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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러 가던 날
01/12/20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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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4.xx.xx.153

 

 

인천공항 가는 데 버스 타고 갈까 택시 타고 갈까 망설였다.

좌석 버스는 9천 원이고 택시는 4만 원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방을 질질 끌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생돈 나가는 것 같아 아깝기는 해도 택시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사거리에 손님 기다리는 택시가 늘 너더댓 대 있기 마련이다.

인천공항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물으나 마나 한 거지만 그래도 예약을 하려면 운을 떼야 하겠기에 한 말이다.

갈 수 있단다.

내일 오후 3시에 오피스텔 문 앞까지 와 달라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줬다.

 

미국에 갈 준비를 하느라고 오전에 목욕하고 오후에는 머리 깎으러 종로 3가에 나갔다.

늘 다니는 이발소이지만 오늘따라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동네 이발소에서 이발하면 머리 깎는데 만원 염색하는 데 만원, 2만 원을 줘야 한다.

종로 3가에서는 머리 깎는데 35백 원, 염색하는데 5천 원 토털 85백 원이다.

반값도 안 된다.

물론 젊어서는 모양내는 데 쓰는 돈은 아까울 게 없었다. 돈 더 주고라도 잘 깎는데 가면

인물이 월등 나아보였다.

늙고 보니 누가 쳐다봐 주는 사람도 없고, 잘 보여야 할 사람도 없어서 그저 생긴 대로

놔두다 보니 구태여 돈 더 주고 깎아야 할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종로 3가 이발소에는 손님이랍시고 늙은이들만 온다. 그래도 괜찮다. 이발사도 늙은이이니까.

이발사가 늙었다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그들도 이발로 한 평생을 살아온 베테랑들이다.

마음 놓고 맡겨도 된다.

머리 감아주던 이발사 아저씨 한마디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이발소인데 이보다 더 싼 데 있거든 나와 보라고 해?”

말인즉슨 맞는 말이다.

 

다음날 오후에 아내가 좋아하는 쑥개떡잔뜩 사서 가방에 넣었다.

나도 아내도 떡 이름도 모르면서 맛있어했다.

오늘은 마음먹고 물어 외워가기로 했다. ‘쑥개떡’ ‘쑥개떡

명칭이 어설프고 개떡 같아 그렇지 맛은 괜찮다.

 

오후 3시에 택시 운전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예약한 운전사는 바빠서 다른 운전사가 왔단다.

운전사가 험악하게 생겼다. 나도 남자지만 은근히 겁이 날 정도다. 전과자 같은 기분이 든다.

공항까지 미터기 요금에다가 톨비 75백 원은 별도로 내야 한단다.

지금까지 타고 다녔지만, 톨비 별도로 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아무리 운전사가 험악하게 생겼어도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따질 것도 없이 이 운전사는 별도로 내는 거라고 내게 신교육을 시키려 든다.

싸워봤자 인 것 같아서 그냥 있기로 했다. 운전사 화가 났는지 있는 대로 밟는다.

총알택시 말만 들었지 이게 바로 총알이구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

씻벨트를 동여매고 긴장했더니 먹은 게 체할 것 같다.

공항까지 38천 원이 나왔다. 아무 말 없이 5만 원권을 내 주었다.

47천 원을 받아야 할 텐데 42천 원만 받겠다면서 거슬러 준다.

나는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내렸다.

내려서 생각해 보니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항 검색대를 거치는데 하다못해 주머니까지 다 비우란다.

주머니엔 별별 잡동사니가 다 있는데, 지갑도 있고 돈도 있는데, 아무튼 다 꺼내 놨다.

이것이 내 생명을 위해서라니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귀찮기도 하다.

다 끝 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탑승 바로 직전에 몇 명 골라서 다시 검색하는 데 하필이면 나를 집어낸다.

속으로 난 아니데이사람 헛 집었구나 했지만, 검시원 눈에는 내가 테러용의자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지목 당했으니 어쩔 수 없이 다가갔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화약 냄새를 맡는다.

웃옷을 다 벗기고 신발도 벗기고 혹시 숨겨진 화약이라고 있나 해서 찾아 더듬어 헤맨다.

3백 명 중에 내가 뽑힌 것은 분명 행운은 행운인데 소득 없는 행운이어서 씁쓸하다.

다음번엔 로또에 뽑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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