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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다
01/04/2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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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들리로 써본 독후감]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다

조사무


1.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작품 중 <파이돈편에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가 잠시 등장한다그녀는 말본새가 험하고강짜가 심하고바가지 긁는 소리가 마치 깨진 꽹과리처럼 요란한 악처로 알려져 있다남편 소크라테스는 허구한 날 밖으로만 나돌며 땡전 한 닢 벌어오는 법이 없었다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했다크산티페는 삯바느질로 밤잠을 설쳐가며 전처소생인 두 아들과 본인소생 막내를 부양했다어찌 보면 세상평판도 야속하려니와 세상인심 또한 너무 야박스럽지 않나싶다사형집행이 예정된 날 소크라테스는 형무소를 찾아와 대성통곡하는 아내에게 최후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지 제자들을 시켜 억지로 귀가를 시켰다.


2. 현진건 단편 <운수 좋은 날>


   작품의 주인공 인력거꾼은 입이 난장亂場 험하고 음주벽 또한 심한 편이다오랫동안 수입이 없어 막막하던 차에 어느 억세게 운수 좋은 날목돈을 거머쥔 주인공은 거나하게 취한 중에도 산후병과 영양실조로 사경을 헤매는 아내를 위해 설렁탕 한 그릇을 사들고 귀가한다갓난애 개똥이가 헛젖을 빨아대는 요상한 소리에 놀라 짚신도 벗지 못한 채 부랴부랴 방으로 뛰어든다이미 숨을 거둔 아내를 흔들며 “이 우라질 년아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도 못해!”라 외치며 차디찬 아내의 얼굴에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군다.


3. 베르나르 베르베르 단편 <황혼의 반란>


   생산성을 상실한 꼰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인들이 수난을 당한다. 비밀리에 저들을 납치해 몰래 목숨을 앗는 정권에 반항해 일군의 노인들이 호송차량에서 탈출한 후 입산해 게릴라부대를 결성한다버짐처럼 소문이 번짐에 따라 대원들이 급속도로 늘어난다최후의 결전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를 매장하며 주인공 프레드가 탄식한다

노인 하나가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은데.......”

천신만고도 보람 없이 꼰대 게릴라부대는 지리멸렬 흩어지고 주인공 프레드는 정부군에게 나포되어 최후를 맞으면서 집행관을 향해 소리친다

너도 언젠가는 꼰대가 될 게야!”


4.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變身>


   <변신>을 읽었다아무래도 표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애써 검색해보니 원작 제목은 ‘Die Verwandlung’이였고영역본에선 ‘The Metamorphosis’라고 표기되어 있었하지만 ‘변신’이 과연 작가의 의중에 충실한 번역이라고 인정해주어도 되려나, 의구심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변신變身이란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자동사 ‘변신하다의 어간이다소설내용에 비추어 주인공이 딱정벌레로 물화物化한 것은 자의에 의한 능동적 선택이라기보다는 타의에 의한 피동적 결과가 아닐까싶다

따라서 ‘변신이란 표제는 스토리전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억지스런 번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를 대체할만 한 마땅한 용어가 선뜻 떠오르지도 않는다.


   가장인 아버지가 직장을 잃어 앞길이 막막해지자 젊은 ‘그레고르 잠자는 여동생 ‘그레테를 포함한 네 식구의 생계를 감당하기 위해 스스로 학업을 중단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다유달리 책임감이 투철한 주인공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항상 최선을 다한다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딱정벌레로 돌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절망한다

주인공의 자의적 선택과는 전혀 무관한 괴변怪變이며 둔갑遁甲이었다.


   아버지는 딱정벌레로 돌변해버린 아들에 대해 처음부터 적의를 품는다어머니는 마음속으로는 아들을 불쌍히 여기고 안타까워하지만 전처럼 살갑게 대할 수가 없어 소극적 방관자 입장을 취한다평소 자신의 바이올린 재능을 극구 칭찬하며 내년에는 음악대학에 보내주겠다는 오빠의 약속에 감복한 그레테만이 그를 위해 아침저녁으로 음식도 챙겨주고 정기적으로 방청소도 해준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는 동안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결국 오빠를 거추장스럽고 창피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 누이동생이 앞장서서 딱정벌레 오빠를 멀리 내다버리자고 주장하기에 이른다효용가치를 상실한 주인공은 마침내 용도폐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한다눈치코치로 가족의 음모를 인지한 주인공은 제 스스로 집을 벗어날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쓸쓸히 죽음에 이르러 ‘영식(零食)가 되어버린다.


5. 독후단상


   백수로 종일 집안에 칩거하며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기는 남편을 ‘삼식三食라 해서 천덕꾸러기로 취급하는 세상이다집에서 하루  끼만 해결하는 ‘일식一食’는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귀족이다아침과 저녁으로   끼만 집에서 들며 직장에 다니는 이식二食’는 장삼이사張三李四나 마찬가지로 어중이떠중이 축에 속한다.

그렇다면 현대인에게 소크라테스처럼 하루 세끼를 온전히 밖에서 해결하는 ‘영식零食’는 어떤 존재로 비쳐지려나

필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산을 남기고 한창 나이에 스스로 알아서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준 영식이라면 분명 당대 최고의 상남자上男子로 연년이 추모될 터인데 말이다. 

새삼 소크라테스의 입지가 궁금해지는 경자년庚子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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