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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운명하신...)에게서 평화의 빛살을 보았슴니다
10/27/20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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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에게서 평화의 빛살을 본 때는,  약 2주간, 구순의 빙장이 입원한 병상을 지킬 즈음이었다.  당초 배 아픔을 호소하는 빙장을 마침 친정에 머물던 아내가 자신의  차량에 부산히 태운 후 긴급히 인근 병원 응급실에 다다랐다.  대기실 안은 이미 응급 가료의 차례를 기다리는, 불안 초조한 낯빛의 환자들과, 동행한 이들의 좌불안석하며 호명에 귀 기울이는 광경이 애수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었다. 밤 8시 무렵에 도착했으나, 11시가 넘은 즈음에서야 호명 받아 지남철 처럼 응급실 안으로 인도되어, 진단 처치하기 1시간이 지나서야 젊은 의사가 보호자에게, 담석 징후가 악화되어 복통을 촉발한 것이므로, 서둘러 입원해야 한다고 일러 줬다. 보편적으로, 갑작스런 복통 유발은, 체기 또는 급성 맹장과 수반할 때로만 알고 있었는데, 담석과 관련해서 나타난 것이라는 소견에는 다소 의외였다. 돌이 담낭과 담도 주위에 세개가 박혀 있다고 귀띔했다. 빙장은 그동안 자각이 더뎠을 뿐 돌이 다른 장기에 슬리거나 움직이면서 복부 팽만감이 통증을 몰고 온 것이다. 입원한 이후로 필요한 검사를 통해 나타난 복합 질환 중에는 상당한 악성 폐렴도 발견됐다. 염증이 좌우의 폐 전체에 퍼져 있으므로, 물을 마시면 기도로 내려감에, 마시기를 자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같은 중증도에 이르도록 환자가 아픔을 못느꼈음에, 의사는 뜻밖이라고도 했다. 서둘러 담석 제거 수술 일정을 잡는데 있어서 걸림돌은, 고령이어서 개복술은 자제하고, 옆구리를 뚫어서 그곳으로 기구를 밀어 올려 돌을 끄집어 내는 내시경 수술법을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의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철칙이지만, 보호자에게는 격정과 공포와 불안감에 압도됐다. 입원 사흘째, 수술하기에 앞서 수술 찬동서에 서명해야 하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오후 4시30분에 수술실로 들어간 빙장은 9시가 될 즈음에야 나왔다. 세명의 의료인이 병상을 측면으로 붙잡고 있었는데 그중 마취의사가 ‘수술은 잘됐습니다’고 말했다. 전신 마취 증세가 남아 있어서인지 빙장은 산소 호흡기로 숨만 가쁘게 쉬고 있었다. 병상을 따라 다다른 곳은 아이 시 유, 즉 중환자실이었다. 에어컨 가동 상태를 높여 놨는지 원형 배치된 각 병실과 홀 안은 냉기류가 흘러 서늘했다. 진땀 나는 수술의 열기를 식히고자 하는 것인지 환자의 상태 보존을 위함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호자로서는 시원하다는 느낌은 당장일 뿐,  스산했다. 병실 출입문과 붙어 있는 간호사 데스크에 앉아 스크리닝으로 중환자 24시간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의료적 필요 사항을 공급했다. 이 때까지 빙장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부터 수술 경로와 결과론을 들을 수 없음에, 간호사에게 면회를 신청하자 그는 수술 직후 퇴근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순간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동시에 수술 진행이 잘못되어 가책을 느낀 나머지 도망간 것일까… 불신의 골이 생겼다. 간호사는 연신 아임 쏘리 하면서 내일 만나기를 간청했다. 나는, ‘이것은 명백한 의사의 본분 유기 행위이고 병원의 관리 소홀’이라고 맞섰다. 강력한 나의 서슬에 놀란 간호사는 슈퍼바이저에게 집도의와 전화 연결을 요청해 통화가 이루어졌다. 내시경으로 관찰한 결과 3개의 담석이 발견되어, 이 중 1개만을 소장께로 밀어 넣고 2개는 박힌 부위를 확장만 해 놓았다고 말했다. 설명을 들었지만, 수술 환경에 대해 짐작하지도 못함에, 의구심만 가중되고 답답한 마음은 증폭됐다. 통화가 끝 날 즈음, 옆 병실에서 병실 밖으로 나온 여성이 슬프게 울기 시작하면서 통곡으로 이어지고 이내 홀 안에 가득 찼다. 문득 기웃거려 본 병상에는 여성의 아버지인듯한 남성이 입을 벌린 채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 아마도 소생이 불가능할 것을 짐작한 딸의 애끊는 오열이었다. 