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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에게 물어봐
05/20/2019 08:04
조회  574   |  추천   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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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에 검은 러닝셔츠를 입고 둥근 밀짚모자에 선글라스를 꼈다.

금년 봄 들어 처음으로 따뜻한 날이다.

하늘에 구름도 한 점 없어 온전한 태양이 마음껏 빛을 발한다.

바람이 불어오지만 훈훈한 봄기운을 담고 다가오는 게 싫지 않다.

바람은 봄기운을 몰고 와 여기저기 뿌려놓고 지나간다.

마치 초가집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보리밭두렁을 기어가듯이

 

벌쳐 한 마리 하늘 높이 떠서 먹잇감을 찾는다.

봄나들이 나온 들쥐라도 걸려들까 눈여겨본다.

아무리 세상이 넓다 해도 먹잇감 찾는 벌쳐 눈을 속일 수는 없다.

들쥐 한 마리 쏜살같이 구멍으로 피신한다.

들쥐도 안다. 봄이라고 해서 함부로 나다녔다가는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새벽안개 계곡을 따라 가라앉듯 봄도 가지런히 들녘에 내려앉는다.

들녘만 아니라 우리 집 뒷마당에도 들이닥쳤다.

따뜻한 봄기운이 무럭무럭 피어난다.

아내가 사다 놓은 오이 모종을 심었다.

검정 플라스틱 화분 하나에 다섯 포기씩 들어 있는 오이 싹을 뭉텅이로 세 곳에 나눠심었다.

가지도 네 구루, 방울토마토도 네 싹 사다 심었다.

방울토마토는 손주가 좋아해서 심은 거다.

상추씨도 뿌렸다. 걸음으로 닭똥이 좋다고 해서 한 포대 헐어서 흙에 섞었다.

냄새가 고약한지라 파리가 꼬여들까 봐 걱정했다.

왼 걸 파리는 없는데 간밤에 여우인지 라쿤인지가 들 쑤셔 놓았다.

상추씨 뿌려놓은 흙을 다 뒤집어 놓았으니 싹이 나기나 할는지

 

새 생명들은 어두운 밤에 몰래 흙을 뚫고 나와 날이 밝으면 보란 듯이 웃는다.

소리 없이 자란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경이로운 생명력이 놀라워 새싹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어디서 생명의 비밀을 배웠니?

씨 속에 웅크리고 기다려야 해. 어떤 때는 해를 건너뛸 때도 있거든.

참고 견디면 때가 와.

봄이 왔다는 걸 어떻게 아느냐 말이야?

몸이 근질근질하거든 그러면 봄이 왔다는 증세야. 오히려 이래라저래라

공부시켜 놓으면 봄인지 가을 인지 헷갈리고 나약해 진단 말이야.

새싹인 주제에 어른처럼 말한다. 아예 까놓고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사람들은 말이야 자기 자식들은 닭장 같은 방에 가둬놓고 열심히 공부나 하라면서

좋아하기는 왜 올가닉만 좋아하지?

그건, 자식들은 내 말을 들어야 좋고, 올가닉은 내 몸에 좋아서 그래.

그러면 그게 다 자기를 위한 욕심이네?

그렇다니까, 사람들은 원래 그래 아는 게 그거뿐이니까.

새싹아 너는 좋겠다 아는 게 많아서

누구든지 그냥 놔두면 다 아는 거야.

그냥 놔두면 다 아는 거야~~~”, “그냥 놔두면 다 아는 거야~~~”, 하는 새싹의 소리가

온종일 메아리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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