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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
09/12/201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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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유학와 목회상담으로 석사와 목회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졸업한 학교는 시카고신학대학(CTS : Chicago Theological Seminary)이다. 10년 넘게 시카고 지역 교회 주변을 멤돌다 정착 못하고 발견한 탈출구가 병원 채플린이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중단 없이 꾸준히 과정을 밟으면 자격증 있는 채플린(BCC : Board Certification Chaplain)되는 데는 5년 정도 걸린다. 나는 이제 겨우 1년을 하고 잠시 주춤하고 있다. 그럼에도 12년 넘게 끈을 놓지 못한 모임이 있다. CTS 서보명 교수님이 만든 한국기독교연구소(CSKC : The Center for the Study of Korean Christianity)의 총무 역할이다. 연구소 활동 중 봄.가을로 독서모임을 하는데 이번 가을학기 주제는‘죽음에 대한 이해’다. 다양한 종교와 문학을 통한 다양한 죽음의 이해를 접하게 될 것이다. 채플린으로서 경험한 환자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영안이 떠지길 기대해 본다.


  보통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일상의 삶이 멈추어 버리고 충격으로 인한 무감각과 혼란을 겪는다. 슬픔, 분노, 죄책감, 수치심, 좌절감, 절망감, 안도감 등 개인마다 여러 다른 감정들을 경험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다고 묻어둔 아픔이 해결 되지는 않는다. 슬픔은 표현됨으로 치유가 시작된다. 하지만 정작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갑작스런 부고소식을 접하면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한다. 과연 그럴까?


이창재 감독의 영화 ‘목숨’을 보았는가? 그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암이 온몸으로 퍼져 숨 쉴 때마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던 환자를 만났다.‘단 한 번이라도 아픔 없이 숨을 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가쁜 숨의 고비마다 탄식하던 모습을 잊지 못해 호스피스 병동에서 10개월 머물며 찍은 작품이다. 이 감독은 “그날 이후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늘 나의 삶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사는 게 좋은 걸 잊어버린 사람들이 오늘의 삶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때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다. 복지나 행복의 정도 혹 특정 생활방식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건강에 좋다는 제품에 붙는 수식어로도 널리 쓰였다. 그런데 요즘은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삶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길이라 할 수 있는 죽음을 스스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삶의 자세가 달라지고, 죽음을 알고 생각하면서 모든 것이 더 소중하고 절실해진다.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같은 말인 듯하다. 옛날 로마에서 개선 장군이 시가행진 할 때 노예들을 시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내일은 죽을 수도 있음을 상기하는 의식이었다. 매 순간 죽음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가장 잘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리라. 죽음을 떠올린다고 죽음이 다가오는 게 아니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미뤄둔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다. 위대해서 살아 있는 게 아니고, 살아 있는 것이 위대한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탤런트 김자옥 씨는 죽기 전 방송에서“암은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병이다. (죽기 전에) ‘남편한테 좋은 말을 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지금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대는 아는가? 죽음이 곁에 있기에 오늘의 삶이 찬란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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