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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다음 날
12/27/2017 09:26
조회  818   |  추천   3   |  스크랩   0
IP 24.xx.xx.153

 

을씨년스러운 겨울날 늦은 오후다.

해가 다 넘어가고 산언덕에 쥐꼬리만큼 남아 있다.

집은 텅 비어 있고 아내가 보지도 않으면서 틀어 놓은 TV 연속극 소리만 들린다.

한바탕 수선을 떨고 지나간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어서 더 괴괴한 것 같다.

사람이 많아 북적댈 때는 모르겠는데 다 가고 나면 쓸쓸함이 밀려온다.

 

어젯밤에는 아이들이 뛰고 노느라고 집안이 어수선했다.

자질구레한 선물이지만 선물 보따리를 푸느라고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웃고,

떠들고,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선물을 뜯을 때마다 환성이 터져 나오고 감탄 소리가 퍼져 나왔다.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감탄하고 기뻐한다.

제 것이 아닌 남의 선물에도 관심이 많고 즐거워한다.

아무리 한배에서 나온 형제들이라고 해도 어른이 다 된 형제들은

제 것이 아니면 기뻐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린 손자 녀석들은 제 것이 아닌 다른 녀석 것에도 제 것처럼 기쁘고 즐겁다.

마치 눈 오는 날, 눈이 제 것이 아닌데도 즐거운 것처럼.

 

아내는 연속극을 좋아한다. 연속극은 남의 이야기다.

내 것이 아닌 남의 선물은 시큰둥하면서도 남의 이야기는 좋아한다.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해서 연속극이 탄생했고 인기가 유지된다.

연속극이나 소설은 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좋아한다.

거짓말이 정말 같을수록 더 좋아한다.

연속극이나 옆집 아줌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거저 주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돈 주고 듣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은 돈 주고 읽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말로써 하는 소리이고 말은 곧 생각이고 생각은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남의 아이디어를 내가 써먹는다면 그것은 위법이다.

그러나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그 이야기를 다시 써먹어도 위법은 아니다.

“A lie travels round the world while the truth is putting on its shoes.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말은 세상을 한 바퀴 돈다.“ Mark Twain

남의 이야기는 눈 깜짝할 새에 퍼져나간다는 말이다.

 

말을 듣는 것이나 냄새를 맡는 것이나 기쁨과 즐거움을 얻는 건 마찬가지다.

형체가 없는 것으로 거저인 것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도 냄새도 뇌로 들어가서 기억으로 남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야기는 다시 남에게 전해 줄 수 있지만, 냄새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귀가 코보다 위대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냄새는 음식과 같아서 코로 들어가서 소화가 되어 방귀로 나가는데 비해서

이야기는 귀로 들어가서 소화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소화가 안 되거나 덜된 이야기는 다시 입으로 나와 돌아다닌다.

소화가 잘 된 이야기는 영양분이 되어서 몸속에 남아 인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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