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1의 비율
09/12/20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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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1의 비율

 

잘 나가다가 퇴직한 어느 전직 은행장이 한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 어떤 사람이 내 사람인가?

내가 어려울 때 사심 없이 익숙하게 도와주는 사람이랄 수 있다. 오른손은 쓰기 쉽다. 어쩌다 왼손을 쓰면 어색하다. 하나, 익숙지 않은 손도 쓰기에 따라 내 사람이 될 수 있다.”


- 임원 인사할 때 기준은 무엇이고, 주로 내 사람을 고르나?

은행장이 되려면 30년 넘게 걸린다. 임기는 3, 취임하면 퇴임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그동안 성과 있는 일을 하고픈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믿고 맡길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다.”


-기준이 있나?

임원이 10명이면 3:3:3:1 비율로 했다. 3명은 서까래 같은 사람들이다. 입 안의 혀처럼 내가 할 일을 맡아주는 사람이다. 오늘 지시하면 다음 날 아침에 답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3명은 내가 뽑지 않아도 임원이 될 분을 선택한다. 눈치 보지 않고 오직 일만 하는 분들이다. 조직의 버팀목 같은 사람이다. 세 번째 3명은 외부 청탁을 들어준 사람들이다. 물론 내부 경쟁자들 중에서 선택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보강해 줄 사람들이다. 조직을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기에 이들은 버팀목과 같은 문설주들이다. 외부와 소통채널을 맡긴다. 나머지 1명은 당장 내가 잘못되어도 바로 뒷일을 맡길만한 대들보 같은 사람을 찾는다.”


- 일만 잘한다면 자기 사람만을 써도 되는 거 아닌가?

등산은 산의 한 쪽 면만 바라보고 꾸준히 걸어야 정상에 오르기 마련이다. 내가 가보고 오르지 않은 저쪽 면은 알 수가 없다. 다른 쪽에 문제가 생기면 금방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조직역량을 한데 모아도 안 되는 일이 생길 때는 다른 한 쪽도 싸안고 함께 가야 한다. 인사는 균형이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라도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해야 하고, 결정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인사가 있겠나. 마음의 빚이라도 진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빚은 말만 잘하면 탕감도 받는다.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면 된다. 4(혈연, 지연, 학연, 직연(職緣))에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탄탄한 검증시스템을 거친 사람도 어려움이 닥치면 그 속의 모든 게 드러난다. 사람은 쉬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설명이 어려운 흠결 있는 인사를 하면 영()이 서지 않고, 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니 무리하게 된다.

 

사람이 먼저다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담은 책 제목이다. 말인즉 귀가 번쩍 뜨이는 솔깃한 제목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말 한 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표를 줬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당선 후 취임사를 통해 각종 인사에도 이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고, 능력과 적재적소 인사를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하겠습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측근 인사’ ‘낙점 인사’ ‘코드 인사쏠림 인사’ ‘내로남불 인사’ ‘밀어붙이기 인사와 같은 잡음이 잇따랐다. 허나, 본인은 지난 취임 백일잔치에서 이 정부의 인사는 역대에 가장 균형 있는 인사, 탕평 인사고 합리 인사라고, 국민이 긍정 평가를 내려줬다고 자화자찬 했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사람이 먼저다가 아니라 내 사람 먼저인사였다특히 요즘 법관 인사 청문회를 보자니 그저 욕지기만 올라온다. 하긴 따져보면, 유독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들도 역시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모두가 달랐다.

 

앞서 말한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도 인사 원칙을 지키려 하는데, 항차 국민에게 약속한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표리가 다르면 신뢰를 잃는다. 지도자는 끝이 좋아야  하고, 끝이 좋으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 또한 역사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문통은 이 취임사를 스스로 두고두고 읽어봐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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