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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번 웃어봐  | 自作隨筆
05/22/20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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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69.xx.xx.16

어디 한 번 웃어

조사무


   사반세기를 살던 캘리포니아를 떠나 노스캐롤라이나로 둥지를 옮긴지 달포가 가깝다같은 나라, 같은 땅덩어리인데도 시차가 세 시간이나 차이가 질뿐만 아니라 날씨도, 산천도, 인종분포도,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살아오는 동안 적잖은 나라를 전전하며 견뎌온 경험이 있어 내겐 별로 적응하는데 애로가 없다. 그러나 아내는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아 향수병인지 풍토병인지 모를 생병을 앓아 보기조차 딱했다

시간이 흐르며 겨우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며칠 전 인근 숲으로 산책을 갔다가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는다고 숲속을 드나들고는 포이즌 아이비에 감염되어 피부염을 앓느라 생고생이 심하다.


   하도 병세가 심각해 오늘 아침 동트자마자 병원을 다녀왔다. 제법 규모를 갖춘 병원이었다. 다행히 수속이 원만해 대기시간도 별로 없이 진료를 마치고 처방전을 받았다. 혹시나 싶어 걱정이 태산 같았던 대상포진이 아니어서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병원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아내 어깨를 토닥이며 내 딴에는 위로를 한답시고 그래도 참 다행이야.’ 라고 속삭였다. 아내 안색이 갑자기 굳어졌다. 아차 싶었다. 온몸이 아프고 가렵다며 치를 떠는 아내 속을 공연히 긁어냈구나 싶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 얼른 여보, 한 번 웃어봐.’ 하고 눈치를 살피다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단시가 퍼뜩 생각났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풀꽃 3 전문)


   친환경 조원사(造園師) 알란 차드윅(Alan Chadwick)악마가 침 뱉은 곳에는 어김없이 포이즌 아이비가 자란다.(Everywhere the devil spits, the poison ivy grows.)’ 했다.

악마 탓이라니. 대명천지 문명사회에 그럴 리가 있을라고. 혹시 겁도 없이 자연을 괴롭히고 파괴를 일삼는 인간에 대한 저들의 테러는 아닐는지. 숲을 사는 몇몇 길짐승이나 날짐승들에게는 별미에 속한다는데 유독 인간에게만 치명적인 독을 품다니 말이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풀꽃 한 송이도 애처로워 꺾지 못하는 심성이 여리디 여린 내 오십 년 짝꿍에게 같잖게 횡포를 부리다니, 지구촌 곳곳에서 무차별 테러를 자행하는 인간말종들과 무엇이 다르랴

발칙하고 방자하다. 저들을 숨겨주고 감싸주는 숲 또한 괘씸하다.


   어쩜 포이즌 아이비의 독극물 공격은 맛보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구 생태계 생성과정으로 따지면 새까만 후배녀석들이 대선배 어려운 줄 모르고 설쳐대는 바람에 잔뜩 화가 난 자연이 인간을 징벌하고 저들이 뽐내는 문명을 전복하기 위한 거창하고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바야흐로 인간과 자연이 최후의 한판 승부를 겨룰 결전의 날이 머잖은 것 같아 걱정이다당연히 승자는 자연일 게다. 저들이 인충(人蟲)으로 간주하는 인간만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자연은 억겁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테지만, 불과 수천 년에 불과한 그 쥐뿔같은 문명의 힘을 믿고 기고만장하는 인간은 저들의 선심과, 보살핌과, 적선이 없이는 석 달 열흘은커녕 한 시각도 버틸 수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두 손 놓고 맥없이 매양 기다릴 수도 없는 일, 그래도 기죽지 말고 열심히 살아봐야지. 공연히 짜증부리지 말고 풀꽃처럼 환하게 웃어봐야지. 그러다보면 자연도 웃음꽃 피우는 사람들이 기특해 참 좋아하며 꿍꿍이 흉계를 수정하든가 폐기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자동차 시동을 걸어놓고 아내를 곁눈질하며 넌지시 속삭였다.

여보, 어디 한 번 웃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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