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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02/11/201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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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






1999년에 한국 갔을 때, 이 책을 샀다.

당시에 좀머씨 이야기는 베스터 셀러 였고

이 책을 산 후, 정말 여러 차례 읽었다.

얇은 책이어서, 읽는데 부담이 없었고

여행 할 때도 자주 가지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수 년 만에 책장에서 뽑아들었는데

언제나처럼, 읽기 시작하면 글 속에 스르르 빠져드는 것은

책의 첫 장부터 화자인 어린 소년 <>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람을 타고 훨훨 날 수 있다고 생각이 들 만큼 몸이 가벼운,

나무에 기어오르는 것을 좋아하던, 어린 <>.

<>를 통해 설명되어지는 마을의 풍경과

포근한 수채의 삽화가 깃들여 더욱, 동화를 읽는 듯하다.

 

 

<>가 겪어가는 유년의 삶에 향수를 느끼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년의 책갈피 속에 깊숙이 넣어 둔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기에

이제는 색 바랜 사진첩 속의 가늠하기 어려운 사진처럼

흐릿한 기억이지만, 한 번씩 우리를 그리움에 젖게 하지 않는가.

 

철이 없었던 시절, 이제는 너무도 아련하여 꿈인 것만 같은데

화자 <> 때문에, 잠시 잠시 웃음을 머금게도 된다.

 

 

 






나무타기를 좋아하던 <>의 어린 시절부터

호수를 둘러싸고 윗동네 아래 동네로 나누어진 시골마을에

윗동네에 사는 기이한 아저씨 좀머씨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배낭을 짊어지고 구부러진 지팡이를 쥐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바삐

새벽부터 밤까지 걸어 다니기만 했다.

 

그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도 없었고

페인트 칠장이 슈탕엘마이어 씨 집에 세 들어 살고,

그 집 지하실에서 그의 부인이 인형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고

그는 배낭을 짊어지고 구부러진 지팡이를 쥐고

하루에 14~16 시간을 걸어 다녀

가로등이나 방파제 같은, 동네의 풍경이 된 것 같이

사람들은 그가 바삐 걸어 다니는 모습을 늘 볼 수 있었으며

아이나 어른, 남자나 여자나 늙은이까지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일요일,

<>는 아버지와 경마장을 다녀오다

지독한 폭우와 우박이 퍼부어, 차를 길가에 세웠는데

우박이 나뒹굴고 엉망으로 변해버린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좀머씨를 보았다.

아버지는, 좀머씨에게

좀머씨! 차에 타세요.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여러 번의 권유에

좀머씨는 절망적인 몸짓으로 지팡이를 여러 번 땅에 내려치면서

크고 분명한 어조로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그날 저녁 식사시간에

어머니는 그를 밀폐공포증 환자라고 했다.

좀머씨는 밀폐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한다.

, 좀머씨는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니까

밖에서 돌아다녀야만 돼....

 

누나는 좀머씨는 안달뱅이처럼 늘 온몸이 경련을 하는데

걸어 다니기만 하면 몸이 안 떨려서, 항상 걷는다고 한다.

그것도 모두 동네에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다.










<>는 몇 번의 중요한, 괴롭거나 슬픈 순간에 좀머씨를 보았다.

<>

같은 반 아이, 카롤리나 퀵켈만이라는 여자 아이를 좋아했다.

웃을 때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거의 감은 채 환희의 표정이

넘쳐흐르는 그 아이를

그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게 훔쳐보곤 했는데

그 아이와 노는 꿈을 일주일이면 여러 차례 꾸기도 했다.

 

윗동네에 사는 그 아이가 어느 날,

있지,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

 

그 말을 들은 순간 이후 그날 하루 종일, 그 주일 내내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그 말만이 들려왔고

그 아이와 함께 할,그 아이를 맞이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며 즐거워했는데

그 약속이 깨어져 몸에 힘이 빠지고 슬펐던 날,

무심코 몸을 돌려 방금 걸어 내려온 언덕길을 쳐다보았을 때

남쪽으로 가로 질러 가고 있었던

작은 점만 한 좀머 아저씨는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그 일 후, <>는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게 되었다.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고 해서 자전거를 배웠는데

어머니가 타던 자전거를 가지게 되었다.

그 자전거는 <>에게는 너무 커서,

서서 타다 앉았다 해야 했다.

 

피아노 선생님은 어머니와 누나와 형을 가르쳤던

미스 마리아 루이제 풍켈.

할머니 풍켈 선생님은 미스를 아주 강조한다.

 

어느 날, 피아노 시간에 십 분 지각하여,

'미스 풍켈'의 무지막지한 꾸중을 듣게 된다.

가는 길에 만났던 하르트라웁 박사님 댁 오소리 개가 원인이었고,

엄마가 타던 큰 자전거를 물려받아 속력을 낼 수 없었고

길에 사람들이 많아 여러 차례 섰던 원인이 있었다.


미스 풍켈의 오해와 히스테리.

