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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전철 안에서
11/26/201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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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라인의  애틀란틱 종점,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전철에 올랐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얼른 봐도 승객이 단 한 사람 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뒷 칸에서 왁자지껄 시끄럽고 소란스러운데 가만 들어보니 아이고 어쩌고 하는 한국말이 들려 온다. 반가워 귀가 번쩍 뜨인다.

그런데 가만 보니 단 한 사람의 여인이 통로를 걸어서 내 옆을 지나 앞서 가면서 혼자서 그렇게 시끄럽게 혼잣 소리를 계속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뽀글 뽀글 볶은 라면 머리에 빵떡 처럼 둥근 얼굴, 땅딸막한 키에 나이는 60대 쯤 으로 보이 는데 검은 색 레이스 천으로 된 원피스 차림이라 밑에 받쳐 입은 옅은 색 옷이 훤히 내 비쳐 그 차림세가 우선 보통은 아닌것 같다. 그녀는  내가 앉아 있는 좌석 앞에서 머뭇 머뭇 자리를 고르는듯 하더니 하필이면 내가 앉은 좌석에서 보아 바로 앞 건너편의 옆으로 배열된 좌석에 앉는것 아닌가.

그러니 나의 바로 앞 정면에 자리 잡고 앉은 것인데 나는 그녀가 아이고 어쩌고 혼잣소리를 해 대는 바람에 아, 한국 사람이구나 라고 이미 알고 있는데 그녀는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나를 한번 힐끗 확인 하더니 뭔가 느낌이 오는지 한국인이라는 직감을 한듯 하기는 한데 이내 제 볼일로 돌아 가는듯 싶다.

핸드백을 주섬주섬 뒤져서 이어폰을 주렁주렁 끄집어 내어 귀에 걸치더니 금방 흥이 나는 모양이다. 흥얼 흥얼, 아마도 한국 가요를 들으면서 따라 하는 모양인데 그 곡조가 희안해 보인다.

흡사 래디오 볼륨을 줄였다 키웠다 하듯 그 곡조가 들쑥 날쑥인데 그 바이브레션이 특이하다. 테잎에 이상이 있어 2배속으로 돌아가는 녹음 테잎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 같기도 하고 납량특집 드라마의 효과음 같기도 하여 듣는 귀가 괴로워진다.

여자는 점점 흥이 뻗치는지 도무지 통제 불능으로 소리를 키워간다.

듣고 있는 나로서는 보통 사건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대책을 강구한다. 일어나 여자와의 거리를 최대한 멀리하여 뒷칸의 맨 끝 자리로 옮겨 앉는다  그래도 여자의 심하게 떨리는 그 기괴한 노랫소리가 아스라이 들려 오고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흔들고 있는 흰 양말 신은 그녀의 발이 허공에 대롱거리고 있는것이 건너다 보인다.



내가 뒷 칸으로 걸어 오는데 타고 있던 한 중년의 서양 사람이 유난히 큰 소리로 굿 모닝 하고 인사를 한다. 나도 따라 굿 모닝 하자 하우 알유 라고 역시 좀 큰소리로 말한다. 오케이 라고 역시 대꾸 해 주었지만 조금은 지나친 친절이지 싶다. 가만 보니 다른 사람이 오를때 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똑 같은 말과 똑 같은 톤으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의 인사는 어찌 보면 좀 지나치기도 하고 별나다 싶은 경우를 흔히 보게 되지만 오늘 아침 이 전철 안에서 처럼 마치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 처럼 인사에 도가 넘치게 몰두하고 있는 저 사람을 보니 좀 생각이 달라진다.

너무 인사에 인색하고 무 표정, 무뚝뚝한 나 같은 한국 사람에게는 낯 설은 광경인데 그들 나름으로는 그게 정상일지도 모르는 과잉(?) 친절이 얼핏 조금은 얼띤 바보짓 같아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을 키워주는 인간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옆 모습으로  앉아 있는 그 사람의 용모는 검게 그을리고 세파에 시달려 보이는 인상이지만 그의 머리 주변에 예수 상 에서 보이는 광채가 보이는듯 하다.

