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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 한운성의 그림 <매듭>
12/15/20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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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그림>--------------------


묶은 자가 풀어라

-한운성의 그림 <매듭>


그림: 한운성 (화가, 서울미대 명예교수)

시: 장소현 (시인, 미술평론가)


 

우리 가슴에 맺힌 매듭일랑

풀어야지, 더 꼬이기 전에

당기지 마, 당길수록 매듭은 늙은이처럼 완고해져

풀어야지 차근차근 풀어

짜르지 말고 풀어, 서두르지 말고

마늘과 쑥으로만 백날 견디듯 차근차근

풀어야지 풀어

 

(사람과 사람을 묶으면 매듭이 생기는 걸까. 당길수록 모질어지는 매듭.)



<1>

하늘과 땅이 아직 하나였던 시절

그 무렵 그 마을 사람들은 모두

키가 작고 마음이 한없이 착했다고

전설은 전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밧줄 꼬는 솜씨 하나만은 매서워서

매듭도 보일락 말락 탄탄하게 짠짠하게 묶어서

우물에 빠진 여자 구하고

벼랑에 매달린 남자 끌어올려

하나로 꽁꽁 묶었다고

그래서 지금 우리 있는 거라고

전설은 진양조로 느릿느릿 전하네.

그 시절 매듭은 보일락 말락


 

<2>

사람이 하늘이다.

그 시절 온 마을 사람들은

밤마다 모여 새끼 꼬고

또 꼬아 매듭으로 엮어

기나 긴 새끼줄 하늘까지 다을 만큼

 

밤마다 매듭들 불끈 일어나

춤추기 석삼년 밤낮

매듭마다 서러움 꽁꽁 묶어

하늘까지 닿을 새끼줄 이어

 

매듭 사이사이로 핏자국

스며 아프게 스며

매듭 틈새로 그래도

바람 통하고 시원하게 울고

 

그런 일 있었노라고

매듭이 지나가는 말처럼 노래하데

바람처럼 슬쩍 건드리고 지나가데.


 

<3>

아이고 그 매듭 한번 독하게 꼬였네

쉬 풀기는 글렀네

그렇게 말한 사람 누구였나.

하필이면 허리께 모질게 묶인 동아줄

벗기려 버둥거릴수록

더 조여들어 파고들어

살 썩고 뼈 시들어

 

고약하게 엉키기만 한

그 매듭 풀릴 날 언제일까

 

바람소리 쓸쓸한

허리께

그 매듭 단단하고 모질어도

때때로 그리운 사람 목소리 들리고

 

새들은 오가고 냇물 흐르고

매듭만 남아 검은 그림자로 남아

 

(묶은 자가 풀어라)

 

울컥 목울대 흔드는

뜨거운 사랑 하나쯤

어디에나 있으려나

가슴 밑바닥 솟구치는

장단 한 자락

 

, 저기 동 트고 새벽 온다

매듭 풀어지는 소리 스르르



화가 한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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