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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 사노라면
11/20/2017 04:40
조회  613   |  추천   16   |  스크랩   0
IP 71.xx.xx.178


차 한잔의 여유





어머니 이것봐요 어린참새가 들창밑에 얼어서 죽어있어요
간밤에 귀뚜라미 춤추던 그곳에 오들오들 떨면서 죽었겠지요..





아직은 내 고향마을 통영에 살 때니까 국민학교에 들어가 겨우 한글을
깨우쳤을 때 쯤.. 여덟살, 아홉살.. 내 친구 선이들과 우리집 봉창이 높게 뚫어진
그 바깥의 우덜 키높이 만큼의 흙돌담 좁은 벽사이에 넷이서 옹기종기 쪼그리고 붙어앉아
저런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아랫집 옥이조모는 지나시다 멈춰서서 꼭 한말씀 하셨는데
흰머리카락을 너풀거리시면서 고개를 흔들어대시며 조막만한 것들이 뭔헛소리들
이냐시며 ‘야들아, 속시끄럽다 고만들 하고.. 느그옴마들 어데갔노?’





갈란다 갈란다 나는 갈란다 인당수 푸른 물에 빠져 죽으러
어머니 어머니 웬 말씀이요 저를 두고 가신다니 웬 말씀이요..





그렇게 계속 고개를 흔들어대며 ‘쯧쯧’ 거리고 떠나시면 우리는 또
다른 노래로 한층더 슬프고 애닯게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청승들을 떨어대곤 했다.
춥고 배고프고 들리는 거라고는 앞동산의 스피커에서 이미자의 노래들과 12 시 정각에
집에는 먹을 것도 없는데 점심 먹으라고 ‘오~~’ 하고 사이렌이 불어댔던 시절





그 중 젤로 부자집 딸이던 정선이네는 논밭도 많고 배도 두 척이나 있는
선주네 였고 생선가게에 술도가까지 있었는데도 늘 가난뱅이 우덜하고 같이 놀면서
춥고 배고픈 시늉을 잘하기도 했는데 도토리 키재기로 다 고만고만 했지만 눈이 커다랗고
까무짭짭하게 생긴 갸는 조금 작은 키를 고개를 빳빳이 들어 맞추기도 하면서






배고픈 네마리의 닭들은 주정선이네 술도가로 숨어들어 술찌거미로 배를
불리기도 하고 어느날은 곯아 떨어져 창고에서 잠이들기도 했는데 불려온 엄마들은
죄인들처럼 얼굴이 시뻘게져서 각자의 아이들을 들쳐업고 그 집을 나설때면 누구는 궁둥이를
아프게 얻어맞고 머리를 쥐박히고 어린것이 벌써부터 집안살림 거덜낼 짓을 한다며
종아리에 거머리가 기어가게 맞고 그러면서도 모여 같은 짓들을 반복하기도..





이름자들에 착할 선 (善) 을 사용했던 그녀들은 환갑의 옥이조모같은 모습으로
‘느그옴마 어딨노들?’ 자식교육 잘못 시킨 남의 아이들 참견하면서 늙어가고 있을까?
아니면 ‘아이 아 (兒)’ 자를 써면서 예닐곱 아이쩍 생각하며 노는 늘근소녀들이 돼 있을까!
밥공기에 나무토막들 담아놓고 차 한잔의 여유라며 나처럼 궁상이나 떨고 있을까..


비말 飛沫


차 한잔의 여유, 감초대추계피감껍질, 달 별 햇살, 도마뱀과 노랑새,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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