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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 기행....
02/03/2011 15:10
조회  2587   |  추천   3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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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 기행‘을 읽으며.....



 
 
 
 


그대!

나는 그대와 함께 길을 나선지도 수년이 되었습니다.

버스로 때로는 승용차로, 여객선을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요.


당신과 함께 다니는 길은,

어쩌면 잃어버리고 사는 지난 시간들의 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을 찾아 짧은 길도 멀리 돌아가는 매일이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바람을 사랑한다 했어요. 바람은 자유로와서...라고 하면서.

그러면 나도 바람을 사랑하여, 바람을 좇아갑니다.


군산. 선유도. 동화. 통영. 지세포. 어청도. 삼천포. 진도. 회포. 거차. 와포.

대보리. 순천만. 여수. 구룡금. 왕포. 구시포. 제주. 우도. 주천, 등.

 


[어청도. 오랜 동안 나는 그 섬을 꿈꾸었다.

햇수로 치면 이십 년이 넘었을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라 안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도보 여행하는 재미에 절어 있을 때

그 섬의 이름은 내게 신비함으로 다가왔다.

....................................................................


푸른빛의 바다. 푸른빛의 고기떼. 고기떼와 함께 춤을 추는 어부. 무능력한 삶.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어청도를 꿈꾸었다]

 


 
지도에도 없는 작은 마을조차
당신의 발길이 스치면, 꿈같은 그림이 그려지곤 했지요.

 
갯마을의 아침에 맞이한 눈부신 햇살은,
가랑가랑 내 마음에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타오르기도 하며,
푸른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앉은 채,
바라보이는 멀리 깜박이는 마을의 작은 불빛과
캄캄하고 어둔 밤바다에서 집어등을 켠 고깃배의 작은 깜박임은
희망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했어요.

당신은 빈 모래사장을, 쓰지 않은 원고지 같다고 했어요.
그렇게 백사장을 걸으며, 스러지는 파도의 하얀 거품과 숨바꼭질도 하고
떠나가는 물살에 몸을 내 맡기기도 했지요.

한낮에 불어오는 바람, 그 속에 함께 흘러오는 아릿한 향기.
따사로이 가난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냄새.
삶의 냄새들....

가을날 치렁치렁 쏟아지던 가을 볕 속을 천천히 걸어가던 일.
11월 한 해의 끝에 쓸쓸함이 묻어 있는 작은 어촌에서의
다방 커피 한 잔이 참 어울린다 하면서
다방 아줌마와의 짧은 대화는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었지요.

 
고깃배가 들어 온 선창에서 왁자한 활기. 사람 사는 모습을 느끼며
팥죽 한 그릇에 이천 원. 그 팥죽에 따라 나오는 여섯 가지의 밑반찬으로
무엇이 남을까 만은. 그런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가면 삶에의 의욕이 다시 솟는다고 했지요.

 
그대는 맑고 빛나는 것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라고 했어요.
시. 사랑. 추억. 무지개. 들국화. 길. 시간....

 
[시가 무어냐 구, 시란 맑은 거지.
수평선 끝에서 빛나는 햇살 같은 거.
영원히 바닷물을 푸르게 하는 신비한 염료 같은 거.]

 

 

 
 
 
 
 

[문득 깜깜한 바다 한가운데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불빛 하나가 보입니다.

그 불빛은 내가 앉은 가로등 밑등까지 천천히 다가옵니다.

작은 배위에 한 노인이 등불을 들고 서 있습니다..그가 내게 삿대를 내밉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배 위에 오릅니다.

세월이 가고 다시 세월이 오고,

그 속에서 밥을 먹고 시를 쓰고 파도소리를 듣고,

그러다가 그 길목 어디에서 우연히 시의 신을 만나

함께 배위에 오를 수 있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세월이 오고 다시 세월이 가고, 천형인 그 시간들을 운명처럼 바람처럼 따뜻하게

껴안은 축제들의 시간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작가의 말>중에서





 
 
 
 
 

* 곽재구의 <포구 기행>은 내가 아끼는 책이다.

내 침대 옆 탁자에 몇 년을, 또 훌쩍 떠나는 여행길에 자주 동반하는 책.

작가의 여린 감성이 쏟아내는

보드라운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작가는 말한다.

 

고통이나 싸움. 상처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을 탓하지 말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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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포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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