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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야기
01/30/2010 21:14
조회  576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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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급하고 하늘 높아 질 때는 자전거를 타자

                                              ................위 영(동아일보 칼럼니스트)



 
 
 
 
 
가을은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닐까 싶다.
선선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람은 스쳐 지나가도 좋고
옷깃 사이로 스며 들어와도 살갑다.
하늘은 푸르르며 햇살은 맑고 순후하다.
나무 그늘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길게 스며들어와
선명하게 일렁이는 빛의 공간을 만드는 시간들.      
 

아이들이 학교로 가버린 후 자전거를 타고  공원으로 간다.
그곳에는 벌써 나무와 나뭇잎들의 이별 조짐이 느껴진다.
바람 가볍게 불어올 때 마다 나뭇잎 부딪히며 내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
여름에는 전혀 들리지 않던 선연한 그 소리들은
혹시 그들만의 오롯한 이별의 언어가 아닐까?
벌써 헤어져야만 할 시간이 다가왔네.  
보고 싶을 거야.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못 만나더라도 건강해야 해,
바스락거리는 소리 속에서 풍겨져 오는 나뭇잎 말라가는 향기는 아늑하고 정겨워
저절로 시골 친정집 뜨락으로 데려가곤 한다.
 

아직도 아버지 손길 그득한 윤나는 동백나무,
색색의 꽃을 피워대는 철쭉들,
나비의 더듬이처럼 꽃술이 솟아나 있는 풍접초와  화려하게 피어나 있는 협죽초  
붉은 계관화  남보랏빛 과꽃위에서 익어가는 무화과나무.
댕그렁댕그렁 소리라도 낼 듯 열매 가득 매달고 있는 박태기나무.  
셀팍 가에 심어져 있는 노오란 금불초.
그들 위에 가득히 내려앉을 눈부신 가을 햇살.
아,  엄마는 아버지 안 계신 집에서  뜨락 가득 들이찬 가을 햇살을 바라보시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공원의 중간쯤인 광장으로 들어서니
며칠 전부터 보이는 풍경이 여전히 재현되고 있다.  
부부의 나이는 아마 육십 대 중반쯤.  
살이 좀 있어 보이는 아내가 탄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리라. 아내는 자전거 위에 올라타려 애쓰고 있고
남편은 자전거 뒤를 붙잡은 채 벌겋게 상기 되어 있다.  
-아, 자전거 휘는 방향으로 몸을 휘라니까, 그렇게 하면 절대 안 넘어져요.
부부의 곁을 가깝게 지날 때 마다 들려오는 소리이다.

자전거는 엄밀하게 이야기 해본다면 일종의 균형 파괴이다.
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준다면 결국은 휘는 방향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살아온 혹은 배워온 균형 감각이다.
그런데 자전거는 자신의 위에서 만큼은 그것을 버리라고 주장한다.
자전거를 배우면서 수없이 넘어져도
여전히 우리는 자전거 넘어지는 방향으로 내 몸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전거를 타고 바퀴를 구르며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될 때ㅡ
전진하다가 돌발적인 상황 앞에서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지려 할 때ㅡ
자신도 모르게 몸이 자전거 방향으로 저절로 휘어지는 현상을 바라보게 된다.
낯선 자전거의 균형 법칙이 우리의 몸 안에  내장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삶의 상당 부분이 그러하듯이.
그것은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 되는 거라고............    
  

 

아마 엄마는 쓸쓸하셨을 것이다.
아버지 곤히 잠드신 깊은 밤. 아버지 깨실라 문소리 조심스럽게 여닫고  
아무도 없는 마당에 내려섰을 때 말이다.
환한 달빛이 다정한 벗처럼 엄마와 자전거를 비쳐주었다고 해도  
지금 이 깊은 밤 뭐하는 일인가ㅡ 자괴감 들지 않으셨겠는가?

ㅡ무담시 니가 처녀 때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보이드란 말이다.
하기는 맨날 보는 자전건디 그때사 생각이 들어온 거제.
그래, 저것을 내가 배와 불믄 이라고 속이 안상하겄제.  

