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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에 들려드리고 싶은....
01/05/2015 15:00
조회  2202   |  추천   1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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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님의 시() 사평역에서


<일러스트 , 권신아>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곽재구, 1981>

 



<사진-펌>

 

싸륵싸륵 눈이 내려쌓이는 한 밤의

시골 역사의 풍경이 흑백 사진처럼 그려진 괵재구 님의

사평역에서’...란 시를

기회가 되면, 1월에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가 1월에 나고

그래서 1월에 발표된 시이기 때문이다.

 

1월이면 몹시 추운, 한 겨울의 한국.

초라한 시골 밤 정거장은 또 얼마나 추울지

서민의 애환이 서려있는 눈물겨운 역사의 풍경을

저토록 실감나게  저토록 아름답게

가슴이 뭉클하게 표현하다니.

 

바깥기온은 영하로 내려가고

눈 내리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밤,

역사의 창에는 얼음 꽃이 핀디.

 


 

사람들은 옹기종기 앉아

그믐처럼 몇은 졸고(이 표현 또한 기가 막힌 표현이 아닌가)있고

몇은 오래된  기침을 쿨럭이기도 하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깊은 생각 속에 잠겨드는 한 겨울 밤의 적막 속


무슨 기막힌 사연이 있는지

추억에 잠긴 사나이는 그리웠던 순간을 생각하며, 

한 줌의 톱밥을 난로 속에 집어넣고 있다.

모두

눈 때문에 좀처럼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

애처로운 풍경.


그러나 표현된 시(詩)로 하여

이 시는 너무도 아름답게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무작정 시골역으로 가는,  밤 기차를 타보고 싶을 정도로.

 

나 또한, 이 시를 읽으며

수 년 간 태백선 기차를, 자주 타야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이 시가 발표되고 사람들은<사평>역을 찾아 떠났다고들 하는데

<무진 기행>의 무진처럼 지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역이라고 한다.

전라도 나주 근처에 있는 경전선의  <남평 역>이 그 모델.




이 시가 발표된 뒤에

소설, 임철우 사평역에서

드라마 TV문학관 사평역’ ‘길위의 날들

노래 김현성의 사평역에서가 발표되어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고도 한다.



<그림-펌>

        

곽재구(郭在九) 시인

    

1954년 광주에서 출생.

1982중앙일보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 시집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 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

산문집 :포구 기행. 예술 기행. 내가 사랑한 1초들.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장편동화, 아기 참새 찌꾸.등이 있음.

1992년 신동엽 창작기금과

1996년 동서문학상 수상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

현재 순천대학교의 문예창작과에서 강의




Franz Schubert - Introduction and Variations for Flute and Piano
 in E minor, D 802 "Trockne Blumen



곽재구.사평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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