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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異邦人)을 읽고
06/18/20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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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異邦人)을 읽고

조사무


   하찮은 이유로 반년 가까이 절필을 했었다금년 초 결심한 금연이 계기였다남들 눈치나 살펴가며 뻐끔대야하는 내 꼴이 하도 궁상스러울 것 같아 60여 년 동안 줄기차게 물고 살아온 담배를 끊은 지 이제 반년이 가깝다. 금연을 핑계로 얼씨구나 하고 글쓰기도 쉬었더니 혹시 죽을병이라도 걸린 것이 아닐까 은근히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 같아 건재함을 알려드리려고 오래간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요즘 체력에다 안력(眼力)마저 예전 같지 않아 가급적 길거나 심도 깊은 책을 멀리하고 비교적 얇고 만만해보이는 책들만 골라 읽는다이번에는 최고의 번역서로 인정받는 매튜 워드(Matthew Ward)가 영역(英譯)한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The Stranger 이방인>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짚으며 제법 정성껏 읽었다

<이방인>은 카뮈가 1942년에 출판한 소설이다카뮈는 이 작품으로 1957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한창 전성기이던 1960년 그가 평소 '가장 부조리한 죽음'이라던 자동차 사고로 '부조리한 사망'에 이르렀다사람들은 카뮈의 <이방인>을 실존주의 문학의 정수(精髓) 부조리 문학의 백미(白眉)라고 칭송한다.


   <이방인> “오늘엄마가 죽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한다이어 “아니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라는 서술이 뒤따른다카뮈의 문체는 간결하고 밋밋하고 건조하다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자신과 사회에 대해 낯설게 느끼는또는 주변 사람들이 그를 낯설게 여기는범인(凡人)들과는 생판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괴짜에 속한다

뫼르소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의례적 절차에 따라 엄마의 장례를 치렀다하지만 슬픔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았다그리고 불이익을 당할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솔직한 심정과 느낌을 가감 없이 진술했다그 결과 살인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장례식에서의 태도나 장례 후 취한 일련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사형선고를 받는다.


   카뮈의 <이방인>은 엄마의 자연사아랍인의 피살(타살), 주인공에게 선고된 사형이라는 세 가지 죽음을 통해 인간실존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그리고 주인공의 당당함과 진솔함을 통해 실존의 부조리한 단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부조리는 카뮈가 자신의 철학적 견해를 나타내는 개념이다그에 의하면 인간세계는 부조리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부조리한 상황을 재생산해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에 던져진 인간존재는 무의미하고 맹목적일 수밖에 없다

카뮈는 이러한 염세주의적 입장에서 인간은 반항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사람들이 카뮈를 사상계 또는 문학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뫼르소가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날짜를 기다리는 옥중 장면을 읽을 즈음 프랑스 파리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했다현지에서 생중계하는 화재현장을 지켜보면서 문득 빅토르 유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소설이 생각났다에스메란다라는 집시 여인은 떠돌이 천민이라는 이유로 살인자 혐의를 뒤집어쓴다막상 욕정에 이성을 잃어 범죄를 획책하고 살인을 저질은 노트르담 성당의 프롤로 부주교는 연극이라도 관람하듯 드높은 곳에 앉아 사형장을 내려다본다. 난쟁이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는 이를 보고 자신을 자식처럼 보살펴준 프롤로 부주교를 떠밀어 추락사시킨다.


   실존적 인간은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항상 주체적으로 살기 때문에 긍정적이며 도전적이어야 마땅하다고 한다

가급적 많은 구경꾼들이 광장에 설치된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큰소리로 저주해주기를 열망하며 담담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이방인>의 뫼르소와부조리한 현실에 변변히 저항도 못해보고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노트르담의 꼽추>의 에스메란다이를 과연 실존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차라리 사형장이라고 하는 부조리의 현장에서 에스메란다를 구출해내는 콰지모도의 만용에 가까운 도전이 더 실존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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