히스테리를 부리다 날린 피아노 건반에 붙은 코딱지.

코딱지를 피하기 위해 다른 건반을 눌러,

풍켈 선생님의 화를 더욱 돋워, 미스 풍켈은 길길이 날뛰었다.

박사 댁의 개와

큰 자전거를 힘겹게 타고 다니도록 놔둔 부모님의 무관심.

형과 누나의 비난.

이 세상 전체가 불공정하고 포악스럽고 비열해서

''는 세상을 등지기로 결심하고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갔다.



이 대목에서....안타깝고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는 별거 아닌 것 같은 것에, 사실 그 자신에게는 몹시

상심되는 큰일로 생각 되어

슬프고 괴롭고 죽고 싶기까지도 하니깐.


나무에서 뛰어 내리려던 순간,

바로 30 미터 쯤 아래, 바닥에 지팡이 소리를 내며 나타난 좀머 씨는

잠시 1초 정도 누웠다 일어나면서

숨을 고르는데, 깊고 참담한 신음 소리를 내었다.

그런 후, 납작한 물병과 버터 빵을 꺼내

먹는 다기 보다는 구겨 넣듯이 입에 털어 넣고

다시 허겁지겁 일어나 배낭을 메고 수풀 속으로 사라져 갔다.

 

자기연민에서 시작되어 죽으려했던 <>

죽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도 잊어버렸다.

어찌 보면, 좀머 씨가 <>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키도 1미터 70정도로 컸고

피아노도 유명 작곡가의 작품을 칠 정도가 되었으며

가끔 미스 풍켈 선생님이 난리를 쳐도

냉정한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심지어 마음속으로 빙긋 웃으며 그런 시간이 빨리 지나가 주기를 바라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 사이에도 물론 좀머씨는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에 14~16시간을 걸어 다녀도

마치 눈에 익은 농기구를 보듯

동네 사람들에게는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

그동안 인형을 만들던 아저씨의 부인이 죽었고

아저씨는 리들 어부 아저씨네 다락방으로 이사해서 살았다.





 

 

 

좀머 아저씨와의 마지막 만남에 대하여.


친구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아마 그 시절에 TV가 생긴 듯하다)

급히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던 중

자전거가 고장 났다.

자전거를 고치고 손에 묻은 기름을 마른 나뭇잎으로 닦으려고

숲으로 가 나뭇가지를 꺾었는데, 호수가 보였고

지팡이를 오른 손에 들고 밀짚모자를 쓴 좀머씨가

호수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는 감을 잡고 나서도

움직이지도 않고 소리 지르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에

아저씨의 모습은 사라지고

밀짚모자만이 동그마니 물 위에 떠 있었다.


 

걷고 또 걷던 좀머 씨가 선택한 마지막 목적지를

<>는 우연히 운명적으로 마주하게 되었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좀머 씨가 들려주었던 한마디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분명한 말 때문에

그 사건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만의 비밀이 되고 말았다.


<>는 그의 죽음을 마을사람 누구에게도 경찰에게도

심지어 가족들에게 조차도 말하지 않았다.

월세를 내지 않아서 없어진 것을 알고, 실종신고를 하고

동네에서는 한 바탕 웅성거리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는 <>

좀머씨와의 어떤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나 죄책감 혹은 양심의 가책에서 비록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무 위에서 들었던 그 신음 소리와 빗속을 걸어갈 때 떨리던 입술과 간청하는 듯하던 아저씨의 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

나를 침묵하게 만들었던 또 다른 기억은 좀머 아저씨가 물속에 가라앉던 모습이었다.

 

 <본문 마지막 페이지에서....>











역자(유혜자)의 말을 들어보면,

 

2차 대전 후의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쓰여진 것으로 미루어 봐서

어쩌면 좀머씨는 전쟁 등 그가 겪은 참혹한 경험 때문에

그렇게 두려움 속에서 피해 다니는 도망자가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좀머씨의 삶은 무엇이고, 그의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평생을 도망치는 것만으로 살며 지내다가

결국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하고 그는 죽어버렸다.

 

*(내 생각에는 이것은 단지 역자의 생각일 뿐

좀머씨가 그렇게 걸어 다녀야만 했던 이유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만이 알 것이다.)




   

좀머씨 이야기의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가느다란 금발에다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낡은 스웨터 차림의 남자.

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상 받는 것도 마다하고,

인터뷰도 거절해 버리는 기이한 은둔자.

'좀머 씨'의 음성으로 들려 준,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외침은

간섭받기 싫어하는 쥐스킨트 자신의 마음을 대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쥐스킨트는

 

1949년 뮌헨에서 태어나, 암바흐에서 성장했고

뮌헨 대학과 엑상 프로방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썼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향수',

 

조나단 노엘이라는

한 경비원의 내면세계를 심도 있게 묘사한 '비둘기',

 

평생을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별난 인물을 그린 '좀머 씨 이야기' 등의

 

, 장편 소설과,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 등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Liszt.....


좀머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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