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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도 급소가 있다
01/04/202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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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칼럼>-----------------------


감정에도 급소가 있다

 

장소현 (시인, 극작가)


 5-6세기 신라시대의 사람 얼굴 토기경산 소월리에서 최근 발굴.  (구글 이미지 사진)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다보면 아주 하찮은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적지 않다

인간의 감정이란 실로 미묘한 것이어서 때로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 슬쩍 지나가는 말 한마디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 아린 상처를 입기도 한다. 말로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게 복잡 미묘하다.


우리 몸에 급소가 있듯 우리의 감정이나 마음에도 급소가 있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몸의 급소는 어디인지를 알 수 있고 누구나 같은 곳이지만, 감정의 급소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기 때문에 참으로 문제다.



감정의 급소는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꽤나 아프게 마련인데, 대개의 경우 건드린 사람은 건드렸는

지조차 모르기가 십상이고, 당한 사람은 말로 설명하기가 구차스럽게 마련이다.

가령, 자존심 같은 것이 가장 대표적인 감정급소 중의 하나이다. 얌전하던 사람이 까닭 없이 버럭 

화를 낸다면 필경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기가 쉽다.



                 ▲도산 선생의 붓글씨


물론 자존심의 급소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의 경우엔 돈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가방끈의 길이나 명예이기도 하다. 남과 비교당하는 것, 아련한 첫사랑의 상처, 소유욕, 독점욕

은밀히 감추어둔 비밀, 우월감이런 모든 것들이 감정급소가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열등감을 덮어 싸고 있는 자존심은 가장 민감한 감정급소가 된다. 이런 급소는 조금만 

건드려도 아픔이 크다. 물론 건드린 사람은 무심결에 툭 건드린 것이지만마음 맞추고 배 맞추고 

한 평생 살면서 흉허물 없는 부부 사이에도 그런 식으로 찌르고 찔리우는 일이 흔하다. 오히려

흉허물이 없다 보니까 그럴 기회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무심결에 당하는 상처가 더욱 지독하게 

아픈 법이다.



이렇게 상처를 입고 일단 주파수가 어그러져버리면 다시 맞추는데 한참씩 걸리곤 한다

시무룩한 얼굴로 말도 없이 온 세상 고민을 혼자 짊어진 듯한 우거지죽상이 계속되고, 온 집안이 

냉전체제로 접어들고, 일단 냉전이 시작되면 또다시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럴듯한 계기가 없이는 

해빙기를 맞기가 어려워진다.


원인을 따지고 보면 정말로 우스울 정도로 하찮은 일이고, 상처를 입힌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기가 

일쑤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냉전이 벌어진 것은 쩨쩨하거나 밴댕이 속 같기 때문이 아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급소를 잘못 건드렸기 때문인데, 그걸 모르고 상대방을 쩨쩨한 밴댕이 

속으로 생각한다면 더 커다란 냉전의 씨앗을 기르는 꼴이 된다.


                   ▲우리 고유의 돌다리인 농다리 


우리 몸의 급소와 꼭 마찬가지로 감정의 급소도 일단 다치면 정신력으로 참아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급소라고 부르는 것이다. 의지와는 관계없이 우선 아픈 것이다. 그러니까 감정의 급소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옛 말씀에 이르기를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갖추라고 했는데, 이 경우 예의란 상대방의 급소를 

건드리지 않는 지혜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부 사이에는 서로 상대방의 성감대를 알아두듯이

감정의 급소가 어딘지도 파악해두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뢰밭을 피해 가려면 지뢰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를 알아두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지뢰는 살짝 건드리나 쎄게 건드리나 터지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도 명심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감정급소가 있다는 걸 일본에게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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