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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하는 남성, 유혹하는 여성
11/25/20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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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하는 남성, 유혹하는 여성
마이크 펜스와 빌리그래함 룰로 비춰본 여성의 소외와 객체화

1950년 경 어느 날, 빌리 그래함 목사는 한 모임에 참석한 후 호텔로 돌아왔을 때, 그의 침대에 나체로 누워있는 여성을 발견한다. 그 여성은 빌리 그래함 목사와 목회를 망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빌리 그래함은 그 장면을 보자마자 밖으로 나와서 한 가지 규칙을 정하게 되는데, 그 날 이후로, 자기 아내인 룻(Ruth)이 함께 있지 않으면 어느 여성하고도 같이 음식을 먹거나, 만나거나, 차를 타거나, 여행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빌리그래함 룰과 마이크 펜스

이 결심이 "빌리그래함 룰(Billy Graham Rule)"로 알려진 그의 행동 원칙이다.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사건으로 헐리우드가 떠들썩한 가운데 앨러배마 주 연방 상원 의원 선거 후보인 공화당 소속의 로이 무어의 성추행 사건으로 미 정가뿐만 아니라 교계에도 논란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전에 보도한 바도 있지만, 보수 기독교인이며 대법원 앞에 십계명 돌비석을 세우기도 했던, 주 대법원 판사 출신 로이 무어가 30대 일 때 10대 소녀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여러 차례에 걸쳐 성추행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여성은 그 때 14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아이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30분이나 운전을 해서 집으로 데리고 간 후 몹쓸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문제는 그가 여전히 상원의원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고 있으며 많은 기독교인들과 목회자들이 아직도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목회자들은, “동성애나 낙태 찬성주의자들이 상원의원이 되는 것보다 성추행 범이 되는 것이 낫다”고 노골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여러 목회자들과 사회 지도자들이 빌리 그래함 룰을 받아들여 성적 부도덕이나 타락에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금 현대에서도,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개신교와 카톨릭에서 공히 일어나고 있는 성직자들의 성폭력과 추행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지도자들의 성적 타락을 막기 위한 모범적 절제 수단인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유명 목회자들의 성범죄가 교회를 어렵게 하고 전도에 악영향을 끼치는 현실에서, 이런 노력은 높게 평가될 필요도 있다.

이 규칙과 관련해서, 최근 워싱턴 포스트의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에 관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그는 스스로를 “복음적인 카톨릭”이라고 부르며 결코 그의 아내가 아닌 어느 여성과도 단 둘이 식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술이 제공되는 모임에도 그의 아내가 동행하지 않으면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이런 패러디도 있었다. “마이크 팬스 부통령은 식당에서 웨이터에게 자기 부인이 올 때까지 식탁에서 ‘Mrs. Butterworth'를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Mrs. Butterworth는 팬케익에 뿌리는 시럽 제품이다.

목회자들 중에서도 교회의 여성도와 차에 탈 일이 있으면 운전석 옆 자리 대신에 뒷자리에 앉게 하는 규칙을 가진 이들도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문제는 가해자들!

남녀를 불문하고 성직자들에게는 나름의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성적인 일탈을 막을 규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밀폐된 공간을 피한다거나 공적인 장소를 이용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남녀 간의 관계에 관해서, 여성을 성적인 객체로만 묘사하는 것은 여성이 갖고 있는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달라스 윌러드(Dollas Willard)의 “훈육의 정신(The Spirit of the Disciplines)"에 나온 구절을 인용해서 ”자신으로부터의 소외는 해로운 욕망에 대한 여지를 남기게 된다“고 지적한다. 여성에 대한 이런 편견은 권력 있는 남성들에게 ”강간“의 굴레를 씌우기 위해 주변에 어성거리는 존재들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게 된다. 

때문에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폭력과는 무관한 여성의 옷차림이나 행동 양식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고, 엉뚱하게도 사건이 발생한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피해 여성의 책임이 대두되기도 한다.

또한 이런 이미지는 여성들을 교회의 중요한 지도자의 위치에 세우는 것도 꺼려하게 만든다. 교회의 평신도 수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도자의 성별 비율은 남성들 일색인 점에 비추어 보면, 여성 지도자들이 동료 남성 지도자들과 대화를 하거나 업무상 모임을 갖는 일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여성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제한되고 불편한 일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 목회자들은 남성 평신도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자신의 배우자나 남성 평신도의 배우자가 동반하지 않는 한 목회 상담에 관한 모임을 갖기도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성적인 타락과 이와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 방법이 여성을 객체화하고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이보다는 성폭력을 행한 성직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와 책임의식에 대한 강조가 더 바람직할 듯하다. 성폭력을 저지른 후 합당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목회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목회자들과, 파렴치한 성추행을 하고도 나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고 있는 정치 지도자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기독교 지도자들과 교인들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국가나 교회의 지도자직에 계속 있을 수 없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특권을 누리며 사는데, 피해자들은 아직도 상처 입은 인생을 보상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여성들은 유혹의 바이러스를 가진 존재들처럼 피해야할 대상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문제는 가해자들이다. 피해자들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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