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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보낸 문자 메시지
10/11/201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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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10.xx.xx.246



가을 냄새가 스멀스멀 나는 10월 초입에 외사촌 누님을 만났다.

모처럼 누님이 해 주시는 점심을 먹었다.

옛날 어려서 먹던 맛을 되살려 주는 솜씨는 누님밖에 없다.

같은 밥이지만 음식 맛이 입에 딱 맞는다. 미역국이며 가지무침, 늙은 오이 무침에

현미밥이다. 미역국은 아내가 끓이는 미역국과는 맛이 현격하게 달랐다.

옛날 먹던 그 맛이다. 늙은 오이 무침은 몇 십 년 만에 먹어보는 거였다.

지난봄에 만났을 땐

오빠도 죽고 이제 내 차례가 아니냐?“

하시더니 이번에는

자꾸 드러눕고만 싶고, 누워 있는 게 제일 편하니 죽으려나 봐?“

86세인가 87세이니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아직은 정신도 젊은이 뺌 칠만큼 맑고,

말똥말똥하기는 나보다 더 또렷하다.

서울 와서 찾아갈 사람은 누님 한 분뿐인데 죽으면 안 된다고 말렸다.

죽는 걸 말린다고 될 일이냐 만은 그렇게라도 붙들어 매 둬야 한다.

골다공증에 허리가 아파서 이젠 버티기도 힘들단다.

치과 의사가 임플란트하는데 내과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와야 할 수 있다고 해서

여러 날을 기다려 진단서까지 제출하고서야 치과의사가 손을 대더란다.

그만큼 뼈가 부실하다고 했다.

 

사실 만나서 옛일을 들춰내고 까발려가면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누님뿐이다.

내가 우리 세대의 막내이니 그럭저럭 마음 편히 흉허물없이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은

다 가버렸다.

누님은 살아온 인생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시험공부에 짓눌려 기를 못 펴던 시절이 아니었다.

입시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가외 공부하는 학생도 없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던 성적 고대로 대학에도 갔다. 그러니 고민할 것도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은 내던져놓고 만날 놀러만 다녔고 근심 걱정이란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던 시절이었다. 늘 깔깔대고 웃고만 살았다.

누님과 동창이기도 한 친척 누님은 집에 틀어박혀 꼼짝도 안 한단다.

근육이 다 사라져서 뼈만 남았다면서 듣고도 금방 잊어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릴 때 기억은 또렷해서 하다못해 왜정 때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배운 국민가요까지 또렷하게 기억한단다.

 

내가 나이가 들다 보니 만나면 죽는 이야기만 한다.

오면서 생각해 보았다.

죽으려 들면 금방 죽는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그렇게 되어가는 건데,

말이 씨가 돼서 이루어진다는 데 함부로 말할 게 못 된다.

나는 전철을 타고 오다말고 급히 문자를 보냈다.

드러누워서 죽겠다, 죽겠다 하면 정말 죽어요. 죽는 거 눈 깜짝할 사이예요.

목표를 95세로 설정해 놓고 아침에 일어나면 몇 번이고 다짐하세요. 그러면 그렇게 돼요.

소망을 이루려는 노력이 있어야지 소망도 없으면 허망하고 허무해서 죽고 싶을 뿐이에요.

목표를 세우고 소원을 비세요. 분명히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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