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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 2.0
12/13/20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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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보수의 위기라는 게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시작된 보수의 위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화 시대 30년을 돌아보면 보수가 늘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자민련의 존재에서 볼 수 있듯 보수는 나뉘어 있기도 했고,

2004년 탄핵 사태처럼 정치적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다.


문제는 현재 보수가 직면한 위기가 앞선 위기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자민련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이 보수 주류로서의 안정적 지지를 유지했고,

2004년 총선의 경우에도 진보에 맞설 교두보를 확보했다.


누구는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을 주목해 보수의 위기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현재 보수는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 

그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2004년 상황과 비교할 때 보수의 구심을 이룰 확실한 리더가 눈에 띄지 않는다.


2004년 당시에는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한 박근혜 당 대표와 시정을 맡고 있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보수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했다.


‘안보 보수’와 ‘시장 보수’를 대표한 두 사람은 2007년과 201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보수의 시대를 열었고 또 계승했다.


최근 보수의 정치 리더들을 보면 당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에 필적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정치 리더십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기엔 개인적 스토리와 시대적 가치가 결합돼 있어야 한다.


당대 시점으로 돌아가면,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민주화 투쟁이라는 스토리에 군부정권 해체와

문민정부 등장이라는 가치가 녹아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성공한 샐러리맨이라는 스토리에

민주화를 넘어선 선진화 시대 개막이라는 가치가 더해져 있었다.


현재 보수를 대표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김무성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그런 스토리와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둘째, 보수의 철학적 빈곤이 보수의 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 보수를 지탱하던 핵심 이념은 ‘박정희주의’다.

박정희주의는 경제성장이란 목표를 위해선 인권을 포함한 민주주의를 유보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을 이룬다.


결과를 위해선 과정은 무시해도 좋다는 성장만능주의가 시장 보수로 거듭났다면,

국가를 위해선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반공권위주의가 안보 보수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박정희주의의 두 적자(嫡子)인 안보 보수와 시장 보수의 전략적 공존이 보수가 가진 힘의 원천이었다. 


주목할 것은 이 박정희주의가 역사적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담긴 시대사적 의미는 공익과 사익을 구별하지 않는

약탈적 경제 운영에 대한 거부, 국가정보원 등에 의한 두려움의 동원을 핵심으로 하는

권위적 통치 방식에 대한 거부,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 사회·문화에 대한 거부였다.


성장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어떤 성장을 이루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불평등을 심화하는 성장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가는, 박정희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이 요구되는데도 불구하고 보수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보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또한 진보에 문제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한국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선 보수와 진보 간의 생산적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수가 직면한 위기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보수가 진보의 경쟁 파트너가 되기 위해선 두 가지가 중요하다.

먼저 보수의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돼야 한다.

보수 성향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해야 한다. 


더불어 보수의 정치 철학이 혁신돼야 한다.

박정희주의가 한국적 ‘보수주의 1.0’이었다면, 지금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보수주의 2.0’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와 일본 아베 정부는 그 평가를 유보하더라도 한국 보수는 서유럽 보수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영국 캐머런 정부의 ‘따듯한 자본주의’, 독일 메르켈 정부의 ‘탈이념적 포용주의’는

보수주의 2.0을 성취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박정희주의는 지나간 시대의 보수적 가치일 뿐이다.

빠르게 전개되는 정보혁명 시대에 걸맞게 공동체·사회통합·점진주의와 같은 보수의 고전적 가치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은 보수주의 2.0에 부여된 정치 철학적 과제일 것이다.


보수의 위기를 지켜보는 중도 진보 성향의 한 사회학 연구자의 생각을 적어둔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122051035&code=990100#csidx48700e947074e8a81f3023a9eb61ed1

박근혜 탄핵, 보수의 위기, 안보 보수, 시장 보수, 보수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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