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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련' 리뷰를 읽고
07/28/2017 18:31
조회  357   |  추천   2   |  스크랩   0
IP 24.xx.xx.153

 

 

15년 방송작가로 지낸 분이 하는 말이다.

기껏 힘들여 써놓은 글, 어떨 때는 원고지 60매가 넘는 글이 한 번 방송으로

공중에 날려버리면 그만이다. 그 허무함이란.

그래서 소설을 공부했다. 막상 소설을 쓰다 보니 새로운 글이 없더라.

이미 다 아는 이야기뿐이더라.

청소년 장르를 선택했으나 그것 역시 이미 노출된 스토리들이었다.

마지막으로 탈북 청소년을 쓰기 시작했다. 이 분야는 아직 쓰는 사람이 없더라.”

 

나도 그렇다. 기껏 시간 들여 다듬어 놓은 글 한 번 올리면 그만이다.

내가 썼어도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소설 공부를 했다.

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 졸업반이다. 한 학기만 남았다.

그래도 내게 유리한 점은 한국 생활과 미국 생활을 다 안다는 점이다.

단편도 열댓 편 써 놓았다. 도반이 있어서 같이 읽고 토론이라도 해 봤으면 좋으련만,

글 읽기를 좋아하는 친구는 구하기 어렵다.

 

책을 두 권 내놓고 한동안 쑥스럽고 부끄러워서 애먹었다.

하지만 사이버대학 교수님의 말씀이 위로가 됐다.

뻔뻔해야 합니다. 작가세계에서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교수님도 책을 내놓으면 한 달은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했다.

사실 글 쓰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자신 있게 읽어보라고 내놓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유명 작가는 빼놓고. 늘 부족함과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막상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뒷켠으로 밀려나 있는 책의 모습은 보기에 슬프다.

그렇다고 홀대만 받는 것은 아니다. 강남에 사시는 외사촌 누님은 하룻밤에 다

읽었다면서 책이 좋아 20권을 사서 동창들에게 나눠 줬다고 했다.

미국에 사는 친구 역시 10권을 사서 나눠준 일도 있고 시골에 사는 친구도 두 권을

사서 아들에게도 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은퇴하고 두 내외 시골로 내려가서 사는 후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서만

은퇴한 사람들이 시골로 내려가는 줄 알았는데 미국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전화통을 붙들고 한 시간을 떠든다. 이 친구 외롭게 살아서 그러나 왜 이리 말이

많아졌나 했다. 그러나 긴 대화는 내 책을 읽은 독후감을 털어놓는 것이다.

이 좋은 독후감을 인터넷에 리뷰로 남겨 주었으면 좋으련만 말로만 떠든다.

 

인터넷에 들춰보면 책 첫 시련에는 별도 하나 없고 독자 리뷰도 없다.

어쩌다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책 읽은 독후감인지 리뷰인지를 찾기는 했는데

인기가 없어서 하루에 방문객이 두 명도 안 되는 블로그에 실린 것을 보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나이 많은 노인의 글이어서 별반 이더라는 내용을

보고 실망한 일도 있다.

 

아직 꿈이 살아 있어서 좋은 것 같지만, 열망이 경쟁으로 이어지고 스트레스로

다가올까 봐 겁난다.

전화벨이 울린다. 받아봤더니 캐나다 친구다. 한 소리 또 하겠구나 해서 떨떠름하게

대꾸했다.

, 목소리가 왜 이래? 자다가 받는 거냐?“

아니, 뭐 좀 상상하던 일이 있어서...”

쓸데없는 상상하지 말고 꿈 깨라. 꿈 깨고 전화나 똑바로 받아.”

꿈 깨라고? 그래, 네 말이 맞다.”

대답을 해 놓고도 맞는 대답인지 아닌지 아리송하다.

늙어도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꿈을 깨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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