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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때문에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11/16/2019 08:14
조회  740   |  추천   12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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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뒷마당 끝에 채소밭을 일구며 산다. 초봄에 막 솟아오르는 부추로 시작하는 농사는 5월경의 상추로 이어지며 실컷 먹는다. 그리고도 남아서 인심을 쓰며 나누어 준다. 작년에는 근대와 "칼라드 그린"(collard green)이란 무우과의 채소를 많이 수확했었다. 금년에는 풋고추와 호박이 너무 많이 나와서 김치로 담갔다가 시어지면 돼지고기를 넣고 찌개도 끓여먹는다.


많이 열리는 호박을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도, 일부러 와서 가져가라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엊그제에는 주고 싶은 두어 집을 찾아서 한바퀴 돌며 대문고리에다가 호박 봉지를 매달아 놨었다. 아침 일찍이라서 벨을 울리거나 문을 뚜두리지 않고 살짝 걸어놓고 돌아왔다.


집사람은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전화로 이 사실을 미리 알렸는가를 물었다. 그집 문깐에 오래 매달아 두면 호박이 시들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아침 8시부터 호박 두어개로 호들갑을 떨기 싫었다마침내 압력에 굴복하고 그 분들에게 전화해서 알렸다. 그중 한 집이 인근 농장에서 최근에 사온 옥수수가 많아 고민하던 차였다고... 내 호박의 답려로 우리 집에 가져다 주겠다는 거다


심심하던 차라 오시라고 해서, 그 다음날 그들과 마주앉게 되었다. 모처럼의 손님이라서 일부러 소고기 국물까지 만들어 놓고 냉면을 준비하며 설쳤다그런데, 그 방문한 바깥 양반이 식탁에 마주 앉자 마자 "자기네는 곧 일어서야 한다"는 거라. 아니 이럴 수가 있냐? 집사람은 아침 내내 청소를 하며 이것저것 옮겨 놓으며 부산을 떨었다. 헌데, 손님이 집 안에 들어서자 마자 가야한다는 것이다.


집사람은 "아니 모처럼 오셨는데, 왜 금세 일어서신다고 그러세요. 냉면을 준비했으니 잡수시고 가세요." 자기 부인이 벌써 부터  한번 방문하고 싶어했다고 여러번 말했었다는 말까지 곁들이였던 차다. 그러면서  곧 가야 할 이유 부터 줏어 섬겼다가만히 들어보자 하니, "방금 먹고 왔다"... 어디 갈데가 있다..." 등등의 이유를 대는데, 아무리 정성껏 준비했다 하더라도 꼭 먹고 가라고 우기는 것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집 사람을 불러세웠다


"여보! 이 분들이 당신을 위하여 존재하시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남의 형편을 무시하고 자기의 뜻을 밀고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구!" 당신이 수고를 많이 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서도.........어디에 곧 가야 한다지 않오! 그들이 곧 가야 하지만 기왕에 상 앞에 앉았으니 좋은 말로 달래 볼 생각으로 이렇게 농담삼아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화를 예로 들었다. 


"어느 젊은 애인들이 마주 앉아서 로맨틱한 분위기에 젓어 촛불까지 켜놓고 바야흐로 정겨운 식사를 시작하려던 참이었읍니다. 그때의 순간에 감동되어 여자에게 한다는 말이, '우리는 이런 식사를 언제 또다시 하게될 것인가?'를 물었다"는 이야기가 있읍니다.  이제 막 오셨으니, 다음에 할 일은 잊어버리시고 지금 시간을 즐기심이 어떨까요? 기왕 오셨으니...


결국 우리 넷은 냉면 한 그릇씩 맛 있게 뚝딱했지 않았겠나. 그 손님들은 두어 시간 동안 이 얘기 저 경험담을 끝없이 늘어놓다가 돌아갔다. 잘 익은 늙은 호박 몇개를 더 받아들고, 고맙다고 여러번 인사를 하면서.......


그 다음 날 아침, "어제 꼭 잡수시고 가야한다는 주장"을 내가 했었는데, 그 바깥 양반이 "곧 가야한다"고 한 말을 체면 때문에 그랬었는다는 것을 당신은 못 알아차리더군...그리고 영 감을 잡지 못라고 딴 소리를 하더군"하며 집사람이 웃었다나는 사실 "곧 가야겠다는 그의 말들"이 이런 체면의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하는 말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다가 막 들어선 마당에, 곧 돌아가야 한다는 말 부터 꺼내며 상 앞에 않을 이유가 뭐란 말이냐? 그 사람...,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해가면서 사람을 혼동시키는가?  거짓말을 자주하면 버릇이 된다구. 그래서 그런지, 한국사람들은 거짓말을 밥먹듯 하지 않오? 


"그게 체면 때문이란 것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요? 그런 걸 알아차리고 사는 것이 삶의 지혜요. 그래야만 사람 사는 것이 수월해진다는 말이오!" 특히 한국사람들 한테는. 세상을 쉽게 살려면 이런 작은 거짓말을 해야 하고 , 또 곧 알아 차리는 것이 사람사는 멋이 있다고? "사물을 바로 보고 판단해야지..., 체면 때문에 겸양했다고 넘겨 짚으면서 자기를 내세워서야 쓰겠오? 


집사람이 이에 지지않고, "사물을 바로 본다는 것이 바로 그 체면 뒤에 숨겨진 그 사람의 본 뜻을 알아차리는 것이요. 미안하니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이거요. 하지만 같이 즐기고 싶다, 그래서 방금 먹었다, 어디 가야 한다라고 둘러댔던 거예요"


"바로 본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니, 그가 변명해야 했던 뒷면을 짐작하는 것은 당신의 해석이지 않오. 틀릴 수도 있지. "말한 대로 받는 것이 본심을 바로 읽는 것이 맞는다구".  내 아내의 해석이 그럴듯 하면서도, 있는 사물을 그대로 본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일까?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불교 (Zen Buddhism: 한국에서는 禪宗)란 것이 있다. 그곳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어떤 큰 절에 고승이 계셨는데, 그 분이 승려들을 모아놓고 설법하는 중에 "부다"의 가르침으로 이런 공안(Koan 또는 화두)을 회중에 던졌다. , "내게 매미의 소리를 가져오라".


매미의 소리는 들으면 되는데, 어떤 물건처럼 가져오라니... 바로 이런 문제가 세상을 복잡하고 혼돈스럽게 한다. 모든 공안에는 주어진 해답이 없다. 이 책에서도 확실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끝낸다. "소리는 물건 처럼 자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니, 이 말의 숨은 뜻을 논리적으로 추리하다"가는 그 뜻을 깨우치지 못한다.


우리들의 사고과정에는 "소리는 물건이 아니다"는 개념이 꽉들어 박혀있어서, 매미의 진정한 아름다운 소리를 결국 듣지 못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떤 형식이나 말로써만 사물을 이해하려는 우리들의 고정된 생각의 장벽을 넘어서야, 비로서 진정한 "부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위의 손님 접대의 경우를 보자. 그가 "집에 들어서자 마자, 가야할 입장에서 왜 왔어야 하는가"고 따지는 순간에, 그의 말 속에 숨겨진 본심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여하튼 "이 순간을 즐기자"라고 내가 말했더니 더 이상의 군말 없이 냉면을 맛있게 먹게 되었다. 그의 행동을 매미의 소리로 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Buddha (붓다)의 말씀으로 받아야 하는가? That is the question. 


禪涅槃

11/16/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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