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ashp
비말(Splashp)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01.20.2017

전체     35569
오늘방문     31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0 명
  친구 새글
등록된 친구가 없습니다.
  달력
 
엄마 안녕 (작별)
01/18/2018 19:38
조회  1055   |  추천   15   |  스크랩   0
IP 97.xx.xx.47





'죽어도 무덤속은 싫다! 죽은 후에 편안하게 누웠다고 무에 그리 좋을거냐' 시며 내 품으로
품어 키운 내 새끼들 가고 나면, 얼굴도 이름도 모를 조부모 무덤에 무슨 정성이 뻐쳐서
'손주들이 계절 바꿔가며 꽃가지 꺽어들고 찾아와서 풀베고 절하고 하겠느냐' 시던..

세월이 지나 아파트를 짓고 새 건물들이 들어서면 파헤쳐진 무덤속의 뼈가 어느집 강아지들
노리개가 되어 뒹굴지도 모르는데 '그건 싫다' 시며 자식들이 토를 달을라 치면 무서운
말로 입을 막으시던 울아버지, 엄마! 두 분 살아 생전 그리 의좋고 깨볶는 원앙짝도
아니셨건만 어찌 그 마지막을 원하는 소원만은 두 분이 똑 같으셨던지..

십 이월 마지막 날, 자그마한 체구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셨던지 당신 키만한 가족들
겨울옷과 담요를 손으로 빨아 느신 후 물기 머금은 그것들이 고드름을 메달고 마른동태 마냥
빨랫줄에 뻣뻣하게 메달려 있을 즈음 머리가 아프다시며 진통제 두알 드시고 '잠깐 누웠다 일어나마!'
시며 자리에 누워셨다는데 영영 못 일어나시고 뇌출혈이라는 병명 하나만 가르쳐 주시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로 엄마는 떠나 가셨다.. 당신이 늘 소원 하셨던 것처럼
아주 조용히 자식들 맘고생 몸고생 시키지 않으시고.. 단 몇 시간만에!

그 날 나는 종로통에서 친구들과 함께 망년회를 보낼 계획에 언니네서 온 하루를 보냈다.
식목일날 가신 아버지와도 한 해의 마지막날 가신 엄마와도 나는 마지막 인사를 나눠지 못했다.
막내딸만은 박봉이라도 공무원한테 시집보내지 사업가한테는 절대 않줄거라셨던 엄마.

내 나이 스물부터 사모으시던 그릇들이 삼십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엄마의 그릇들을 쓰고 있다.
막내딸 시집보내기 전엔 눈도 못 감겠다시더니 무에 그리 바삐 갈 일이 있으셨던지 자정을 알리는
쾌정이 울리자마자 곧 다시 깨나기라도 하실듯이 얼굴에 주름까지 지우면서 환하게 웃으시며
가시던지 겨우 육십년 세월 채우시느라 그 모진 고생 험한 세상 다 겪으셨던지..





'여자는 엉덩이가 무거우면 않되고, 남의 집에 갔을 때 안주인이 부엌엘 가면 함께 가서
얘기도 하고 일도 돕고 해야지 '손님 입네' 하고 다른 이들과 노닥거리고 있는 건 빵점 짜리고..
죽으면 썩어질 몸 아끼느라 요리 조리 일 무서워 피해 다니는 여자는 천하에 아무 쓸모없는 망종 이다'
시며 말의 높낮이도 없이 늘 조용히 지나는 말처럼 이르시던 우리 엄마.

'마늘 각시' 엄마는 하얗게 곧게 가른 앞가르마에 동백기름 발라 한 올 흐트러짐없는 쪽진 머리를
양손바닥으로 만지고 또 만지시고 보일듯 말듯 사알짝 내비치던 이마께의 파아란 실핏줄이 엄마의 강인한
성품을 보여주는 듯도 '야무치' 라는 아명처럼 늘 부지런하고 척척 어떤 일이고 잘 해내시던 '콩쥐'
라고 내가 붙인 울 엄마의 다른 이름은 가끔씩 어린 내가슴을 싸아하게도 만들었다.

당신에겐 너무도 귀해서 당신의 키를 넘겨 커버린 두 딸들 설겆이 조차 시키기 아깝다시며
'이 담에 시집가면 하기 싫어도 다 해야 하니까~ 엄마하는 것 잘 보고 제대로 해라!' 시며 혼자 해내시던
남의 집에 가면 몸 아끼지말고 바지런하게 움직여 가정교육 잘못 받았다는 소린 듣지않게 하라며
말수가 짧으셨던 분이 그런 말만은 지치지도 않고 하고 또 하시고.. 참 자주도 하셨다.

엄마 길 떠나시던 날은 정초에 휴일에 진눈깨비까지 날리며 모든 것들이 마비되고 더디기만 하더니
백제화장터 화로에서 한줌재로 되기까지는 '찰라가 그리 짧은 것일까' 싶게 호상이라며 좋은 일 많이하신
심성 고운 분이시라 날씨도 부조를 한다며 덕담들을 했지만 아버지를 보내드린 어느 산기슭에
엄마를 보내 드리고 머리 파묻고 복받치는 울음 한끗 털어낼 무덤 하나없는 청개구리
자식들은 오늘도 '개굴 개굴' 가슴으로만 물기없는 빈울음만 삼키고 있다.

1981 년 12 월 31 일 먼길 떠나신 엄마
1 월 1 일 2011 년 새벽에

비말 飛沫


엄마 안녕 (작별), 12 월 31 일, 청개구리 자식들은, 세월은 가도
"책속의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블로그의 인기글
1 ㆍ 2 ㆍ 3 ㆍ 4 ㆍ 5

엄마 안녕 (작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