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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涅槃(선열반)(zenilv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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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붉게 (제1편: 고국의 아침)
01/03/201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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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깨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하고 주위를 살폈다. 방안은 캄캄하고 창밖은 아직도 어두운 새벽인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느낌이 왔다. 손길을 옆으로 더듬어 봤다. 어머니 옆에서 내가 잠을 잤었다는 생각이 살아오면서, 어제 저녁에 김포공항을 내려서 또 다시 어머니를 뵙고자 이곳에 왔었던 것이었다.


몇시나 되었을까 하고 밤사이에 벗어놓은 손목시계를 머릿맡에서 더듬거려 찾으려 했으나 얼른 손에 잡히지 않았다. 대략 새벽 서너 時가 될거라는 짐작이 들자 그만 두고 말았다. 다시 잠을 청했다. 이리 저리 뒤척이며 돌아누워 봐도 잠은 오지 않았고, 얇직한 이부자리는 여기저기를 짓누르며 딱딱한 방바닥의 아품을 내게 전달해 왔다. 견디다 못하여 일어나고 싶은 맘이 많았으나 이 새벽에 일어나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아파오는 뼛마디을 옮겨놓으며 날새기를 기다렸다. 잘 주무시는 어머니를 깨우지 않도록 애쓰면서 말이다. 밤과 낮이 뒤바뀐 시간차이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벌써 14년 째다. 그동안 어머니를 뵙고자 일년에 한번씩 1월이나 2월에 철새처럼 한국을 방문해 왔다. 이런 겨울기간이라야만 내가 하던 일에서 몸을 뺄 수가 있었다. "불쌍한 어머니"...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매불망,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잘 돼주기를 바라오던 85년의 星霜(성상)에 같이 곁에서 모시지 못하는 나의 이런 철새인생이 무슨 말인가? 나는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누와 수건을 찾아들고 새벽의 찬 공기를 마시며 텅빈 골목길을 나섰다. 내가 새벽에 할 수 있는 일은 목욕탕에 가는 일이었다. 신선한 뜨거운 맑은 물속에 몸을 담구고 옛날 늙은이들의 염불소리를 되살리면, 나는 마침내 드디어 고향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고향의 아침이 시작되곤 했었다. 몇년 전 부터 어머니를 방문하는 길에 내가 하는 남자옷  홰숀소매상에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기로 작정했었다. 어떤 해는 토끼털로 쏘련사람들의 털모자를 만들어 보기도 했고, 이번에는 서부영화의 "장고" 스타일의 긴 가죽코트를 만들어 가기로 했었다. 소매상이 중간 도매상인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입하여 팔면 상당한 이익이 있었고, 또 남보다 싸게 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로 들락거렸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아돌아 갔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에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하고 가방을 뒤지다가 대학동창 명부가 손에 잡혔다. 옳지... 어느 동창을 하나 불러내서 점심을 먹는 것 부터 오늘 시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지 앞에서 부터 책장을 넘기면서 적당한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 학번별로 소개되어 있었고,또 사진 까지 겯들여 있어서 점심상대를 물색하는 데에는 아주 유용했다. 몇장을 넘기다가 궁굼했던 동창이 생각나자 큰 기대없이 그의 이름 쪽으로 건너뛰었다. 그동안 그가 동창명부에서 항상 공란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냐? 그 친구의 이름과 집주소와 현재의 직장의 내역이 쓰여있지 않는가... 급히 전화기를 들어서 그에게 신호를 보냈다.


누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선을 타고 오는 목소리는 내게 익숙했던 그 친구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누구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쪽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 사람이 갑자기 언성을 높이면서 자기가 박성준이라고 밝히면서 반가와 하는 내색이 전파로 느껴져 왔다. 얼른 식별할 수가 없었던 그 쪽의 갸냘프고 힘없는 음성 속에서 옛날의 억양과 말투가 마침내 되살아났다.   "내가 기"란 확신이 머리에 떠올라 왔는지  존대말을 거두고 예전의 친구로  말투를 바꿔서 이렇게 말했다..


"아! 너로구나...  지금 어디서 전화하는 거냐? 미국으로 이민갔다는 얘기는 들었었다 마는..."


급한 다구침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그의 질문에는 대꾸않고 이렇게 물었다. 


"언제 나왔냐?" 


"몇년 된다...."


"......."  


잠시의 침묵 끝에 내가 다시 물었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고대 앞에 있는 '성서연구원'이란 데서 현재 일하고 있다."


"......."


내가 한동안 대꾸하지 못하다가,


"이럴게 아니라 지금 만날 수가 없겠냐?"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네가 이쪽으로 나올 수가 있겠니?"


"거기가 어디 쯤 되냐? 나는 지금 화곡동에 있는 어머니 집에서 전화하고 있는데..."


"동창명부에는 종암동 어디로 적혀있더라... " 


"高大 근처 어디쯤 되냐?" 내가 다시 물었다.


"고대 정문 앞에 노타리가 있는데, 그 근처의 2층인데 흰색의 건물에 '성서연구원'이란 현판이 걸려있을 것이다"


벅차지는 가슴을 설레며 전화기를 놓았다.  그리고  부산히 서울의 동쪽으로 향했다.  그와 헤어진지 얼마 만인가?  2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던 것이다. 몇차례의 뻐쓰를 갈아타고 서울의 복판을 건너서 마침내 고대 앞의 노타리란 데서 하차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있던 그런 옛날의 고대 앞이 아니었다.  '로타리'라는 것이 예전엔 없었었다.  그러나 이것이 새로 생긴 모양이었다.  그 주위로 상가가 둘려져 있었다.  두리번 거리다가 내 친구가 설명하던 2층 건물이 눈안에 들어왔다. 그 건물의 층계를 올라서서 그의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다음에 계속)


禪涅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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