아, 그가 바로 오늘 아침에 보게 되는 평민의 성자일까.



lapd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검정색의 동복으로 제복을 차려 입고 정모에 권총 대신 방망이를 옆에 찬 셰리프 일조 두 경관이 올라 왔다. LAPD경찰이 내 보기에는 그중 잘 생겨 보인다. 그 다음이 CHP,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셰리프는 그중 몸집도 작고 키도 작아 보인다. 어떤 필요에 의해서 그런 사람들만 선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싶게 모두 아담한 체격들만 있다.

그런 가운데에도 열차 검문의 셰리프는 아마도 신병들의 훈련 임무, 또는 연습 임무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임무 수행 모습을 보면 신병이라는 으낌이 바로 온다.

그들의 주 임무는 검표인데 요즘 검표는 승객의 카드 위에 스마트 폰을 스캔하면 끝이다. 추측컨데 스맛폰에 검표 앱을 다운로드하고 카드를 스캔 하면 승객 카드의 정보가 모두 뜨는 모양이다.

이상한 승객들이 더러 있다.

저쪽 종점에서 탑승하고 이쪽 종점 까지 와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앉아 다시 저쪽 종점까지 가는 승객인데 그들은 대체로 두터운 후드 티를 뒤집어 쓰고 얼굴을 앞 좌석의 등바지에다가 엎드리고 잠들거나 또는 자는 척을 하고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말하자면 스마트한 홈리스들인데 그렇게 냉 난방이 잘 된 열차에 안락한 좌석에 앉아 서너 시간의 안락한 휴식을 그런 식으로 취하게 된다.

그런 무임 승객을 어떻게 적발하고 처리 할까, 자못 궁금 하였었다.

그들은 우선 셰리프 요원의 검문에 무조건 무응답으로 일관 한다. 계속 자는척 하다가 마침네는 온 몸을 흔들어 깨워야 얼굴을 쳐 든다. 그리고 계속 묵비권으로 일관 한다.

벌금 티켓을 주려해도 아이디를 확인하수 없다.

경찰관은 할 수 없이 다음 역에서 하차 시키기로 하지만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는다 . 그래서 열차가 출발할 수가 없다. 경찰관들은 그를 끌어 내리는 실력을 행사 할 수 있을까.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 요지부동 떼를 쓰던 범법 승객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하고 주섬 주섬 짐 보따리를 챙기는데 2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2분 , 문 밖으로 걸어 나가는데 2분, 곁에서 보고 있는 내가 그 굼뜬 엉덩이를 확 한번 걷어차 밖으로 내 굴려 버리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그렇게 열차는 무임 승객 하나를 내리게 하는데 10분을 낭비하고 나서 출발 하였지만 그 열차의 기관사는 지연된 그 십 분을 만회하기 위해 아마도 과속, 또는 노심초사하고 제어실의 독촉에 시달리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쫓겨 났던 그 홈리스 무임 승객은 다음 열차에 올라 목적을 달성 했을 것이다.



내가 하차할 리틀 토꾜 역에 진입하는 심한 곡선 구간을 지나면서 쇠 바퀴와 레일이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찌이익 찌이익 하는 금속성과 함께 열차는 느리게 역 안으로 들어선다.

주말의 열차는 2조 1량의 3량 편성으로 객차 6칸, 즉 6팩으로 운행 된다. 그래서 열차는 앞과 뒤가 딱 역 안의 승강대를 채워서 정차 한다. 나는 맨 뒷 칸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자 마자 맨 먼저 거리에 나설 수 있다.

열차에서 내릴 때의 프리미엄이라 할까 맨 끝 자리에 타면 그런 소득이 따라 온다.

차에서 내리면서 보니 고장 난 테잎 에서 울려 오는 귀곡성 같은 그 한국 여인의 노랫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11/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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