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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잃어버리기 딱 좋은 방법
05/25/2020 07:22
조회  939   |  추천   16   |  스크랩   0
IP 108.xx.xx.59

오래 살면 자연히 옛정을 그리워하게 된다. 특히 미국에서 은퇴한 황혼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고교나 대학동창들이 이에 해당된다만, 늙어지면 기력도 쇠잔해지다 보니 멀리서 회동하는 장소를 왕래하기란 부담스럽다. 더구나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오고 나서는 만나기도 그러하다 보니 소위 친구, 그것이 동창이었던 오랜 이웃이던, 만나기란 쉽지 않다.


대륙을 상간하다가 보니 요즘같은 인터네트시대에 이메일이 친분을 유지하는 데에 적격이다. 어떤 친구는 꺼덕하면 전화로 불러내서 아들자랑, 처가집자랑, 자기 유학자랑, 사업자랑을 해대곤 했다. 녀석의 자랑타령을 마다하면 그나마도 적조한 생활을 깨는 일도 사라지겠으니, 그저 듣는 척하며 간간이 박자를 맞추어 주었다. 지도 심심해서 그래 해야 했고, 나 역시 그런 처지다 보니......


멀리 살고 또 특별한 일이 아니고야 전화질로 아는 척을 하기조차 어줍은 일이 아니겠는가? 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데 구태어 싫은 내색을 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나로서는 이메일이란 것으로 서로의 정을 통하는 바였으니 전화로 불러내는 것보다야 훨씬 편리하고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았다. 


친구끼리 만난다는 것이 뭐냐? 실상 만나봐자지. 그저 같이 먹고, 마시고, 떠들다 헤어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가벼.

그러나 이메일의 경우는 우선 교통비와 오고가는 수고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왕지사 친구들과 해후하는 것이 그런 정도라면 이메일로 대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자편지질을 해댔지 안았던가?


문제는 답장이 없는 것이 흠이었다. 서로 얼굴을 대하면서 대화를 하면 설혹 말대꾸가 없더라도 표정과 몸짓으로 내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메일은 그게 안된다. 나는 죽마고우의 정을 보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으면 친구끼리의 정을 확인할 수가 없다. 상관않고 10여년의 글이랄지 내 소식을 전했던 바......깜깜 무소식에 격분도 하고 협박도 하고 했지만 함흥차사로 끝나버리고 만다.


처음 몇번은 댓글이 오더 마는, 결국에 가서는 그 마저 끝기고 만다. 그러나 '카톡'이란 것에는 뻔질나케 오고 가더군. 시시껄렁한 "아침밥 먹었니, 요새 변비증세는 어떠냐" 등등의 대화가 전부였다. 그런 곳에서 하나의 논문(?)을 들이대니 모두들 침묵하고 말더군. 유행가 판에서 오페라 아리아나 명가곡을 부르면 흥이 깨지는 경우라 할지. 하여간에 오랜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해당한다.


어느날 앞에 언급한 친구는 그 동네의 모임에 내가 나타났는데 한번도 알은 체를 하지 않았다. San Francisco에서 New Jersey까지 찾아갔은데, 전화질 할 적에는 반드시 이런 말을 끝에 달았었다. 이 근방에 오면 한번 만나자고... 내 이메일이 그곳 사람들에게 forwarding됐던 모양이었다. 그토록 자기 자랑하며 그리워하던 친구가 나를 무슨 이유로 새삼 경원하는 건지, 전에 잘난 척 한것이 민낮이 돼버렸다는 건지...내 앞에 나서지 않으니 내사 무슨 연고 있지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이런 다니까? 제 자랑은 괜찮고, 남이 더 잘하는 것은 못봐주고. ㅉㅉㅉ


禪涅槃

5/2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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