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inlkim
자카란다(suinlkim)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01.17.2010

전체     391992
오늘방문     24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24 명
Blog News Citizen Reporter
2011 Koreadaily Best Blog

  최근 방문 블로거 더보기
  달력
 
우리가 사랑한 1초들
02/24/2012 13:15
조회  2288   |  추천   6   |  스크랩   3
IP 76.xx.xx.170

 

곽재구 산문집, 우리가 사랑한 1초들....

 

 

 

 

 

 

<꽃향기가 한없이 좋은 밤입니다.

당신에게 그 꽃향기를 나눠 드립니다.

두 팔을 넓게 벌리고 깊게 숨을 들이켜세요.

아아, 당신에게 보내고도 또다시 달려오는

이 꽃향기들은 또 어디서 오는 것인지요?>

 

  본문 중 한 구절입니다. 꽃향기는 챔파꽃을 두고 하는 말인데

나는 그 챔파꽃이 어떤 꽃인지 몹시 궁금합니다.

 

 



 
바로 이꽃이 챔파꽃입니다
 
 
 
 
 

지난 해 겨울이 시작 될 무렵, 한국의 친구와 통화 중에

곽재구씨의 신작을 읽고 있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이 책을 얼마나 읽고 싶었는지 모른다.

곽재구씨의 <포구기행>을 참 좋아하는 나는,

이 번에는 어디서 무엇을 보며, 무슨 생각으로, 어떤 감성의 글을 썼을까?’

궁금했다.

 

1월에 타주에서 온 친구들과 한인 타운을 쏘다니다가

한 서점에 이 책이 있었다.

어려운 책이라고 주인이 말했다.

이 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저저와 눈을 맞추고

저자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20097, 시인 곽재구는 순천대학교 문예창작 과, 시 강의를 잠시 멈추고

타고르의 고향인 산티니케탄으로 떠난다.

 

 

'오래 묵힌 마음의 여행을 시작'한 시인은

그곳에서 타고르의 모국어인 벵골어를 익혀

타고르의 시들을 한국어로 직접 번역할 생각이었다.

 

20101228일까지 540일 동안, 산티니케탄에 체류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했다.

가난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큰 기쁨이었고

곽재구라는 분에게 딱 어울리는 곳이었고

곽재구씨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마음의 눈으로 보고 느끼며

그들과 어울리며 맛본 시간의 향기들을

가식 없이 수수한 글로 표현한 <우리가 사랑한 1초들>.

 

 

인도 북동부 벵골주의 산티니케탄은 귀족 계급이던 타고르의 고향이자

그가 계급과 빈부 격차를 타파하기 위해 '아마르 꾸띠르(나의 오두막)'라는

농촌공동체를 세운 곳이다.

 

 8년 전 방문했을 때 신발 살 돈 쥐어준 걸 잊지 않고 특별히 새로 끓인 차를 대접해 준 아가씨,

곱게 접은 종이배를 보따리에 넣고 팔러 다니는 소녀,

아무 쓸모도 없는 종이배를 비싼 값으로 사는 일은,

시인 곽재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가!

 

릭샤왈라(자전거 운전사)이야기.

마시(가정부)들 이야기.

나무그늘 아래서 수업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학교.

근처의 작은 시골 마을의 축제 등.

 

그는 가난하고 소박하고 평화롭고 따뜻하게 인생을 배우고 돌아왔다.

 

산티니케탄에서 시인은,

생애 두 번째로 '삶이 지닌 11초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보라.

540일의 하루하루가, 조용히 꽃다발을 들고 다가와 다정하게 인사하고

다시 손 흔들고 시인을 지나쳐가는 풍경이 조용히 떠오른다.

 

 



 
 
 
 

 

내 꿈속에 꽃이 핀다면

저런 형상으로 필 것이다

 

어느 날 신이

내 꿈속의 마을을 방문한다면

바로 저 빛깔의 사리를 입고 올 것이다.

