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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야무나 강가의 사람들
07/01/20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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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야무나 강가의 사람들

방용호

 

    나의 해외 근무생활의 마지막 8년을 인구대국의 수도 뉴델리에서 지냈다. 내 사무실이 위치한 야무나(Yamuna)강 근처에는 도시인근에 매혹되어 이주해 온 시골사람들이 장막을 치고 사는 볼품없는 마을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었다. 이처럼 도시외곽의 빈터에 거처를 만들어 사는 빈민촌을 조기’ (Jhoggy)라고 부른다. 조기마을은 내가 월남하여 1951년 부산 대청동 뒷산 기슭에 만들어진 판잣집에서 하숙을 하던 난민생활을 수없이 회상케 했다.

 

    1982세계비동맹국의 선두에 서있는 인도의 수도에는 600여개의 조기마을에 120만이 산다고 했다. 아마도 그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한정된 농토를 대대로 태어나는 자녀들이 나누워 갖다보니, 경작지가 점점 작아지면서 도시임금에 눈이 뜨게 된 사람들일 것이다.

 

    내 사무실 5층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야무나 강가는 하루같이 아침부터 조기사람들로 종일토록 마치 한국시골의 장터처럼 분주했다. 그들에게 야무나 강은 히말라야산맥 기슭에서 시작하여 14km를 거쳐 갠지스강에 힌두 교인들의 성수(聖水)로 흘려보내는 단순한 하천이 아니고, 매일의 삶이 전적으로 의존되는 부양처소인 듯 했다. 물줄기는 그들의 샘물이자 빨래터이고 강바닥은 한때 영국시민들이 런던다리 밑에서 사용하던 옥외화장실과도 같은 곳이다. 강 언덕에는 큰 화장터 여럿이 있는데 시멘트바닥위에 쌓인 10여개의 장작더미가 매일 요란하게 타면서 불길과 연기가 하늘에 솟아 고해인생의 마지막을 전송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계절풍이 찾아오면 그들의 샘터와 빨래터 모두는 뒤범벅이 되어 시시각각 여러 색으로 변해갔다. 짧은 강수기가 지나고 긴 건조기가 이어지면 강가에 제멋대로 흩어진 건조된 인분과 생활 쓰레기는 바람에 날려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여름날에 내리는 눈이 되는가 하면, 조기마을 사람들은 갈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들은 음료수를 구하기 위해 들어난 강바닥을 파거나 더러는 영국 식민지 통치하에서 만들어진 뉴델리 수도관을 부수고 물을 훔친다고 했다.

 

    뉴델리에 짧은 겨울이 오면 조기촌의 긴 밤은 연기가 안개처럼 온 마을들을 감싸곤 했다. 소똥으로 빚어 누룩처럼 만든 땔감으로 밥을 짓고 방을 따뜻하게 하지만, 연기는 굴뚝이 없는 탓으로 솟아오르지 못하고 숨어 나오기 때문이다.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 뉴델리에 바람이 없는 아침이면, 소똥연기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온 조기마을을 안개 속에서 깊은 꿈을 꾸게 한다. 그 조기마을에도 가끔 국기가 높이 달리고 전기 불빛과 더불어 라디오 소리로 축제행사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때가 바로 인도대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정치지도자들을 선출하는 선거철인 것이다.

 

    우리 가족이 인도를 떠나 온지 20년이 지난 2010년 여름 미국의 한 일간지에 발표된 야무나 강가의 조기마을의 생활모습들은 그 옛날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변하지 못하게 방해 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그 옛적 내가 반복했던 질문을 다시 되풀이 하게 했다.

 

    인도는 이웃나라와 큰 전쟁을 치룬 일도 없고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군인들의 쿠데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나의 고향에서처럼 세습정권자의 폭정(暴政)에 의해서 자유와 경제활동이 제재를 받아온 것은 더욱 더 아닌데! 식민지 치하에서도 영재인력이나 언어와 교육의 기회가 약탈당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고등교육뿐만이 아니라 해외유학의 기회까지 제공되어 서구문물에 더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 또 무혈독립까지 한, 어찌 보면 그 많은 식민지후진국들 중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아니었던가!


    세계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인도의 침체(沈滯)성은 건국초기 17년간을 집권한 네루수상의 중립주의 정치체제와 그 후 35년간 그의 딸과 외손자들에 의하여 지속된 사회주의 사상에 현혹되어 자유공업국의 기술과 자본을 외면한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무나 강가의 조기마을 사람들에게 변화가 없다는 것은 어쩐지 나에게는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 따로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원인을 말하라면 의욕결핍증이라는 답이다. 그것은 아마도 미개발국에 만연되어있는 침체성을 유발하는 동일한 고질병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들은 35백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힌두교의 생활풍습의 세습으로부터 변화하려는 의욕은 고사하고 오히려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인도대륙은 옛날 아리안’(Aryan)인종에 의하여 쇄도한 힌두교의 갱생(更生)이라는 교리와 계급제도(Cast)로 훈련된 사람들의 본향이다. 그들은 한 인생이 무엇을 하다가 어떻게 끝나든 다시 태어 날 때는 극락왕생이 보장되어 있다고 제1계급자인 승려(Brahman)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오고 있다. 조기촌 사람들에게 갱생이란 현세상의 온갖 어려움들을 참고 견디며 기다려야만 하는 유일한 희망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승려들은 갱생이란 이름으로 생긴 반항도 불만도 없는 평온한 사회에서 영화를 누리게 된다.


    그들은 남에게 해가되는 행동을 삼가하고 살생을 금하다보니 가축이나 동물을 지나치게 애호하다가 소를 승배하는 생활습관이 생겼는가하면 번성해진 원숭이의 공격을 종종 받거나 독사뱀에 물려 많은 생명(5만여 명)을 잃어도 인간이 할 수 있는 대책이나 방도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마냥 믿고 산다.

 

    그래서인지 야무나 강가의 화장터에서 장작불속에서 고해의 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애달프게 우는 상제들도 유교사회에서 흔히 있는 곡군’(哭群)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한 삶을 살면서 땅을 정복해야할 사회적인 사명이나 모든 생물을 다스려야할인간적인 책임도 없기에 그들에게는 욕망도 도전도 없는 것이다. 평생의 고생으로 사후 주워질지도 모르는 극락세상이 그들이 사는 이유의 전부가 된다. 그래서 그들은 야무나 강가에서 그런대로 행복하게 사는지 모른다. yonghob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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