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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또는 고구마
04/24/20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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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알면 큰일 날 이야기를 해야겠다.

무엇이든 인공적인 기교를 부려 놓은것이나 자연을 개량해 놓은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연유로 아내와 작은 충돌이 생길 때가 많다. 더 보기 좋으라고, 더 생활에 편리하라고, 더 건강에 좋다고 하니, 더 맛있게 하려고 자연스러운 것에 손재주를 부리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그중에서도 요리라는 미명 아래 거의 모든 먹을거리를 자연 그대로, 자연의 맛을 즐길 기회를 박탈하고 만다.

아내는 요리하기를 그렇게 좋아 한다. 티비의 조리 프로를 다시보기에서 빠짐 없이 찾아 섭렵하고 그 대부분의 내용을 자기방법보다 못하다고 얕잡아 코웃음 치는 경우가 많지만 어쩌다 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꼭 실습을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고 또 어떤 독특한 메뉴를 외식할 기회라도 있으면 집에 돌아와 그 맛을 되살려 그와 똑 같은, 아니 본인의 말에 의하면 그 오리지널보다 한 수 높은 모사품을 만들어 내고야 만다고 본인은 자신한다. 그러자니 온갖 희귀한 식재료가 필요한데 발품 팔아 사러 다닐만한 체력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사는데 쉽게 사들이는 만큼 한번 쓰고 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희귀 재료가 주방에 넘쳐난다.

나는 감자를 좋아한다. 

천연의 감자를 그냥 물에 삶거나 구은 감자의 천연의 맛을 좋아 하는데  그래서 아침이나 저녁을 감자로 때우기를 잘한다. 아내는 그런 나의 입맛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자에 여러가지의 조리를 가한다. 그런데 그런 인공의 변화를 가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아내의 노력을 고마워 하기는 커녕 불만이 많아도 그냥 참고 먹기는 하지만 늘 그점이 불만으로 쌓인다. 전에 그런 사정을 몇번 토로 하였지만 도무지 개선할 의지가 아내에게는 없다. 다들 그러는지 아내만 그러는지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그렇게 자연 상태로 먹는 꼴을 그냥 두고 못보는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를 않는 것이다. 껍질을 벗기고 칼로 얇게 저미고, 또는 채썰기도 하고 온갖 양념과 고명을 올려 어렵게 지켜 서서 익히거나 기름에 튀기는 수고를 하여 내놓는 그 메뉴접시가 나에게는 식욕을 감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런 나 자신이 정상이 아니고 괴벽인것인데 아내는 애써 요리한것을 맛있게 먹지 않으니 속상해 하고 어쩔때는 마구 화를 내면서 싸움을 불사하기도 한다.

한때 그래서 감자를 고구마로 대채해 보기도 하였다. 건강에도 감자보다 낫다고 하고 특히 당뇨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리 하기로 한것인데 그 고구마라는것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감자를 좋아하는 것이 이유가 있는것이 아니듯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없다. 사람마다 얼굴 모양이 다르듯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아무것이나 잘 먹고 못먹는것이 멊다고 자처하는 나인데 다만 좋아하지 않을 뿐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너무 많은것을 만들어 먹기 싫은데도 먹어야만 하는 복에 겨운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하겠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 살기위해서 먹기도 하겠지만 먹기위해서 산다고 할만큼 맛있는것, 희귀한것 비싼것을 찾아먹기에온힘을 쏟는데 나의 경우는 그와 반대의 경우를 더 좋아하고 즐기는지라 나 자신도 좀 의아스럽다.  그런 나와 정 반대의 보통사람 아내와는 그런 면에서 궁합이 맞지 않았는데도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함께 잘 살아 왔지만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어떻게 잘 살아 낼지 그것이 문제이다. 이제 나이도 들고 체력도 달리는 아내가 조금만 더 게을러져서 요리하기 귀찮아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희망적이라는 기대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더 늘어놓아 봤자 재미없는 이야기를 애써 여기까지 다 읽으신 독자께는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4/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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