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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08/11/2014 08:50
조회  2047   |  추천   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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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헤르만 헤세 <정원 일의 즐거움 중-






요즈음 답답한 더위에도 개의치 않고 자주 밖으로 나갔다.

이 아름다움이 얼마나 덧없고

그것이 얼마나 빨리 작별을 고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달콤한 성숙함은 얼마나 갑작스럽게 시들어 버리는가.

나는 늦여름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다.

나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느끼고

모든 것을 냄새 맡고 싶어 한다.

 

이 풍요로운 여름이

내 감각에 제공하는 모든 것을 맛보고 싶다.

내가 경멸하는 소유욕에 들떠,

늦여름의 영상을 이렇듯 격렬하게 잡아두고 싶어

괴로워하다니.

 

갑작스레 부지런을 떤다.

연필과 붓과 펜, 물감을 들고

화려하게 피었다 사라지는 이런 저런 사물들의 풍요를

내 곁에 남기려 애쓴다.

 

시간이 지나면

세계가 한 때는 그토록 찬란하게 빛나며

완벽한 모습을 띤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

이제 나는 저녁 식사를 한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 앉아 빵과 과일을 먹는다.

......

지금은 등의자에 앉아 있다.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쉬면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저녁 무렵의 불그스레 빛나는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는 데는 15분 정도가 걸린다.

......

어둠 속 저 너머에 서 있는 산들이 홀연 섬뜩하다.

......

나는 방으로 돌아와 불을 켠다.

커다란 나방 한 마리가 나직하게 날개 짓을 하며 날아든다.

......

나방의 날개에 감도는 적갈색과 자주색,

그리고 회색..거기에는 창조의 비밀이 새겨져 있다.

온갖 마법과 온갖 저주와 수천의 얼굴을 가지고서

그 비밀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반짝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꺼져 간다.

그것들 중 어느 것도 우리는 확실하게 붙잡을 수 없다.

 

스케치를 하고 생각에 잠기고,

글을 쓰는 일이 대단한 일이 못되듯이.....(1930)






 

헤르만 헤세의 글을 모은 [정원일의 즐거움] 중에서.

이 글은 1908'신 비엔나 일보' 처음 발표되었고,

유고 산문집 <작은 기쁨들>에도 수록된 산문입니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나는 내 거주지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된 시기부터

정말 늘 특별하게도 아름답게 살아왔다.

원시적이고 별로 안락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 집의 창 앞에는

늘 독특하고 위대하고 광활한 풍경이 펼쳐 졌다”  

 

<정원의 즐거움>303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사는 후배가
여고 홈페이지에 올린
헤르만 헤세의 산문을 보는 순간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관조하는 글과 문장이 나를 사로잡아서
여기까지 퍼 오게되었다.

검색해보니, 한국어로도 벌써 출판이 되어서
기회가 되면 이 책을 구입해서 읽고 싶다.








Gabriel Fauré - Fantaisie (fantasy) for flute &piano,  in E minor, Op. 79 (1898)


*모네의 그림이 들어있는 동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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