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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찰은 싫어요!
01/17/2020 09:50
조회  1344   |  추천   21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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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한국에 나가서 없는 바람에 집안 살림을 내가 해야 했다.

아침에 차를 몰고 우체국 드라이빙 투르를 통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다운타운 은행으로 달려갔다.

은행 주차장에 차가 많은 거로 봐서 손님도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은퇴해서 가지 않지만 지난 40년 동안 이 은행을 줄기차게 드나들었다.

매일 아침 은행에 들르는 게 업무 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은퇴 후에는 은행에 갈 일이 없어졌다.

개인적으로 은행에 갈 일이 있을 때면 아내가 대신 가니까 나의 나들이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아내가 한국에 나가는 바람에 은행에 다시 들른 게 5년 만이지 싶다.

은행 내부는 완전히 바뀌었다.

리모델링해서 달라졌지만 첫인상은 우중충하다는 느낌이다.

흰색 타일이었던 바닥을 갈색 우드로 바꿨고 작은 사무실을 여러 개 만드느라고 칸칸이

벽을 세웠다.

전에는 은행 창구가 십여 개 있었는데 3개로 줄여놓았다.

사람들은 줄을 길게 늘어서 있어서 나는 맨 끝에 서야만 했다.

세어보니 내 앞의 손님이 15명이 기다린다.

은행 텔러는 한 사람뿐이다. 그런 주제에 손님 한 사람 붙들고 마냥 시간을 끈다.

내 뒤로 사람들은 계속해서 줄을 선다.

드디어 텔러가 금고 안 세이프티 박스를 열어주러 간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 건데 금고 열어주러 가면 시간이 꽤 걸리게 되어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치를 보니 쉽게 내 차례가 올 것 같지 않다.

나는 포기하고 나가기로 했다.

긴 줄을 기다리는 데 참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은 나 혼자다.

한국인인 내가 어찌 긴 줄을 기다릴 수 있단 말인가.

걷어차고 밖으로 나와 조금 떨어진 쇼핑센터에 있는 같은 은행으로 갔다.

이곳도 리모델링 해 놓았다.

여기도 십여 개였던 은행 창구를 단 두 개로 줄여놓았다.

다행히 손님은 없어서 들어가자마자 디파짓을 끝냈다.

 

인터넷 발달로 은행에 오는 고객이 줄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은행 통장이 없어진 지도 10여 년은 된 것 같다.

이제는 은행 창구를 줄인다.

조금 더 있으면 은행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은행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부자들은 은행이 없어도 인터넷으로 처리하니까 별로 지장 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가난해서 늘 현찰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존 자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현찰 안 받는 식당들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식당 문에 현찰은 안 받는다고 크게 써 붙였다.

현대인들은 현찰 없이 사니까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러나 노숙자라든가 가난한 사람들은 거주지가 없으니 카드도 없고 현찰이 아니면

안되게 되어있다.

결국 시에서 새로운 조례를 만들어 현찰 안 받는 상행위를 금지시켰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가속도가 붙어서 빨리빨리 돌아간다.

한국인만 빨리빨리 서두르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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