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k8
산지기(suk8)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04.23.2016

전체     95282
오늘방문     22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2 명
  달력
 
괴물 경보
02/07/2018 17:01
조회  1219   |  추천   11   |  스크랩   0
IP 108.xx.xx.6


괴물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르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한다   
  
최영미, <황해문화>, 2017 겨울, 128 



늦게 불어 닥친 미투 바람이 한국에서 거세 보인다.


과문 인지 모르지만 별로 문제시 되지 않던 성추행 사건들, 자칫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관행처럼 대수롭지 않게 간과 되던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일파 만파로 커지는 추세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의 영화 제작사 사장인 어떤 거물이 어린 여우 지망생들을 무차별로 추행 하였던 사실들이 피해자들의 뒤늦은 고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파문이 시작 되었었다. 그러자 연예계 뿐만 아니라 거의 사회 전반의 어디라 할것 없이 미투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그 늦바람이 한국에 거세게 불고 있어 보인다. 어느 여검사가 오래전에 상급 남자 검사에게 어느 장례식장의 술자리에서 여러 사람의 검사들이 보고 있는, 법무부 장관까지 합석한 자리에서 비록 술에 취해 있었다고는 하지만 옆에 앉아있는 자신의 허리를 껴안고 엉덩이를 슬슬 어루만지기를 한동안 계속 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와 그 이후로도 그녀 자신의 대응이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때 동석 했던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불구 하고 그 사실은 남성 위주로 운영되는 조직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세력이 되어 사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마는데 피해 당사자는 그로 인해 부당한 감사에 시달리고 인사 불이익 까지 더하고 있는데 그 피해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사건이 표면화 되자 부랴부랴 조사단을 꾸리고 부산스럽게 법석을 떨고 있는데 태산명동 서일필로 끝나고 말지는 두고 볼 일이다.



90년대에 한국의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나 주목을 끌었던 최영미 라는 여자 시인이 있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가 그녀의 대표 시인데 그녀가 사용하던 시어가 대담하고 감각적이기도 하였지만 남성들도 함부로 쓸 수 없는 성적 표현을 스스러움 없이 사용 하므로써 표현의 다변화를 꾀하던 젊은 여성 시인은 그 후 어찌 된 일인지 한국의 시단 에서 이름이 잊혀지고 말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나름대로 꾸준히 문학 활동을 해 왔고 몇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장편 소설, 그리고 꾸준한 문화 강의 활동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두에 옮긴 '괴물'이라는 시로 한국의 성희롱 실태, 특히 문학계의 성 희롱 또는 성 추행을 사회에 고발하고 나선 것이다. 시를 읽어 보면 그가 누구인지는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당사자인 괴물 노 시인은 그때는 그런 일이 문제 시 되지 않았지만 지금 세태에 비추어 뉘우친다고 한마디 하였다.


미국의 괴물은 더 중량급이다.


92세의 전직 대통령 조지 아버지 부시 말이다. 그는 거동이 불편하여 휠체어로 이동하지만 옆에 젊은 여자가 사진이라도 찍기위에 나란히 서면 어김없이 손이 뒤로 돌아와 허리나 얼덩이를 공략한다는 것이다.  대게 경호원이 여자들에게 경고를 주지만 잘 고지듣지 않고 방심하다가 어김없이 당하고 만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성희롱의 한계를 어디 까지로 볼 것인가는 좀 단정 짓기가 모호해 보인다. 시대적으로 근대화로 갈수록 성희롱의 잣대가 까다롭고 엄격 해지는듯 하다. 세상을 오래 산 경험으로 보면 오래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던 남녀간의 농담도 지금의 잣대로 가늠해 보면 성희롱이 되고 또 직장의 상사나, 더구나 간부 임원이나 사장 쯤 되는 고위 인사의 성희롱은 의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흔하지 않았나 싶다.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갑질에 해당한다 하겠는데 그런 현상은 동서 고 금을 막론 하는 고질적인 사회 악순환 현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세상에 괴물이 너무 많다. 이 세상의 모든 남성들은 괴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잘 나가는 남성, 잘 생긴 남성, 권력 있는 남성, 부자인 남성일수록 괴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만 천하의 여성들은 이런 부류의 남성들을 조심 하여야 할 것이다.



2/  7/  2018

"기본폴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블로그의 인기글

괴물 경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