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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국  | 오늘
05/13/2020 08:56
조회  458   |  추천   8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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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밤 늦게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좋은 엄마가 되 주어서 참 고마와요' 


가슴이 덜컥한다.


아 유 오케?


내가 묻는다. 

내가 갑자기 엄마 생각날 때는 아플 때나 마음이 불편할 때인데.


늦게 까지 일을 하고 돌아와서 지난 번 끓여다 준 미역국을 먹으면서 내 생각을 했다고.


그랬구나!  


*  *  *


딸은 결혼하고 나서 사위가 음식을 잘 한다고 

김치도 사위가 망치부인 김치를 요리책 보고 맛있게 만든다고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사양하곤 한다.


해서 나는 딸네 집에 음식 나르는 친정 엄마가 아니다.


이번 코비드 19 사태로 사위가 바쁜 것 같아서

마음 먹고 미역국 한 솥 끓여다 주었는데 오래도 두고 먹는다.



그러고보니 딸이  미역국을 좋아하는 걸 잊고 있었네!


파란눈의 며느리가 손녀를 낳았을 때 미역국 이야길 하니

흥미로와하기에 신이 나서 한 솥 끓였더니 

한 술 뜨고는 So Different (아주 다른 맛) 이라며 수저를 놓았다.


그리고는 친정에서 먹은 쥬이시 맛쬬 볼 치큰 수프를 끓이더라.


나도 배워서 끓여주니 맛있게 먹네.


맛쬬 볼 치큰 수프는 우리나라 수제비 비슷하다고나 할까

입에 부드럽고 만들기도 쉽다.


아무렴

누구에게나 엄마가 해 준 어릴 적 부터 먹던 음식이 제일 맛있지.


 

따스하게 맛있게 

엄마와 함께 먹던 기억들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서.









바닷물 국

오랜 만에 집에 온 딸하고 미역국을 놓고 마주 앉았습니다.

멸치 다시에 홍합, 모시 조개 몇개, 미디엄 사이즈 깐 새우 몇마리,
마늘 탕진 것 듬뿍 넣고 참기를 한방울 떨구고.

맘(Mom), 
난 어릴 때 부터 먹구 자라서 잘 몰랐는데 미역국 처럼 독특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처음에 좋아하기 힘든 음식도 없을거 같애. 
소고기 국물말구 이렇게 멸치 다시에 끓일 땐 국 한 그릇이 
마치 맑은 바닷물을 한웅큼 퍼낸 것 같애. 
그속에
들어있는 새우, 홍합들이 그대로 바닷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지 않우? 
맘은 내가 왜 미역국을 바닷물 국 (Ocean Soup)
이라고 하는지 알겠지?

며칠 있으면 우리집에서 며칠 묵고 갈 몇명의 대학교 때 친구들을 
염두에 두어선가? 
집 떠난 지 오래되서인가? 
자신의 잔뼈를 굵게한 미역국을 객관적으로 벽에 붙인 그림보듯 
조명하는게 새삼스럽습니다.

어째 좀 다른 음식 먹던 사람들한텐 맛이 많이 낯설겠지? 
좀 미끌거리고 너무 바닷냄새가 나서 처음 먹는 사람은 싫어할까? 
그러면 네 친구들 오면 안 끓이지 뭐.

괜챦아, 의외로 좋아할지도 몰라. 맘이 원하는대로 해.

멀리 있는 아이들이 가끔씩 집에 돌아오면 
왠지 모르게 나는 꼭 미역국으로 시작을 합니다. 
아이오다인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빼곤 
뭐 다른 영양분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도. 

아마도 미역국으로 몸풀고 나서 젖 내어 먹이며 품안의 자식을 즐기던 
그 기억을 살리고 싶은 것인지 
아이들 생일마다 올리던 그 조촐한 아침 생일상들의 기쁜 기억 때문인지

그러고 보니 미역국 주위엔 온통 엄마로서의 흐뭇한 기억뿐입니다.

맘, 그런데 이 세상에서 미역국 먹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 밖에 없는 것 같애.
어딜 가봐도 미역국은 그 비슷한 것도 없던 걸.
요즘엔 더러 생미역을 샐러드에 야채랑 섞어 먹기도 하지만….

큰 다행인건 그 동안 딸은 여러 대륙을 여행하며 
폭넓게 코스모폴리탄 입맛을 개발해서 
어느 나라 음식이든 만든 사람 성의를
고마와하며 즐기며 먹습니다.

아참, 너 고래들이 산후에 미역 먹는 거 아니?

정말?

그럼,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 나오던걸. 
엄마 고래가 미역 먹고 젖 을 쭉 짜면 아기 고래가 옆에서 받아먹더라. 
조준이 잘 안되면 아줌마 고래들이 그 큰 몸들로 밀어서 수유를 돕더라.

와 그거 재밌네. 미역국 먹으면서 내가 새끼 고래처럼 생각되네.

엄마랑 딸이랑 오랜 만에 마주 앉아 맛있게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교포아줌마 올림, 2005년












                                                               Yiruma, river flows in you


이천이십년 오월 13일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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