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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의자 그리고 벤치
11/15/2017 08:31
조회  437   |  추천   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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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의자에 앉아 나의 궁둥이는 호강하고 있다.

작은 바퀴가 다섯 개나 달린 의자에 가죽처럼 보드라운 비닐로 감싸있으면서 암레스트까지 달린

안락한 의자에 앉아있다.

360도 회전도 가능하고 뒤로 젖힐 수도 있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있는 궁둥이는

자신이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주인 한 사람만 모시면 되니 의자치고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팔자 늘어진 재벌집 딸 같다.

의자는 주인을 모시고 있는 의자가 있는가 하면, 아무나 앉아도 되는 의자도 있다.

주인이 있는 의자는 아무나 앉을 수 없다.

 

그러나 퍼브릭 의자는 누구도 구애 받지 않고 앉으면 된다.

맥도널드 매장에는 퍼브릭 의자가 많이 있다.

그 중에 대부분의 의자는 다리가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되어 있어서 이동이 불가능하다.

두 사람이 앉는 의자도 고정되어 있다.

혼자 앉는 의자는 고정되어 있으면서 회전도 45도 각도로만 움직일 수 있게끔 한정지어 놓았다.

의자치고는 벌을 받고 있는 의자 같아서 보기에 안타깝다.

자유를 압수당한 의자는 노예같이 고되게 일만 해야 한다.

 

의자가 자유를 잃었다는 것은 의자에 앉는 사람도 같이 자유를 잃었다는 의미이다.

자유를 잃은 의자나 손님이나 군소리 없이 맥도널드 제국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자는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만 손님은 한 끼를 얻어먹을 수 있다.

돈 벌이 중심의 자본주의의 횡포를 고스란히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도시인의 비애인 것이다.

 

맥도널드 매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충분한 시간 속에 담소하며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매장.

암암리에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서 긴장과 초조 속에서

부산을 떨면서 먹고 나와야 하는 매장.

단순히 싸게 준다는 조건 하나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거대한 자본의 권력에

일말의 항거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말려들고 만다.

단순히 싸게 준다는 조건 하나만으로 스스로 비굴한 느낌마저 저버리고 자본의 횡포에 일갈의 항의도

하지 않는다.

마치 의무적으로 군대에 끌려간 병사처럼 자유와 권리와 자존심을 접어둬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캘리포니아 연안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가끔씩 나무로 만든 벤치를 만나게 된다.

그저 심플하게 나무 몇 가달을 가로질러 만들어놓은 벤치지만 적당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적당한 휴식을 제공한다. 다리는 맥도널드 의자처럼 고정되어 있으나 의미는 다르다.

실용적이면서 편의를 제공하는 간단한 벤치.

벤치는 앉아서 가장 경치 좋은 곳을 바라보게끔 자리 잡고 있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면서 경치나 구경하라는 벤치인 것이다.

다리는 같이 고정되어 있어도 공원의 벤치는 사람을 위한 의자이고 맥도널드 매장 의자는

기업을 위한 의자이다.

벤치 등받이에는 조그마한 동판이 부착돼 있는데 거기에는 한 인간이 살다가 간 흔적이 적혀 있다.

이런 벤치를 만날 때 마나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누구나 한 세상 살다가 가는 것은 주어진 길이다. 벤치 동판에 적혀있는 한 사람의 운명을 보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그런 것은 중요한 게 못된다.

다만 한 가지 인간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인가 베풀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다.

살아생전은 물론이려니와 죽어서까지도 누군가에게 작은 나눔이라도 해 주고 싶은 것이

인본주의에서 우러나온 인간의 정신인 것이다.

누워있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나도 죽어서 하나의 벤치가 되어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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