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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번호판으로 달다  | 自作隨筆
08/16/20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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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번호판은 견본임)


자유를 번호판으로 달다

조사무


   빨간 글씨로 쓰인 '자유의 선구(First in Freedom)'가 선명한 자동차 번호판을 새로 달고 독립로(Independence Bl.)를 달린다. 은색 비행기 한 대가 파란 하늘 높이 하얀 명주실 타래를 풀어내 듯 기다란 자취를 남기며 북녘을 향해 서서히 날아간다.

고국의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늘에서야 비로소 온전한 노스캐롤라이나 주민(州民)이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곳 주민이 되기 위한 마지막 행정절차를 밟은 셈이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두 종류의 자동차 번호판이 있어 수요자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그 중 하나가 <First In Flight>, 또 다른 하나는 <First In Freedom>이다.

난 한 순간 망설임도 없이 후자를 택했다.

이곳 주민들은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 50개 주의 생산력이나 영향력을 비교해보면 특별히 내세울만 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미국역사를 차근히 더듬어보면 노스캐롤라이나 사람들 콧대가 높은 것이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을 성공시킨 곳이다. 형 윌버 라이트(Wilbur Wright)와 동생 오빌 라이트(Orville Wright)가 노스캐롤라이나 키티 호크(Kitty Hawk)에서 19031217일에 최초로 비행을 성공했다

비록 12초 동안 120 피트를 날았지만 인류역사상 첫 비행(First in Flight)인 것이 어찌 자랑스럽지 않으랴.

독립전쟁 당시 1775520일 바로 이 주에서 있었던 독립선언(Mecklenburg Declaration of Independence)

1776412일의 독립선인(Halifax Resolves)을 위시하여, 1776227, 겨우 천여 명에 지나지 않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오합지졸 민병대가 무어스 계곡(Moores Creek)에서 막강한 대영제국 군대를 상대로 이룩한 혁혁한 완승이 미국이 독립을 쟁취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주었으니 말이다. 이곳 주민들이 떳떳하게 자유의 선구

(First in Freedom)임을 자랑하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을까.


   주유소에 자동차를 정차하고 주유를 하는 동안 새삼스레 번호판을 들여다본다. 1949년 철부지 아홉 살 소년이 자유를 찾아 가을기운이 일기 시작한 삼팔선 첩첩산중 숲길을 집신발로 걸어서 월남한 옛 기억이 아련하다.

황해도 산촌마을 인민학교에서 깡마르고 표독하게 생긴 선생님 동무가 걸핏하면 손가락질 해대며 저 녀석이 바로 '반동 새끼'라고 타박하던 소년, 그가 오늘 자동차에다 <First in Freedom>이라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번호판을 부착함으로서 드디어 선언적 의미에서 완전한 자유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자유란 모호하기 그지없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유야말로 행복의 요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온갖 제도적 규제와 이념적 간섭의 망이 그물보다 총총한 현대를 살면서 자유를 공기처럼 거저 향유할 수는 없다. 비이성적, 비인간적 온갖 부자유에 맞설 용기가 없는 자에게 자유는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일찍이 이스라엘의 모세 다얀(Moshe Dayan) 장군은 자유는 영혼의 산소다.(Freedom is the oxygen of the soul)’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주유를 끝내고 다시 하이웨이로 진입한다. 뿌듯하고 홀가분하다. 오랫동안 잊었던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바싹 뒤꽁무니를 쫓는 여인이 오늘따라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실없는 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백미러를 통해 윙크를 보낸다. 바로 코앞에서 간발의 차로 끼어드는 사내가 왠지 오늘은 털끝만치도 얄밉지가 않다.

힐끗 뒤돌아보는 사내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녀석이 액셀을 밟으며 쏜살같이 멀어져간다.

어딘가 자유공간을 향해 저리 서두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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