시엔 항암치료에 이식수술을 마친 후여서 머리가 반 백발이었다. 초췌한 노파가 되어 휠체어에 앉아있고 남편이 뒤에서 미는 중이었다. 대기실의 어떤분이 우리내외를 유심히 보다가, 내게 "착한 아드님을 두셨네요." 이러는게 아닌가? 옆에 앉아 도와주던 올케가 깜짝놀라 벌떡일어나고 남편은 "안 사람입니다." 했다. 그 분이 민망할까봐 괜찮다며 나는 웃었지만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집에 오는 그 길로 미용실에 들러 흑발로 염색했다. 염색약이 독하다며 주치의는 하지말라했어도 안 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남편에겐 앞으로염색하지 말고 흰머리로 살 것을 명령했다.


2018 새해가 되면서 먹고 싶지않은 한 살을 또 먹게되었다. 연초 한동안은 나이가 화제에 오를 것이다. 세월을 어디에라도 붙들어 매고싶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수필가 이정아

<월간 한국수필 2018-2월호>




늙어보임, 노화, 착각, 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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