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eran
니콘 디카(Veteran)
Georgia 블로거

Blog Open 12.01.2008

전체     75637
오늘방문     1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23 명
  달력
 
목사의 30년 악행은 이렇게 밝혀졌다
05/03/2020 04:45
조회  1583   |  추천   13   |  스크랩   0
IP 73.xx.xx.88

여신도 9명에 성폭력 저질러 징역 8년 받은 목사
최측근 여신도 용기 있는 폭로로 세상에 알려져
경찰 끈질긴 수사로 입 닫은 피해 여신도 설득해
재판 참석해 무료 변론한 변호사도 피해자 도와


“에이. 설마 목사가…. 소설 쓰지 마세요.”
전북 익산경찰서 백우현 경사는 지난해 6월 지인으로부터 A목사의 성추문을 들었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목사가 30년 동안 여신도를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피해자가 한두명이 아니란 이야기도 들었다.

백 경사는 곧바로 내사에 들어갔다. 가해자로 지목된 A목사가 과거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한 사건을 찾아냈다.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됐구나! ’라는 직감이 들었다. 당시 성범죄는 친고죄여서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한다는 조항 때문에 A목사는 처벌받지 않았다. 백 경사는 이번엔 A목사의 성범죄를 밝혀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내사는 곧바로 벽에 부딪혔다. 피해자가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백 경사는 A목사가 목회를 하고 있던 교회 주변부터 탐문했다. 내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어 은밀하게 접근했다. A목사는 수십년 동안 신도 위에 군림하며 피해자들을 압박해 왔던 터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백 경사가 만난 피해자는 A목사의 최측근이었던 여신도 B씨다. A목사는 자신을 따랐던 B씨를 16년 동안 성추행했다. B씨는 처음엔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했다. 거듭된 요청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A목사를 추종하는 신도들의 보복이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신앙심이 깊었던 B씨는 교회가 사라져 함께 했던 사람들을 볼 수 없는 상황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B씨의 마음을 바꾼 것은 백 경사다. B씨에게 “침묵을 지키면 A목사의 만행이 영원히 묻힐 수 있다”고 설득했다. 피해자가 여러 명 더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비밀 보장과 신변 보호까지 약속하자 B씨는 굳게 닫았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기만 성폭력을 당한 줄 알았는데,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

경찰 진술녹화실 의자에 앉은 B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수십년 동안 잊고 살았던 아픈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무겁게 닫힌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20년 전….”이었다. 그때가 A목사가 자신의 몸에 처음 손을 댄 날이라고 했다. B씨는 그렇게 차근차근 기억을 꺼냈다. 악몽 같았던 순간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B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는 2차례 더 이어졌다. 조사가 거듭될수록 A목사의 성폭력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장소까지 특정하고 그곳에서 벌어진 구체적인 성폭력 증거를 수집했다. 하지만 A목사를 법정에 세우기엔 부족했다. 나머지 피해자를 찾아야만 기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백 경사는 다시 B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B씨는 거의 모든 교인과 연락이 닿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의 도움으로 겨우 연락이 닿은 다른 피해자들도 처음에 진술을 거부했다. “우리만 피해본다” “A목사가 재력이 있고 빽도 좋아 돈으로 입막음할 것이다”는 이유였다. 이때 B씨가 나섰다. “나도 어렵지만 용기를 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알려야 추악한 범죄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조사를 받을 때마다 눈물을 쏟아냈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겠다는 여신도도 있었다. 이 여성은 우울증 탓에 끝내 진술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잇따르자 백 경사는 A목사에게 출석을 요청했다. 3번 출석 요구 끝에 경찰 조사를 받은 A목사는 “성관계는 했지만, 합의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사를 마친 백 경사는 피해자 진술분석을 마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첨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직접·정황 증거가 부족하다며 영장을 돌려보냈다. 백 경사에겐 보다 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보복 범죄 공포에 떨며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A목사를 구속해야 했다.

백 경사는 추가 조사를 통해 결국 A목사의 혐의를 밝혀냈고, 지난해 9월 A목사를 구속했다. 3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하며 수사기록만 3500페이지에 달했다. 통상 성범죄 사건은 적게는 100페이지 길어야 200~300페이지의 수사기록을 남긴다. 백 경사는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 여신도를 억누른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 사건이라 입증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검·경의 수사를 마치고 재판에 넘겨진 A목사는 고위직 검사 출신 변호사를 내세우며 계속 범행을 부인했다. 피해 여신도들은 기댈 곳이 없었다. 행여 A목사가 무죄를 받으면 자신들에게 돌아올 보복이 두려웠다. 법정에서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여신도들은 재판에 나와 다시 아픈 기억을 꺼내야 했다. 피해자들은 모임을 구성해 공동 대응을 하기로 하고 지인을 통해 변호사를 알아봤다.

전북 전주에서 활동하며 주로 형사사건을 다루는 김기태 변호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여신도들은 “어렵게 살아왔던 터라 큰 비용을 지급할 수 없지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혼자 법정에 못 가겠어요” “목사 얼굴을 보면 말문이 막힐 것 같아요”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말에 김기태 변호사는 무료 변론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진 9차례 재판에서 8번 참석했다. 1번은 피해자 증인 신문이 없던 재판이라 나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1심 선고공판에서 A목사가 징역 8년을 선고받자 형량이 너무 약하다며 분노했다. 김 변호사는 2심 재판까지 함께하자며 이들을 다독였다. 그땐 더 무거운 형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A목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항소했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한다. 아직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목사는 최근 교회 돈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엔 ‘교회 명의의 통장에서 돈을 빼내 사적으로 쓰고 해외 선교사에게 보낼 헌금 중 일부를 가로채는 등 1억원을 횡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블로그의 인기글

목사의 30년 악행은 이렇게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