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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이벤트]: 아버지께 띄우는 가을 편지
10/28/2015 09:05
조회  2753   |  추천   18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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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이벤트]: 아버지께 편지를 쓰며....



 

 

아버지, 제가 하고 있는 블로그라는 것에서 가을 이벤트가 있어요.

가을에 띄우는 편지를 생각하며 제일 먼저 떠오른, 아버지.....

 

아버지를 추억하며, 아버지께 이 편지를 쓰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먼 곳으로 가버린....하는 노랫말이 떠올라

... 하고 나직하게 불러봅니다.

오래되어 내 아버지란 단어를, 참으로 오랜만에 그립게 아버지~’하고 불러 봅니다.

 

아버지, 요즈음도 지나다가 칸나가 빨간 꽃잎을 달고 불타듯 피어있으면

아버지가 가꾸시던 조그만 화단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저도 비가 내리는 계절 12월이 되면

뒤뜰에 불타듯 빨간 칸나를 심으려고 구근을 사다 놓았어요.


예전에 가끔 밤낚시를 가시곤 했는데

밤새 한 마리도 못 낚은 날은, 어시장에서 살짝 사오시면

엄마와 저는 오늘은 이렇게 큰 걸 낚으셨네요!’하며 모른 척 해드렸어요.

그러면 아버지는 기분 좋은 웃음으로 화답해 주셨고요.

아버지가 낚아 오시던 바다장어는 굽는 냄새로도

온 집을 진동하고도 남았지요.

요즘에는 소문난 장어구이 집이라 해도

예전에 그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은 통 없고 기름지기만 하더군요.

 

아버지~ 제가 어렸을 때는 장독대 근처에 여러 종류의 선인장과

제가 별꽃이라 불렀던 꽃도 기르시고 새도 기르셨지요.

아버지가 만드신 화분 한 개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는 참 말이 없는 분이셨어요.

혼자 신문을 읽으시다가 재미있는 기사에 웃음 지으시면

궁금해진 엄마가 뭔가 하고 물으시면 말없이 신문을 밀어 눈으로 읽어 보라고 하신다고.

조근 조근 얘기를 해 주시면 좋을 텐데, 그렇게 말씀이 없다고 엄마는 불평을 했어요.

 

제가 아주 조그만 아이였을 적에

제게 아버지 수염 난 볼을 문질러시면 제가 따갑다고 싫어한 것도

아버지가 저를 자전거에 태워주신 것도 기억합니다.

아버지 앉으시는 안장 앞에 담요를 깔고

저를 태워 동네를 한 바퀴씩 돌 곤 했지요.

 

또 기억나는 것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동생들은 유치원생이었는데

그 해 추석에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을 아버지 수첩에

우리 삼형제가 든 사진을 늘 넣고 다니셨어요.

 

저도 아들을 길렀고 손자를 보면 얼마나 귀하고 예쁜지요.

아버지도 그러셨겠지요.

그러나 저희는,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하신 다는 것을 몰랐어요.

 

, 자라서는 그저 용돈이 필요할 때만 아버지 가까이 가서,

아버지! 하고 부르며 용돈을 타내 곤 했어요.

 

제가 초등학교 5학 년 때, 부산에 출장 가셔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색인 베이지색 스웨터를 제 것으로 사오셨어요.

제가 대학 들어 간 어느 날, 종로를 지나다가

빨간 색 코트가 예뻐 보여 사 입고 왔는데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셨어요.

저도 빨강 색은 좋아하지 않는데, 그 날은 왜 그 코트가 그렇게 예뻐 보였던지...

아버지 고상한 취향에 빨강색은 맞지 않으셨겠지요.

 

깨끗이 청소한 집에 재떨이와 성냥으로 금새 어질러 놓는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어느 순간 담배를 끊으신 뒤, 외출에서 돌아오시면 언제나

저희들이 좋아하는 간식이 떨어지지 않게 사오셨지요.

지난 한국에서 만난 친구 정기도 중학교 때 우리 집에서

아버지가 사오 신 초콜렛을 처음으로 먹어봤다고 얘기했어요.

 

명절을 지내고 남은 가래떡을

그 시절 마침 시중에 나온 니크롬선 작은 전기 곤로로

방안에서 떡을 구워 꿀에 찍어 먹기도 한 것은

아버지와 함께 한, 소박하고 따뜻한 기억으로 제게 남아있어요.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날은

두 동생과 저를 데리고 시내 고급 제과점에서

맛있는 빵을 사 주신 것도 기억합니다.

 

아버지는 엄마와 자식 밖에 모르는 가정적인 분이셔서

, 가을이면 자동차를 대절하던지 아니면 버스를 타고

지금은 창원시가 된, 창원 군에 있는 북면 온천장으로

가족 소풍을 겸한 나들이를 가면, 목욕 후에는 김밥을 먹고 사진도 찍었어요.

그 시절 흔치 않았던 나들이를 저희 가족은 연례행사처럼 하곤 했어요.

 

어느 10, 일요일 저녁 예배에서 돌아오던 밤에

저희가 살던 집 동네로 들어선 골목길에서

왠지 제 가슴 속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어요.

심하게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에 전율했는데

바로 그 순간이 아버지가 운명하시던 순간이란 것을

나중에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사업을 크게 키우지 않는다고 엄마는 은근히 아버지를 무시했지만

크고 보니, 아버지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저는 알겠더군요.

 

그래서 저희 사남매는 부자는 아니었어도

소박하게 누리는 따뜻한 가정에서

살뜰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 할 수 있었어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만히 쌀을 사서 가져다주시기도 하는

아버지를 보고, 사람들은 그랬어요.

법 없어도 사는 분이라고....

 

아침저녁 제법 싸늘해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이 계절에

언젠가 감기에 걸려 누워 계셨을 때

그렇게 작아 보이던 모습과

어느 날, 걸어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문득 더 구부러지신 것처럼 느껴져 슬퍼지던 것이 떠오릅니다.

 

늘 우리 밖에 계셔, 그림자 같은 분으로만 기억되는데,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셨습니다.

 

저희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시느라 늘 노심 초사하셨을 아버지께

이 시간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버지 생전에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말,

 '아버지 사랑합니다.’를 소리 내어 되뇌어 봅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201510, 아버지의 딸, 수인 드립니다.

 

 


(둘 째가 빠진 큰동생의 대학 졸업에서....)



*이 가을 행사를 통해 문득 떠올린 아버지께 편지를 쓰며

어린 시절부터의 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어서

감사드립니다.






O Mio Babbino Caro(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 부산 시립 소년 소녀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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