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窓門)
12/04/20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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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窓門)

 


. . .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바람 한 점 없이 하늘은 푸르고 내려 쬐는 햇볕은 누구나 쉽게 눈을 감게 만드는

늦은 봄날 나른한 오후 세시쯤이었다나는 아래층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누굴까?’ 생각하며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키가 작달막한 우편배달부가 대학노트 크기만 한 소포를 한 개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소포 왔는데 여기 수취인 란에 서명 좀 해 주실래요?”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소포를 받아 들고 배달부가 내어 미는 분홍색 종이에 서명을 해 주었다

배달부는 돌아가고 나는 열려있던 현관문을 닫아 잠근 다음 식탁 테이블로 갔다

어디서 소포가 왔지?’ 생각하며 발송지 주소 란을 보았더니 워싱턴 D.C 였다.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했다.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가만 가만 포장을 뜯었다.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가? 도무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봉투 안에서 나온 것은 두 가지였다

백악관 문양이 배경으로 깔린 두꺼운 고급 화선지로 된 임명장과 조그만 노란색 봉투 한개였

그 작은 봉투 안에는 명함 크기의 두 배쯤 되는 두 개의 카드가 들어 있었다.

 

백악관(White House)에서 보내온 장관 임명장이었다. 대통령 서명까지 확실했다

함께 보내온 조그만 봉투 안에서 나온 것은 백악관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비표였다

비밀 번호는 100425-XXXX. 비밀이니 다 밝힐 수 없다

한 개는 차량 부착용이고 한 개는 목에 걸게 디자인 된 것이었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는 물가도 비싸고 또 여러 가지 비용이 많이 들 것인데하는 생각이 났다

지금 하는 일은 어떻게 하나 조금 걱정도 되었다그러다가 생각해 보니 참으로 공연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이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 가면 거기서 먹고 살만한 월급이야 주지 않겠는가,

 

그리고 또 한편 생각해보니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고국을 떠나 이 낮선 땅으로 인민을 온지 34

생각으로는 짧은 세월일지 몰라도, 사는 동안은 꽤 긴 세월이었다

그런데 결국 세계를 이끌어가는 강대국인 미국의 행정부 장관이 되는 행운이 오다니


다른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며칠 간 휴가를 내어 다녀오기로 했다

올라가서 일단 신고를 하고 시간을 내어 내려와 이사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일찍 죤 웨인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에 올라 워싱턴 D.C.로 날아갔다.

다섯 시간 반쯤 걸려 현지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백악관으로 들어갔다

정문에서 비표를 보여주니 경비원이 안내를 해 주었다.

 

대통령 집무실로 가서 인사를 하고 막 자리에 앉으려는데, 앞쪽에 한국 대통령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

앉으려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뭔가 말을 하려는데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누군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웬일인가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니 대통령은 보이지 않고, 

내가 늘 내다보는 침실 창밖에서

파란 하늘이 흰 꽃을 함박눈처럼 뒤집어쓴 말채나무(Dogwood Tree) 가지를 헤집고 환하게 웃으며,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침실 동쪽 창문을 통해 보이는 그 나무, 그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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