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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글> “…… 같아요.”
07/22/20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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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글>


 

          “…… 같아요.”

 

우리의 잘못된 언어습관에 관한 좋은 글 한편 함께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께서 1985년에 쓰신 수필 중의 한 구절입니다. 그러니까, 30년이 넘도록 나쁜 말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편집자>



 (전략)대체로 언어란 전개되는 형편에 따라서, 인심 동향에 따라서 만들어지고 유행하는 성싶은데, 오늘의 유행어를 살펴보면 매우 선명한 두 줄기가 나타난다.

줄기는 두 개지만 특징은 이상하게 흡사하다. 애매모호하다 할까, 공통점이 40년 긴 세월을 거쳐서 오늘에 마주쳤다고나 할까? 말 몇 개를 예로 들어보자.

(중략)


 

다음은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이겨야 할 것 같아요.” “맛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다.

이것은 국민 대중들이 요즘 즐겨 쓰는 말이다.

아름답습니다.” “이겨야지요.” “맛있습니다.”라고 해야 정확한 의사표시가 된다. 그러나 같다는 말은 뜻 그대로 진짜는 아니고 비슷하다는 것인데 아름다운 것 같은데 글쎄요....” 여음이 남는 말이다. “이겨야 할 것 같은데 어떨까 싶어요.” 궁리하는 투다.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시큰둥하게 마지못하여 대접한 사람에게 하는 말로 들린다.


어정쩡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런 낱말이 살아 있는 것이며 유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설악산 꼭대기였던지 한라산 꼭대기였던지 그 이름은 잊었으나, 마이크를 들고 이 나라의 아름다운 강산을 소개하려 나선 여성께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한다는 말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였다. 화면으로 본 산은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어정쩡하게 말 할 아무 흠도 없었다.


외국으로 시합하기 위하여 떠나는 운동선수는 그 활기찬 표정과는 달리 이겨야 할 것 같아요.”했다. 아리아의 제목 같지만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왜 그렇게 하질 못할까?


맛있는 것 같아요.”, 텔레비전에 소개되는 그야말로 노련한 숙수들이 만들어낸 요리가 맛 없을 턱이 없고, 설혹 신통치 않았다손 치더라도 맛이 있습니다하는 것이 음식 장만한 사람에 대한 예절이다. 왜 그 말에 그렇게 인색해야 할까?


물론 깊은 생각 없이 버릇이 되어 그랬겠지만 몇 사람의 버릇이 아닌,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사람들은 입을 열었다 하면 같아요하는 것은 분명히 사회의 병리현상이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이같이 감정이 고갈되었을까? 의사(意思)를 감추어 버렸을까? 판단의 능력을 잃었을까?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는 말이 범람할 듯하다.

같다는 말은 의지의 표현이 아니다.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것이다. 변란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온 민중들의 본능적인 호신책이 숨겨져 있음을 읽을 수 있다. (1985, 1)

(후략)

       -박경리 <원주통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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