엄마는 환갑이 되시던 해에 자전거를 배우셨다.
누가 잡아주기는 커녕 아무도 모르게 배우노라
남들 다아 잠이 든 깊은 밤에 홀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셨다.
그즈음 마침 집 옆쪽으로 외곽 도로가 생기면서  커다란 길이 만들어졌다.
길은 만들어졌지만 아직 개통이 안 된 상태라
엄마 혼자 자전거 연습을 하기에는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ㅡ 첨에는 참말 내가 생각해 뵈도 웃기드란 말이다. 환갑 넘은 할메가
자전거가 머시냐 자전거가,
달밤에 정신나가 춤추는 것 맹끼로.
그란디 하루 지나 이틀지낭께 재미가 솔솔 붙드란 말이다.
거그다가 이 자전거를 타기만 하믄
장에 다니는 것도 짐 실는 것도 걱정이 없을거 아니냐.
느그 아부지 한테 아순 소리 할 것도 없고........

엄마는 무담시라고 말씀 하셨지만 사실 무담시는 아니었다.
아버지 은퇴하시고 장만하신 자그마한 농장이 딸린 친정집은
읍내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버스가 다니는 길도 아니어서 짐이 없으면 그냥저냥 걸어 다닐만  하지만
짐을 들고 걷기에는  무리가 있는 거리였다.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휭 바람처럼 다니셨지만
짐있을 때 마다 택시를 탈수도 없고......

ㅡ 그날 몸이 되게 안 좋았어야 장날인줄 알면서도 몸이 움직이기가 싫드란 말이다.
그란디 느그 아부지가 장에 가서 조기라도 사오라고 그라시드란 말이다.
가기 싫었제만 으짜것이냐 갔제. 장을 보고낭께 기운이 더 없어져서
집이 까마득 하드란 말이다.
아는 집에 들어가서 전화를 했제, 오토바이로 좀 태우러 오라고,
느그 아부지 퉁명시럽게 지금 나가야 한다고 택시 타고 오라고 함시롱
전화를 딱 끊어 불더라.
시장 다 봐불고 낭께 돈도  떨어져부렀서야.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다가 하도 기운이 없어서 길가에 쭈구르고 앉아 있는디  
느그 아부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를 흘긋 쳐다 봄시롱 휙 지나가드라.
참 기가 맥히더라, 내가 왜 사냐 싶기도 하고....  
벨 생각이 다 들드란 말이다. 갠신히 걸어서 집에를 왔는디
그 때 무담시 니가 처녀 때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보이드란 말이다.


어느 날 엄마는 통장에서 돈을 찾아 연둣빛 새 자전거를 사가지고
자전거 앞 시장 바구니에는 장본 물건을 싣고 대문 앞으로 들어서신다.
붉은 색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뜨락에는 꽃이 만발해 있다.
자전거 위에 허리를 고추 세우시고 당당하게 올라 탄 엄마.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 순간 엄마는 새 자전거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을 것이다.
그 때 아버지가 그러셨다던가?
아니 시방 그것이 뭣이여?
아버지의 그것은 새 자전거였을까?? 아니면 그 자전거를 타신 엄마였을까?  
그 생각이 나면 언제나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가 달밤 체조로 자전거를 배우신지가 올해로 꼭 이십 년이 넘엇다.  
팔십 두 살이신  엄마는 여전히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장엘 가신다.
자식들 해주는 밥을 편하게 먹는 것 보다는 불편해도 혼자 사는 것이 자유롭다며
씩씩하게 살아가신다.
엄마의 가장 친한 벗은 아마  자전거일 것이다.  
교회도 장에도 이웃집 마실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엄마ㅡ.
엄마의 별명은 자전거 할머니시다.
자전거 할머니,
그렇게 멋진 이름을  풍륜(*주)에 비하랴?


공원을 두 바퀴째 도는데 여전히 초로의 두 부부는 자전거를 사이에 두고
가르치고 배우노라 여념이 없다.  
아, 자전거 휘는 방향으로 몸을 휘라니까.........
나는 그 부부곁을 바람처럼 지나가며 속으로 말한다.
인생처럼,
그게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니깐요.

바람급해지고 하늘높아지는 시간(風急天高)
가을은 자전거 타기에 참으로 좋은 시간이다. (060928)

 

 



      *풍륜: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나오는 자전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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