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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시, 가우디의 성가족성당
06/08/20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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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시>--------------------

 

안으로 들어서기


-가우디의 성가족성당


Antoni Gaudi, 1852-1926

 

장소현 (미술평론가, 시인), 사진: 김인경


 

목수의 아들을 위해 대장장이 아들이

모든 것 바쳐 지은 거룩한 기도 공간

대장장이 아들인 건축가는 끝내 완공을 보지 못하고

죽었네, 죽고 말았네.

 

왁자지껄 시끄러운 관광지

넘실대는 인간 파도 가까스로 헤치고

돌나무숲에 들어서니 문득 고요해지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햇살 너울너울

춤추며 서늘하게 영혼 어루만지네

색깔은 빛의 고통”*이라는 말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한데


남루한 영혼 빛으로 너울너울 씻었으니

조금은 깨끗해졌을까?

어디에 널어야 잘 마를까?

 

밖에서 안으로

조심스레 성큼 들어서기



우리의 위대한 건축가는 끝내 끝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본디 끝이란 없는 걸까?)

일흔네 살 먹은 위대한 건축가는 새벽 미사에 다녀오는 길에 노면전차에 치여 널부러졌다

(건물 설계에 넋이 팔려, 달려드는 전차를 보지 못했겠지.) 

우리의 위대한 건축가의 허름한 차림새를 본 운전사는 노숙인으로 여기고 그냥 버려두고 가버렸다

(위대한 건축가가 저렇게 남루할 리 없지. 아니면 전차 운행시간이 너무 급했을까? 다음 정차장에서 

기다리는 선량한 승객들을 생각하면, 노숙자 한 명의 부상쯤이야)



착한 사람들이 길바닥에 널부러져 쓰레기더미로 보이는 우리의 위대한 건축가를 병원으로 옮기려고 

택시를 찾았지만, 역시 노숙인으로 생각한 기사들은 그냥 지나쳐, 3번의 승차 거부 끝에 4번째로 잡은 

택시 운전수가 겨우 운전해 병원으로 갔지만병원에서도 2곳이나 진료 거부를 당해… 

빈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무상 병원에 놔두고 가버렸다.


아무도 우리의 위대한 건축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오직 보이는 건 남루한 겉모습뿐

(예나 지금이나 세상 인심은 똑같은 모양)


병원에 버려진 채로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위대한 건축가가 간호사에게 이름을 말하자

소스라치게 놀라,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급히 연락했고(이름은 이렇게 중요하다.)… 

서둘러 달려온 그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자고 말했지만, 우리의 위대한 건축가는 말했다.


옷차림을 보고 판단하는 이들에게 이 거지같은 건축가가 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것을 

보여주게 하라. 난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다가 죽는 게 낫다


그리고 그대로 빈민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그 죽음을 비참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위대한 건축가의 유해는 목수의 아들을 위해 짓던 성당 지하 묘지에 안장되었다

(본래 성당의 지하에는 성인만 안치될 수 있지만, 우리의 위대한 건축가는 이례적으로 

로마 가톨릭 교황청이 특별히 허락해 묻힐 수 있었다.)

 

눈먼 자들 떠들어대는 바깥세상에서

눈 맑은 이들 노래로 기도하는 안으로

밖에서 안으로

성큼 들어서기

 

*괴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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