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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아 저울아"
06/15/201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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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옆의 저울에 하루에 세번은 올라간다. 과체중의 내가 그리 몸무게에 신경을 쓰면 좋으련만, 정상 체중에 못미치는 할배가 그러니 여간 눈꼴이 신게 아니다. 한국에서 온 친구는 조심스레 물어본다. " 네 남편 어디 편찮으시니? 작년보다 많이 여위었어" 살이 빠지며 얼굴에 주름이 생겨 폭삭 늙어보이기에 요즘들어 자주 듣는 질문이다.


봉양못해 굶긴것 같다는 말처럼 들려 기분도 별로이고 늙었다는 소리도 재미없어 "쭈그렁 망태 할배라던데?" 하고 과장되게 말을 전해도, 남편은 아랑곳하지않고 다이어트는 계속된다. 남편은 밥을 안 먹는다. 우리집엔 쌀이 없다. 쌀 자체를 사지 못하게한다. 곳간이 빈 듯 허전하다. 밥이 정 먹고싶으면 궁여지책으로 사둔 햇반으로 대신한다. 외식할 때 안 먹고 싸온 밥도 나의 비상식량이다.

한 주에 두 세번 함께 대할 뿐인 저녁식탁인데, 남편은 반찬을 깨작깨작 먹고 토끼처럼 생야채를 뜯어먹는다. 밥은  내 햇반을 반찬처럼 조금 떼어 먹는다. 같이 밥상을 대하는 나는 밥맛이 없어진다(실은 식욕이 내 평생 떨어져 본 적은 없다). 모처럼 남편이 좋아하는 굴전이나 정구지부침을 해도 즐거워하기는 커녕 "저울한테 물어보고" 이런다. 정성들여 식사준비한 사람 김빼는 선수다. 저울에 올라가 본후 먹을까 말까를 정한다. 맛있는거 보이면 덥석  먹어야 인간적이지 그게 뭔가.

미주 중앙일보 인터넷판에서 이원영 한의사의 '오개닉 라이프'를 유심히 듣는 남편은, 한의사의 조언이 바로 자기의 식습관 이라며 전문가의 의견에 바탕을 둔 다이어트라고 사뭇 의기 양양하다. 남편은 소.생.채.식으로 혈압도 정상이 되었다.

그렇다해도  계체량을 통과해야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처럼, 저울 눈금 하나에 연연하는 사람과 사는게 쉽지는 않다. 남편쪽 가계가 다 그런지 시누이들도 몸매를 위해 펜싱을 배우네 탱고를 배우네 야단이고, 남편도 자전거에 마라톤에 수영에 몸을 혹사하고있다. 대화도 '무얼해야 날씬을 유지하나' 가 주제이다. 책읽기나 글쓰기가 전부인 고상한(?) 나는 속으로 '머리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를 좌우명처럼 되뇌이며 그들에게 측은지심을 갖는다. 

나는 모든걸 글로나 삶으로 오픈하며 살아서 비밀이 없지만, 내 몸무게 만큼은 남편이 모른다. 돈을 걸어도 안 가르쳐준다. 병원에 함께가도 몸무게 잴 때 만큼은 혼자 있는다. 간호사도 미리 알아 비밀을 지켜준다.

어떤이는 삼면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서 자신의 미모에 취해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하고 공주 놀이를 한다지만, 나는 욕실과 식탁옆에 놓인 저울을 지뢰처럼 피해다니느라 바쁘다. 미용을 위해서가 아닌 건강을 위해서라도 체중감량이 필요하다고 주치의가 누누이 말하지만 세상은 넓고 난 아직 먹고 싶은게 많은데 어쩌나.

"저울아 저울아 말해보렴, 먹고 싶은거 참으면서 길게 사는게 좋은지 짧게 살아도 먹는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게 행복한건지"


 [이 아침에] "저울아 저울아"

  이정아 / 수필가 [LA중앙일보] 06.14.17 19:39




소생채식,다이어트,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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