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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어디 있나요  | 自作隨筆
07/13/20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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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어디 있나요

조사무


    아이티(Haiti) 선교 팀에 동행한 여학생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수즙은 듯 물었다.

할아버지, 숲이 어디 있나요?”

애를 삭이는 표정이 무척 다급해보였다. 단기 선교여행을 떠나기 전 담임목사가 이번에 사역하는 빈민촌에는 변소가 없다며 급하면 숲에 들어가 볼일을 보라는 농담을 진담으로 알아들었던 모양이다이른 아침 선교지로 나서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충고였으리라즉답하기가 난감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정 참기 어려우면 교회 뒤꼍 으슥한 곳을 찾아가 해결하려무나. 원한다면 멀찌감치 서서 망을 봐줄게.”


   뙤약볕에 후끈 달궈진 산동네, 찌그러진 성냥갑 같은 하꼬방들이 산등성이와 산발치로 닥지닥지했다. 사위를 둘러보아도 숲은커녕 풀밭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소리도 짐승소리도, 하다못해 바람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무더위와 허기에 지친 듯 짖지도 울지도 않는 개나 염소, 돼지들이 저마다 쓰레기에 코를 박고 먹이를 찾느라 바빴다. 허름한 문어귀로 동네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눈망울만 멀뚱거렸다.


   빗물이 검흐르던 역사도, 개숫물이 고였던 유적마저 묻힌, 깡마른 노파 가슴골 같은 개골창엔 바람 한 점도 일지 않는데, 색색이 비닐봉지들이 너부러진 잔가지에 매달려 조기(弔旗) 펄럭이듯 나부꼈다. 분통 터뜨리듯 쓰레기더미가 뿜어내는 열기를 못 참아 몸부림치는 듯싶었다. 올망졸망한 어린것들이 딸린 어미염소, 마치 중력의 법칙이라도 입증해보이려는 듯 축 쳐진 젖통이가 고달프게 느껴졌다. 텃새나 철새들조차 외면하는 저주의 땅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아프리카 노예들의 후예, 저들 삶 또한 애달파 보였다.


   오랜 세월 천혜의 땅을 일구며 평화롭게 살던 카리베(Caribe) 원주민들은 침략군들에게 몰살당하고 카리브 해(Carib)라는 슬픈 이름만 남았다. 침략자들은 카리베 부족이 식인을 일삼는 족속이어서 씨를 말렸다고 주장하지만 저들의 만행을 호도

(糊塗)하기 위한 구차스러운 자기합리화요, 변명에 지나지 않을 성싶다. 오히려 십자가를 앞세우고 총칼을 휘두르며 사람사냥 놀이에 신바람 나던 자칭 문명인들이야말로 야만인이 아닌가

역사란 어차피 승자를 위한 허울뿐인 붓질이라는 지적이 결코 헛말이 아닐는지도 모른다한때 젊은 패기만 믿고 직필(直筆)을 하다가 권좌에게 궁형(宮刑)을 당한 사마천(司馬遷)이 역사를 곡필(曲筆)할 수밖에 없었던 연유를 알만 하다.


   멀리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 곳곳에서 시꺼먼 연기가 꾸역꾸역 피어올랐다갤런 당 18불에 육박하는 기름 값 인상에 온몸으로 항의하는 도시서민들이 벌리는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었다. 인구의 80퍼센트가 하루에 단돈 2불도 채 벌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누가 감히 저들을 향해 폭도라고 손가락질하며 나무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민둥산에 빌붙어 사는 빈민들은 아랑곳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오늘 당장 목도 축이고 한 끼 밥도 지을 수 있는 물 한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산동네에서 기름은 한갓 사치품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할아버지, 숲이 어디 있나요?”

이번에는 단군(檀君)의 후예답게 건장하고 멀끔하게 생긴 남학생이 고의춤을 잔뜩 움켜쥔 채 숨넘어갈 듯 다그쳐 물었다.

아무데서나 갈기렴.”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 눈총이 산지사방에 깔렸는데 어떻게요?”

여기선 다들 그렇게 산단다.”


   말하고 나니 선교본부를 출발한 직후부터 여태껏 참아온 요기(尿氣)가 기회라도 낚듯 한사코 치밀고 올라왔다. 

불고체면하고 아득하니 눈앞에 펼쳐진 남빛 바다에 시선을 붙박은 채 엉거주춤하니 실례를 범했다

눈치를 보던 소년도 어깨를 활짝 펴고 카리브 해를 향해 우뚝 서서 보란 듯 볼일을 보는 모습이 당당했다

젊음이 용솟는 기운찬 오줌발 소리가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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