 

누군가 내 꿈속에서

지상의 별들을 모두 잠재울 노래를 부른다면

그는 바로 저 꽃의 눈빛으로 우리를 적실 것이다.

 

고단한 하루 일을 끝내고

아기를 잠재운 어머니가

비로소 떠나고 싶은 짧은 한 세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 꽃의 순결한 그늘일 것이다

 

 

......중략......

 

 

언젠가 한 번 꽃 피거든

이 꽃만큼만 피어라

 

언젠가 한 번 맞을 죽음이거든

이 꽃만큼만 처절하게 시들어라.

 
 
20103, <보순또 바하 꽃이 필 때>

 

 

 

*보순또 바하꽃은 키가 큰 미루나무 같으며

보순또는 벵골어로 <>이란 뜻이랍니다.

작가는 보순또 바하꽃을 <허공에 핀 음악>이라 표현했습니다.

 

 

 


 

열흘 사이에 두 차례나 꽃을 피우고

달빛 냄새가 난다는 조전건다 나무.....그리고 꽃.

 

 

 

운이 좋은 날에는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는 때도 있어서

나무 의자에 앉아 별을 보노라면 폭염의 공포에서 잠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반딧불이 들이 반짝반짝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어둠 속에 펼쳐진 모든 풍경들에 연민이 이는 것을 느낍니다.

 

, 나무, , 숲의 새들과 원숭이들, 오늘도 다들 열심히 제 몫의 삶을 살아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일이 아닐는지요. (37)

 

 

 

당신과 우리 모두 기다리며 한세상을 살아왔지요.

기다림이 없는 시간이 바로 절망의 시간 아닌지요.

우리 모두 부지런히 살아요.

몸 안의 강변길에 늘어선 꽃나무들이 달빛의 냄새를 흩뿌릴 때까지. (278)

 

 


 
 
 
 
 
 
 

책머리에.......

 

 

[하루 24시간 86,400초를 다 기억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때였지요.

내게 다가오는 86,400초의 모든 1초들을 다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1초는 무슨 빛깔의 몸을 지녔는지,

어떤 1초는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1초는 지금 누구와 사랑에 빠졌는지,

어떤 1초는 왜 깊은 한숨을 쉬는지 다 느끼고 기억하고 싶었지요.

그런 다음에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 생각 했습니다.

 

 

......................................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산티니케탄에서

내가 만난 시간의 향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길을 걸어가면 언제나 안녕, 쫌바다!하며

내 이름을 반갑게 불러주었습니다.

두 팔을 벌리며 아마르 본두, 나의 친구여! 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모두들 내게 한 마디의 벵골어라도 더 일러주려고 애를 씁니다.

 

숲의 향기는 은은하고

원숭이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연두색의 햇살 속에서 아침 새소리는 초록빛의 파도입니다.

 

반딧불이 들이 하늘의 별자리처럼 빛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서 만난 부엉이는 그 큰 눈을 껌벅이며

안녕. 오늘 좋았어? 묻습니다.

외견상 지극히 가난했지만 아무도 가난에 대해서 구차스러워하지 않았고

불행에 대해서 몰입하지 않았습니다.

 

..............................................

 

 

대저 시가 무엇인지요?

그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아니겠는지요.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생의 1초들을 사랑하는 일 아니겠는지요.

이기적이고 모순된 삶 속에서도

우리들이 꿈꾼 가장 어질고 빛나는 이미지들을

우리들의 시간 속에 반짝 펼쳐 보이는 것 아니겠는지요.

 

한마리 반딧불이 처럼 그들의 삶 속으로 문득 날아들어 온

키 작고 못 생긴 한 이방인에게

아무런 연유도 없이 마음을 나누어 준

산티니케탄 사람들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

 

 

 

20117

와온 바다에서 곽재구.

 

 

 

 

 

 

 
 
 Forest - Yuhki Kuramoto
 
 
 
 
 
 
우리가 사랑한 1초들
"사색의 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블로그의 인기글

우리가 사랑한 1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