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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내 눈치 보는 남자
07/04/2018 08:23
조회  630   |  추천   9   |  스크랩   0
IP 24.xx.xx.153

 

두 번째 결혼식에 신부가 흰색 가운을 입으면 안 된다는 통설이 있다.

흰색은 순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란다. 재혼은 순수하지 못하다? yes or no?

 

한산한 맥도널드에서 친구를 만나 커피 마시며 오래도록 담소했다.

맥도널드 커피는 어딘가 구수한 데가 있다.

티스픈 만큼의 크림 3컵만 넣고 마시면 내게 딱 맞다.

무엇보다 시니어 커피는 값이 싸서 맛있나 보다.

친구는 아내가 죽은 지 다섯 달 됐다.

주변에서 여섯 달만 지나면 여자 소개해 주겠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여섯 달이다, 일 년이다가 뭐 중요하겠느냐만, 칠십 중반에 들어서면 재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리송하면서도 하기는 해야 할 것도 같고, 께름칙하기도 하다.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도 그러할진대 당사자는 오죽하겠는가?

재혼이 꼭 긴요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시대가 바뀌면서 70대도 아직 세월이 많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옛날 같으면 70이 넘었으니 그냥저냥 살다가 가라고 하겠지만, 지금은 백세 시대가 아닌가?

친구 아버님도 94세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94세이신데 살아계시다.

이쯤 되면 친구라고 해서 앞으로 20년 더 살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게다.

웬만하면 재혼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 주변에는 아내가 먼저 죽은 친구가 꽤 있다.

바로 아랫동서가 홀아비가 되자마자 곧바로 재혼했다. 한 이년 됐을 것이다.

처제가 폐암으로 고생하다가 죽었다. 사실 동서는 처제 고생만 시켰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결혼생활 내내 속을 썩였다.

한국에 있을 때 처제는 교원이었고 동서는 실업자였다.

집에서 애나 보면서 밥하고 설거지나 했다.

그러면서도 속은 속대로 썩여서 결국 이혼까지 가고 말았다.

미국에 이민 신청을 하면서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혼인 신고를 했다.

미국에 와서 페인트 일을 하면서 그런대로 잘 사나 보다 했더니 엉뚱하게도

담배는 동서가 피웠는데 폐암은 처제가 걸렸다.

2년여 폐암 치료하는 동안 동서가 절실히 환자를 돌보는 것 같지 않았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옆에서 보기에 미흡하게 보였다.

환자 옆에 있지도 않았다. 처제를 빈집에 혼자 놔두고 일하러 나다녔다.

일 안 하면 먹고살 수 없다나 뭐라나.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으나, 병원에서 더는 치료할 게 없다는 환자라지만,

혼자 집에 놔두면 안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동서는 그렇게 했다.

정 죽겠으면 전화기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달려오겠다고 했다지만, 그게 어디 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할 짓이더냐.

사실,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아내 옆에 붙어서 병간호만 해도 죽고 나면 못다 해

준 게 후회되고 아쉬울 텐데 어쩌자고 집에 홀로 놔두고 일하러 다녔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 놓고 성당에 나가 이혼한 지 20년 됐다는 한국 여자를 만나고 다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처제가 죽자마자 아예 여자네 집으로 들어가 같이 크루즈 여행도

다녀왔단다. 하더니 여자가 원한다면서 혼인 신고까지 해 버렸다.

그것만이 아니다. 한국에 나가 여행도 하고 친구들 소개도 시켜주겠다며 둘이서 떠났단다.

남의 일이 돼서 옳다 그르다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보기에 그림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재혼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한번 살고 마는 인생인데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는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 할 것 아니냐.

 

같은 시기에 캐나다에서 사는 친구도 아내가 죽었다.

내가 장례식에도 다녀왔는데, 신장염으로 투석까지 하다가 우울증으로 번지면서 죽고 말았다

친구야말로 아들 하나인데 토론토에서 캐나다 여자와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산다.

친구 혼자, 덜렁 큰집에서 쓸쓸히 살고 있다. 보기에 딱해서 재혼이라도 하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친구는 재산도 곧 많이 있고, 다니는 교회에 과부인지 이혼녀인지 꽤 있단다.

여러 번 물어보았으나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게 확고하다.

말로는 재혼하겠다는 여자들이 재산이나 탐냈지 어디 제대로 살 것 같지 않아서

결혼은 하지 못하겠다지만, 실은 죽은 아내 눈치 보느라고 꼼짝 못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이제 겨우 칠십 중반인데,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옆에 말동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면 혼자가 자유롭고 편하단다.

재산 좀 있다는 게 걸림돌인지, 옛사랑에 묶여 있어서 그런지, 주변 분위기에 휩싸여

체면이 문제인지 알 수는 없으나 판단은 본인만이 알아서 할 일이다.

겪어봐서 아는 건데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오로지 하나님뿐이다.

결국 혼자 사는 게 친구 팔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이 생각난다. “결혼해 보아라, 당신은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말아보아라 그래도 당신은 후회할 것이다. “

 

이런 친구 저런 친구를 보면서 앞으로 한 달만 더 지나면 여자 소개받을 친구를 생각해

본다. 꼭 재혼해야 하는 게 오른 건지 아니면 혼자 나머지 생을 사는 게 오른 건지

똑 부러진 결론을 내기에 일흔 중반의 나이라는 게 참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죽은 아내 눈치 보는 남자는 재혼 못한다.

하지만 그림치고는 나쁜 그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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