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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매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인장 돌아왔다 !
06/19/20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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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매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인장 돌아왔다 !

'백자 이동궁명 사각호'·'중화궁인', 고국 품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구입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왕실 유물(서울=연합뉴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조선왕실 유물로 추정되는 '백자 이동궁(履洞宮)명 사각호'와 인장 '중화궁인'(重華宮印)을 온라인 게임 회사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지난 3월 미국 경매에서 각각 사들여 국내에 들여왔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백자 이동궁명 사각호(오른쪽)와 중화궁인. 2019.6.19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외국으로 유출됐다가 미국 경매에 나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와 인장(印章·도장)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왕실 유물로 추정되는 '백자 이동궁(履洞宮)명 사각호'와 인장 '중화궁인'(重華宮印)을 온라인 게임 회사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지난 3월 미국 경매에서 각각 사들여 국내에 들여왔다고 19일 밝혔다.

이동궁과 중화궁에는 모두 궁(宮)자가 들어가는데, 궁은 왕실 가족이 쓰는 공간에 붙인 명칭이다. 왕위에 오르지 못한 왕자와 공주, 옹주가 혼인한 후 거처한 집도 궁으로 불렀다.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실 유물(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열린 '백자 이동궁명 사각호'(오른쪽)와 '중화궁인' 공개 행사에서 외국에서 돌아온 두 유물이 공개되고 있다. 2019.6.19 hihong@yna.co.kr

재단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구매한 '백자 이동궁명 사각호'는 높이가 10.2㎝이며, 왕실과 관청에서 쓴 백자를 만든 경기도 광주 분원 관요에서 19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바닥에 청화기법으로 '이동궁'(履洞宮)이라는 푸른색 글자를 썼다.

이동궁은 정조와 수빈 박씨 사이에 태어난 딸이자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의 동복동생인 숙선옹주(1793∼1836)가 '이동'으로 시집갔다는 기록이 있어 숙선옹주 궁가를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이동은 오늘날 명보아트홀이 있는 중구 초동 일대다.

조선 후기 서적인 '명온공주방상장례등록'과 '내탕고상하책'에 이동궁이 등장하는데, 특히 '명온공주방상장례등록'이 주목된다.

이 책에는 "이동궁에서는 진홍 공단 한 필, 초록 공단 한 필, 무명 이십 필, 베 삼십 필이 왔다. 재동궁에서는 돈 일백 냥, 무명 이십오 필, 베 이십오 필이 왔다"는 기록이 있다. 순조 장녀인 명온공주가 1832년 세상을 떠나자 이동궁에서 장례에 필요한 물품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실 백자항아리(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공개된 '백자 이동궁명 사각호'. 2019.6.19 hihong@yna.co.kr

또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에는 숙선옹주 남편인 홍현주 집에 대해 "이전동(履廛洞)에 있는데, 외당(外堂·사랑채)에 금옥당(金玉堂)이라고 전자로 현판을 써서 걸었다. 순조 어필(御筆·임금 글씨)로 원정(園亭)이라 썼으며, 시림정(市林亭)은 익종(효명세자) 어필이다"고 서술한 대목이 있다.

최경화 서강대 강사는 "임금 글씨가 있는 집이면 궁가 중에서도 위세가 상당히 높았을 것"이라며 "백자 제작 상한 연대는 숙선옹주가 혼인한 1804년이고, 하한 연대는 후손들이 계속 이동궁에 거주해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백자 중에서 청화 글씨가 확인되는 사례는 이동궁 외에 흥선대원군 거처인 운현궁(雲峴宮)과 경복궁 재수합(齋壽閤) 정도만 있다"며 "주문 제작품이어서인지 수준이 높고 표면에 잔금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엽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왕실 궁가는 사동궁(寺洞宮), 계동궁(桂洞宮) 등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았다"며 "이동궁이라는 글자가 있는 유물은 일본 민예관(民藝館)에 한 점이 있다고 하나,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백자호 제작기법에 대해 덩어리 흙을 바깥에서 깎은 뒤 속을 파내 다소 부드럽고 육중한 느낌을 준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조선왕실 유물 '중화궁인'(서울=연합뉴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조선왕실 유물로 추정되는 '백자 이동궁(履洞宮)명 사각호'와 인장 '중화궁인'(重華宮印)을 온라인 게임 회사 라이엇게임즈 후원으로 지난 3월 미국 경매에서 각각 사들여 국내에 들여왔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조선 시대 왕실 관련 인장 중화궁인. 2019.6.19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왕실 개인 인장으로 보이는 '중화궁인'은 손잡이가 상서로운 짐승인 서수(瑞獸) 모양이다. 재단은 미국 본햄스 뉴욕 경매에서 이 인장을 구매했다.

도장을 찍는 면인 인면(印面)에는 전서(篆書·조형성이 강한 중국 옛 서체)와 해서(楷書·정자체)를 혼용해 '중화궁인'(重華宮印)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정사각형인 인면은 한 변이 7.2㎝이며, 높이는 6.7㎝이고, 무게는 861g이다.

'중화궁'은 조선 헌종 시기에 인장에 관해 설명한 책인 '보소당인존'(寶蘇堂印存)과 '승정원일기', '일성록'에서 확인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 책 '당시품휘'(唐詩品彙)에 '중화궁인'과 동일한 장서인(藏書印·소장자가 찍은 도장)이 존재한다.

일성록에서는 특히 순조 때 기록에 중화궁이 많이 나온다. 예컨대 순조 11년(1811) 기사를 보면 "내일의 상참(常參·약식 조회)에 빈대(賓對·관리들이 임금에게 정무를 아뢰는 일)를 겸하여 설행(設行)하겠다. 처소는 중화궁(重華宮)으로 하겠다"는 문장이 있다.

서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중화궁은 현재 남아 있지 않고, 위치도 파악하기 힘들다"면서도 "중화궁은 창덕궁 중희당(重熙堂)을 포함해 동궁을 아우른 이칭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품휘에 '중화궁인' 장서인과 함께 왕세자 교육을 담당한 시강원 인장도 있다"며 "지난해 돌아온 덕온공주 인장과 같은 조선왕실 관련 인장으로, 국내에 소장 사례가 많지 않아 역사적 가치가 있다"며 고 강조했다.

두 유물은 조선왕실 유물 전문기관인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다.

문화재청장, 국내 귀환 유물 공개 행사 인사말(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열린 '우리 문화재, 고국의 품에 안기다' 유물 공개 행사에서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 환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6.19 hihong@yna.co.kr

경매 자금을 후원한 문화재지킴이 기업 라이엇게임즈는 과거에도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와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의병장 김도화 문집을 새긴 '척암선생문집책판' 구입 자금을 지원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라이엇게임즈 기부로 외국을 떠돌던 희귀한 조선왕실 유물을 안전하고 귀하게 모셨다"며 "문화재지킴이 기업 중에서도 으뜸이 라이엇게임즈"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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