무거운 한랭 전선이 팽창하거나 짙은 잿빛이 소용돌이 치는 곳 아이 시 유는, 듣기 좋게 회복실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중환자실이라고 통칭되는 이유는, 치료해야 하는 내부 환경이 열악하다는 공통점과 결코 멀지 않아 숨결이 잦아지면서 멈추는 시기만 다를 뿐인,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만의 수용 시설이기에 그렇다. 6시간여를 머무르는 동안 나는 북극의 한 얼음 판 위를 찬 냉매에 피폭된 채 환자의 수술 후 나타나는 생화학적 변화 동태를 면밀이 지켜보는 워치독이 되었다. 그렇게 관찰중에 발생하는 상황, 즉 맥박이 느리거나 일시멈추면 스태프들은 일사불란한 의료 처치와 머신의 컨트롤로써 상태를 향상함으로써 마치 꺼져 가는 불씨를 살리듯이 행동한다. 다행히 빙장은, 체내에 남은 마취의 영향 때문인지, 배가 불룩 솟았다 내려 앉는 물결 호흡만을 되풀이했다. 틀니를 뺀 빙장의 양 볼은 움푹 패었고, 합죽한 입을 벌려 날숨을 뱉거나 들숨을 들일 때는 입 주위가 함몰됐다 불룩 솟는 모양을 보였다. 그것은 마치 이생에서의 시름을 토하듯이 폐부를 찔렀다. 참 지루하고 초조한 시간이 흘렀을 즈음 3명의 스태프들이, 일반 병실로 환자를 이동시킨다고 했다. 일촉즉발의 위기만큼은 마침내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자 긴장했던 근육이 이완되기 시작했다. 상위 3% 환자만이 요행으로 중환자실을 벗어 나지만, 그러나 여기서 생명 보존이 보장되는 전제는 아니다. 보호자의 긴장감이나 급박한 마음을 다소 중화시킬 뿐이다. 1인 병실로 옮긴 이후 빙장에게는, 여러가지 의료 기구가 몸에 부착되었다. 산소 호흡기가 두 콧구멍에 끼워졌고, 링거 튜브와 담즙 받는 비닐 주머니, 검지에 끼운 빨래 집게 모양의 체온계가 손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환자식은 공급되지 않았고, 심지어 물 마심마저 제한했다. 담석 제거의 우선 치료보다는 폐렴 증후군이 악성으로 치달아, 물은 곧바로 기도로 유입됨으로써 폐수종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답답한 빙장은, 몸에 부착된 기구를 잡히는데로 떼어 내는가 하면 시트도 걷어 내기에, 두 손에는 두툼한 벙어리 장갑이 끼워졌다. 끼지 않으려고 팔을 허공에 저으면서 저항했으나 간호사의 제압에, 이내 순한 양이 됐으나 곧이어 앓는 목소리가 병실 안을 회오리쳤다. 그러나 전혀 반향하지 않으려니 연민이 솟아났다. ‘일어나시면 안돼요~’ 귓전에다 나직이 속삭이듯 말하자 왼쪽 어깨를 실쭉거리면서 싫은 내색을 보였다. 보호자인 나마저도 당신 편이 아니다는 섭섭한 감정의 발로였으리라 여겨졌다. 고통에 겨웠던 또 한밤이 지나고 아침에 이르자 담당 의사의 회진이 시작됐다. 닥터 박은, 입원 때부터 빙장에게 배정되었고, 닥터 리는 20년지기 주치의사다. 두 의사가 공통적으로 빙장의 병력을 알고 있기에, 빙장에게 시행하는 모든 의료 방식은 빙장의 병세를 호전시키는데 있다고 믿었다. 나는 닥터 리를 볼 때마다 신뢰하는 낯빛이 되었다. 위장 내과가 진료과목인 닥터 리에게 가끔 빙장을 모시고 진료실을 방문했다. 구순의 빙장이 한 말 또하고, 실언을 하더라도 예의를 갖춘 채 같은 답변을 몇번씩 반복하는 태도에서 인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날도 예의 병실에서 환자의 기분이나 불편 여부를 물어본 후 병실 문을 나서는 닥터 리를 뒤따라 가 몇마디 대화를 나눴다. 보호자와 의사가 관찰한 상태는 자못 달랐다. 빙장은 매우 위험한 지경에 처했다고 했다. 수혈을 했고 고단백 링거 액체를 체내에 흡입, 생존 연장과 통증 진작을 시도해 봤으나, 밑빠진 독에 불 붓는 식이 되고 말았다. 다가오는 순리에 입각해서 운명 맞을 준비를 하라. 판사의 준엄한 판결 선고를 듣는 양 감자기 머리 속이 하얘졌다. 연명의 수단은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당장의 위로는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큰 비애를 낳는 일이다. 운명의 순간… 상상 속의 저 멀리에 있다고만 느낀 감정이 성큼 내 옆에 바짝 와 있다니 전율이 일었다. 여전히 빙장은, 두꺼비 배같이 부풀더니 이내 등짝에 붙는 모양의 숨쉬기를 반복한다. 링거와 수혈을 차단하고, 대신 모르핀 액체를 투여했다. 고통 없이 편안히 운명의 길목으로 접어 들도록 하기 위하여… 잠시 후 생리 반응도 측정 대형 산소 호흡기가 철거되고 단순 호흡기로 바뀌어졌다. 파도 치듯 하던 숨쉬는 배 모양이 차츰 잦아들더니 어느새 수면 제로가 됐다. 불독 같은 외모의 올드 간호사가 청진기를 빙장의 가슴께에 대보더니 ‘셧 다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민하게 촉각을 집중했기에 들었지 아니면 그마저도 뭍힐뻔 했다. 그 힘들게 온 얼굴을 움직이며, 아직 살아 있음을 숨짓으로 보이던  빙장의 얼굴빛은 백옥이 되고  찬연한 빛이 신비롭게 뿜어져 방 안을 밝혔다. 아, 이 광경이 진정한 사자의 빛살이고, 그 빛은 신의 정기였다. 지켜 둘러 선 가족들이 ' ' 아... 참 행복을 향유하시고 떠나셨내요~ '로 합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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