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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무화과를 들고
11/18/20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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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08.xx.xx.220

한 손에 무화과를 들고

                                                                         나 희덕

그가 내게로 걸어 왔을때

무화과는 금방이라도 쪼개 질것 처럼 보였다

 

초가을 저녁 이만한 향기는 드물어서

말없이 무화과를 받아 들었다

 

실타래 모양의 속꽃들

붉게 곤두선 혀들은 뭐라고 했던가

 

부르튼 입술에서 한없이 풀려나오는

사랑의 말들

 

뭉클 뭉클 흘러드는 이말을

어찌 꽃이 아니라 말할수 있을까

 

내속에서 누군가 중얼거린다

눈부신 열매들이란 좀 멀리 있는 편이 좋다고

 

그러나 한 손에 무화과를 들고

그가 천천히 걸어왔을때

 

무화과는 이미 쪼개져 있었다.

태초부터 그 입술은 나를 향해 열려 있었다.

 

감상노트: 몇년전 텍사스 킬린을 방문한 나희덕 시인을 본적이 있다. 소녀 처럼 수줍은 미소를 가진, 여리고 단아해보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적 대상을  한없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대상이 가진 최상의것을 끄집어 내어 시적인 언어로 재탄생 시키는 시인은 나무에게, 꽃에게, 과일들에게 수없이 말을 건넨다. 꽃이 없이 바로 열매를 맺는다고 해서 무화과 인데, 난 어린시절 무화과를 참 많이 먹고 자랐다.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라는 이 나무가 우리동네 엔 한 집 걸러 있었다.  그 향긋하고 달콤한 속살, 정말 초가을 이만한 향기를 가진 과일도 드물것이다. 그 많던 무화과 나무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나희덕 시인, 무화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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