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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김혜자(nancy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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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냄새
04/13/20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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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입춘에 내린다.

봄이라 하지만 코끝에 스쳐오는 바람이 매섭다. 꽃샘 추위를 피해,

한국 여행 도중 일본 온천을 다녀왔다.

질서 없는 몸의 리듬이 피곤함에 겨운지 심술을 부린다.

여행지로는 기후가 좋고 뜨거운 지하수를 뽑는 온천이 많은 일본이 적격지이다.

마음 한구석, 구멍이 뚫린듯한 타향 냄새와 지친 몸을 용암에 씻고 싶다.










어렸을 내가 살던 집은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적산 敵産가옥이었다.

일본 사람들이 살다간 목조 주택으로 목욕탕과

미닫지가 있는 다다미방 이충집이었다.

유리 창문이 많아 여름은 시원했지만,

겨울에는 추웠다. 추위 때문인지 아버지는 목욕을 즐겨 하셨다.

 

목욕탕의 특유한 공기 냄새.

가마솥이 있는 욕조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면 제일 먼저 아버지,

다음은 어머니, 동생과 내가 했고 동생을 돌보던 언니와 아줌마의 순서로 목욕을 했다

공중탕이 귀했던 당시, 아버지의 습관 때문에

우리는 일주일에 번씩 목욕할 있는 호강을 누린 같다.





목욕의 역사는 그리스로부터 시작된다.

사회적 미덕으로 즐기던 그리스의 목욕문화는 로마 시대에 이르러 화려함이

극치에 달했다. “로마는 목욕 때문에 멸망했다 말처럼 로마인의

목욕탕은 정치를 논하고 곳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쾌락을 즐기는 부패한 장소로 변했다.

 

14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 무서운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었다.

공포의 흑사병이 무삽게 번져 25백만 명이 생명을 잃었다.

공포의 윈인은 물과 관계가 있다고 사람들은 믿었기에

사람들은 더러워도 씻지 않았고, 물을 가까이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목욕탕의 수증기는 병균을 감염시키는 주범이며,

몸의 때는 인간의 2 피부를 보호한다고 믿어 목욕하지 않았다.

오로지 병든 자들만이 치료의 요법으로 목욕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물의 두려움으로 영국 헨리 3세도 공중목욕탕을 폐쇄하였다.

또한,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는 물에는 온갖 병균이 있다고 믿어 64 동안

꼭 한 번 목욕 했다는 기록이 있다.

불결한 냄새가 건강한 사람의 상징이라 믿었던 루이 14세는

이틀에 한 번씩 포도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씻고 새 옷을 갈아입었다.

지독한 그의 불결한 입 냄새와 땀 냄새의 악취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진한 향수와 화장품으로 치명적인 냄새를 제거하려는

프랑스 향수 산업이 발달한 것이다.

오렌지꽃과 히아신스 냄새로 만든 향수는

루이 14세 때 궁정에서 애용한 것이다.



 유럽이 전염병으로 공포를 떨고 있는 동안

미국은 목욕 문화의 선구자가 된다

사회적 혼란의 주범은 열악한 비위생인 생활방식이고

망국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정부는 수도, 배관 및 목욕 시설을 만들고 국민의 생명과 연결된 청결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미국 남북전쟁 후 혁신적인 물에 대한 계몽운동으로

사람과 물은 다시 가까워지게 되었다.

일상생활의 풍조가 바뀌었고 자연을 추구하는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나에게는 목욕에 대해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십 년 전 독일 후랑크푸르트(Frankfurt) 힐튼 호텔에 묵었을 때 일이다.

먼 여행길 피곤한 몸을 풀려고 호텔에 있는 사우나를 찾았다.

남편은 사우나를 즐기지 않아 혼자 나섰다.

이른 오후 시간이라 욕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탕 속에 지친 몸을 다독이며 눈을 감고 즐기는 도중 갑자기

남자 말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내가 잘못 들어온 것인가?

거침없이 알몸으로 활보하는 두 젊은 남자가 보인다.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 옆에 있던 큰 수건을 들고 옆에 있는

사우나실로 몸을 피했다.

 

사우나실은 뽀얀 수증기로 앞이 잘 안 보인다.

차츰 눈이 열리며 앞에 앉은 사람이 희미하게 보인다.

무릎이 서로 닿을 수 있는 좁은 공간에 자연스럽게 벗고

편안한 몸짓으로 누어 숙면을 하는 남자가 있다.

 

그때야 북유럽과 독일의 사우나는 대부분

남녀 공용이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들어가는 입구, 탈의실은 남녀 구분이 있지만

일단 들어가면 남녀가 같은 시설을 사용한다는 것을 미쳐 생각지 못한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대로 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울긋불긋 꽃봉오리처럼 달아오르던 나는 갈증에 배부르게 물을 마신

사슴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마음껏 웃어 보았다.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탈레스 (기원전 624 - 546)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말했다.

물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만물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것의 생명은 물이다.

이 세상 만물은 물에서 태어나고 물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지구의 70%가 바다고, 육지는 30% 인것 같이

우리 몸도 30%의 육체와 70%의 물로 이루어졌다.

나도 자연으로 돌아가 내 영혼을 물속에 잠구며 탈바꿈을 할 때가 제일 좋다.





봄을 질투하는 바람이 싫다.

색다른 풍습에 당황한 적이 있지만,

목욕을 좋아하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대물림을 받아 피곤하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나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습관에 익숙하면 좀처럼 고치기가 힘들다.

머리를 물속에 담근다.

어딘지 축축하고 매캐한 오래된 수증기의 독특한 냄새가 코를 스친다.

복잡하고 헝클어진 무거운 머리가 깨끗하게 맑아진다.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손으로 물을 잡아본다. 주르륵 물은 손가락 사이로 떨어진다.

보고 듣고 만질 수는 없지만, 가끔 나의 어깨를 두드려 주시던

애틋한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물속에서 느낄 수 있다.




바람이 지나간다. 냄새가 향기처럼 퍼진다.

냄새에도 감정이 있나 보다.

까맣게 잊고 있던 기쁜 냄새, 고마운 냄새, 반가운 냄새,

아버지의 특유한 냄새가 뺨을 적신다.

나는 옛날로 돌아간다. 나의 유년은 언제나 그곳에 머물러 있다.

산 잘 타는 사람은 숲에서 죽고, 헤엄 잘 치는 사람은 물에서 죽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아버지는 즐기던 목욕을 하시다

욕조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셨다.


 

 

홀로 남은 것만 같은 외로움.

그리운 냄새가 난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아늑하고 따뜻한 사랑의 냄새 때문에

나는 욕조의 물을 좋아하는가 보다.

외로움도 오래 간직하면 언젠가 꽃으로 피어날까?

말은 하지 않아도 빛으로 속삭여주고

묻지않은 대답대신 따뜻한 마음 한줌이 물위로 떠오른다.

 



사랑의기쁨, 사랑의 향기 그리고 사랑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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