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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팔자타령으로 돌려야 하나?
01/01/2020 09:33
조회  674   |  추천   1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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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전화를 걸어오던 친구에게서 소식이 없다.

아내 죽고 아들도 죽어서 늘그막에 혼자 사는 친구가 외로워서 뻔질 전화를 걸어 왔다.

한번 전화가 오면 한 시간 우습게 잡아먹는다.

맨 날 그 소리가 그 소리여서 어떤 때는 건성으로 들어 넘기다시피 했다.

내가 한국에 나가 있으면 전화는 한국에까지 쫓아와 떠든다.

그러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뚝 끊겼다. 벌써 넉 달째 전화가 없다.

매번 저만 전화질을 하는 바람에 친구가 삐졌나 했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모처럼 내가 전화를 걸어보았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어떻게 된 친구 집 전화기에는 녹음 장치도 안 나온다.

스마트폰이라도 하나 마련하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지금껏 옛날식을 고집하며 살고 있으니

연락할 방법이 없다.

틈만 나면 혹시 받으려나 하고 전화를 돌려댔다.

드디어 어젯밤에 연결되었다.

, 죽지 않았구나, 너 죽었나, 살았나, 알아보려고 해도 전화를 받아야지.”

, 나 요새 바빠서 그래.”

바쁘다니? 혼자 사는 주제에 뭐, 바쁠 일이 있단 말인가? 혹시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친구 누님이 한 분 있는데 팔순이 훨씬 넘었다. 매형은 89세다.

누님 아들이 친구에게는 외조카가 되겠는데 항문암에 걸려서 얼마 못 가게 생겼단다.

노인인 누님 내외분이 운전을 못 해서 자기가 모시고 병원에 다니느라고 바쁘단다.

말이 좋아 조카지 조카도 육십이 넘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격이다.

조카 자식들은 뭐하고 니가 나서야 하니?”

외지에 나가 직장 생활하느라고 올 수 없단다.

어쩌다가 너보다 어린 사람들을 먼저 보내야 하는 니 팔자도 희한하구나,”

한마디 해 주면서 팔자타령으로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외조카가 얼마 못 가게 생겼다면서 친구는 병원에 가서 살다시피 한다.

셀폰이라도 있으면 전화라도 걸어서 위로라도 해 주겠건만 ……

고집도 고집 나름이지 새로 나온 기기는 질색을 하니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LA에서 보내는 인터넷 한국 TV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소설가 김홍신의 인터뷰가 눈에 띄기에

들어보았다. 소설 인간 시대를 출간하고 한국 최초로 백만 부 돌파의 기록을 세웠단다.

작가가 한번 뜨면 명예 때문에 은신 폭이 좁아진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들려준다.

스마트폰을 들고 등산하다 보면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더란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등산 갔다 올께 너 잘 있어한마디 해 놓고 등산하면

마음이 편하고 좋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김홍신 작가는 지금도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쓴단다.

대발해를 집필하는 3년 동안 꼬박 하루에 12시간씩 자리에 앉아 그것도 만년필로 원고지에

써 내려 갔다니 그 집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집필이 끝나고 여기저기 병이 나서 고생했다고 한다.

그렇겠지, 스스로 고문을 해도 유분수지 몸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어령 어른께서 돌아가신 최인호 작가하고 나를 집으로 부르더란다.

워드 프로세스, 컴퓨터를 활용하라는 말씀이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이어령 선생님은

일찍부터 컴퓨터에 능숙해서 컴퓨터 예찬론을 펼치던 분이다.

두 작가, 최인호 씨와 김홍신 씨는 이어령 선생님 집을 나오면서 둘이 파이팅 하는 식으로

손뼉을 마주쳤단다. “우리는 죽어도 만년필이다외치면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기기에 목을 맬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술을 응용하고

활용하는 것이 돌아가는 세상에 맞춰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장 컴퓨터나 셀폰이 아니더라도 전철을 타는 것도, 비행기 여행도 새로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아니더냐?

구태여 끝까지 옛것을 고집하는 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인데 인터넷을 거부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인터넷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그들의 자부심만큼 자랑스러워 보이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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