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사람♪
08/25/20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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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사람/송병운

 

영업용 택시를 탔다. 

행선지를 말하고 아무 생각 없이 차창을 바라보는데 이름패 옆에 

"天生我才 必有用(천생아재 필유용)”이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 글은 이태백이 쓴 장진주(將進酒)의 일부 내용으로 

‘하늘이 내게 주신 재주가 언젠가는 반드시 쓰일 것이다’라는 의미이다. 


이태백은 과거시험에는 응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사람이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중요한 자리에 임명되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다. 

이 글귀는 바로 그러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 택시기사가 어떤 마음에서 이 글을 써 놓았는지 궁금해서 넌지시
“글씨를 참 잘 쓰시네요!” 라고 칭찬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요즈음 자신의 처지를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을 믿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좋아합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정신이 아찔하였다. 


그날 낮 

돈이 많은 동창생을 만났었다. 

요즘 같은 불황속에서도 사업이 번창한다는 자랑과 더불어

 자식을 유럽으로 유학을 보냈는데 한 달에 천여만 원씩 보내주다 보니 

무척 힘들다는 말을 하였다. 

점심을 먹기 위해 그 친구의 차를 탔는데 최고급 외제차였다. 

그 자동차 한 대가 내가 사는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을 만큼 비싼 것이었다. 

자식 유학비 때문에 ‘힘들다’는 말이 자랑으로 들리고 

나는 평생 이런 고급차를 살 수 없다고 생각하니 괜히 주눅이 들었다. 

동행한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전날 저녁에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이 원룸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전화를 했었다. 

그런데 서울의 전세 값이 비싸 돈 걱정으로 우리 부부는 심란한 기분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 친구와 비교하니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만 느껴졌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업료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가난 때문에 아버지를 원망하곤 했었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왜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이렇게 힘든 가난의 어려움을 주실까. 

난 절대로 부모가 되면 자식들에게 돈 때문에 고통 받지 않게 하리라 결심했었다. 

그러나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풍족함보다는 어려움을 물려주는 아빠가 되고 말았다. 

답답한 마음에 처지가 비슷한 친구와 소주 한 잔 하러 가다가 그 기사를 만난 것이다. 

우연히 훌륭한 스승을 만난 셈이다.

사람은 위를 바라보며 살고 싶어 하는 존재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현재의 처지를 비관하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인 것처럼 서글픔마저 드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존재를 지나치게 과시하려는 자세는 결코 좋을 수 없지만 

지나치게 비하하는 자세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축을 틀고 

평소 좋아하던 이문세의 CD를 올렸다. 

그의 노래 중에 <나는 행복한 사람>을 좋아한다. 

볼륨을 높이고 흥얼거리니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의 미래를 키워주는 교육자의 직업을 가졌으니 나는 행복하고, 

비록 자동차 한 대 값도 안 되지만 

우리 가족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더구나 부족함이 많은데도 큰 불평 없이 살아주는 가족이 있으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 택시기사의 말 처럼 

자신을 자랑스럽고 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소중하다. 

언젠가 훨씬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또 그럴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면

 행복은 저절로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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